[12년째 해고상태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조태욱의 변]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5839회 | 작성: 2021년 12월 1일 11:14 오전안녕하세요? 저는 12년째 해고상태에서 오늘(12/1) 정년을 맞이하는 조태욱 입니다.
오늘 정년퇴임하시는 모든 분들께 먼저 축하인사를 보냅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오랫동안 정년이 허용되지 않던 KT에서 누구나 정년을 당당하게 맞이하는 회사로 바뀌는데 미력이나마 힘과 열정을 보탠 사람으로서 정년퇴임의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감히 한 말씀 드리게 되었습니다.
‘해고자가 무슨 정년퇴임이 있는가’ 라며 ‘생뚱맞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세월의 흐름과 역사의 진전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해고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먹고살기 위해 저는 89년 KT(첫 발령 인천전화국)에 입사하였구요. 공중전화 동전 세는 기계 돌리며 사산실에서 6개월간 노가다로 출발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입사 후 약 5년간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커다란 모순덩어리(부당함)를 인식한 순간부터 좀 더 인간다운 KT를 만들기 위해 민주노조 활동을 하였고, 2008년도에는 제10대 KT노조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여 전무후무한 결선투표까지 치렀습니다. 그 당시 조합원들이 보내준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은 너무도 폭발적이었으며 사실상 전폭적인 지지로 승리를 안겨주었음에도 제가 부족하여 민주노조 집행부를 세우는데 실패하였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조합원들에 대한 커다란 부채의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국정원이 KT사측과 함께 노조선거에 깊숙하게 개입하였음이 2019년 원세훈 등 노조파괴공작 형사사건 재판과 2020년~2021년 국정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모두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KT노조는 국정원이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노조였습니다. 2009년 KT노조 민주노총 탈퇴도 국정원 작품이었습니다. 이를 폭로하고 규탄하였더니 국정원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저를 포함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고소하도록 사측을 사주하였고, 국정원의 지시대로 고소하였습니다. 무고를 사주한 것입니다. 제가 두 번째 해고되는 과정에 바로 국정원이 있었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정원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유린하고 한 노동자의 삶을 파탄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두 번 해고자 신분으로 전락되었으나 제 해고사건 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들이 KT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였고, 이것은 제가 해고자라는 사실을 망각하며 대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보람과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KT에서 민영화 이후 악명 높게 실행되며 수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만든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일명 CP)’의 불법성을 2013년1월29일 수원지법에서 최초로 인정받고 대법원에서 2015년6월24일 확정판결 받아 10여 년간 사라졌던 정년퇴임을 실질적으로 부활시키고 CP피해자 1,002명에게 회사가 위로금을 지급토록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08년부터 시작된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철폐투쟁은 다섯 차례 비밀지침 문건 폭로와 두 차례 관리자 양심선언 기자회견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 증언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고, 황제경영으로 전횡하던 이석채 회장을 2012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문제로 커졌으며, 결국 국감 증인채택을 무산시키는 댓가로 김성태 의원 딸을 불법 채용하는 채용비리 뇌물사건이 되어 저를 해고시켰던 이석채 회장이 퇴임 6년 후인 2019년 구속되는 사태를 초래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투쟁의 결과물 이었습니다.
이후 황창규 구현모 대표이사의 운명도 이석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제가 오늘 비록 12년째 해고상태에서 정년을 맞이하지만 저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고 꿈이 있습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부패한 KT경영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 청산하는 일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두 번째는 구성원들의 의사와 여론을 왜곡시키는 폭압적인 노무관리를 해체시키는 일입니다.
세 번째는 조합원들을 배신해온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꿔 노동인권이 보장되고 정도경영이 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러한 과제를 감히 ‘KT민주혁명’이라 칭합니다. 민영화 이후 누적된 모순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우선적으로 내부 구성원들이 쟁취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하지만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밖에서 탁(啄)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KT민주혁명의 꿈은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인간다운 KT로 가는 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비록 오늘 해고 상태에서 정년을 맞이하지만 kt노동인권센터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며, 제보 받거나 상담활동 등도 이어질 것입니다. 제 연락처는 010-3310-5677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12.1
해고자 조태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