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T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수사… 검찰 막판 고심 깊어지는 이유

‘KT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수사… 검찰 막판 고심 깊어지는 이유

입력 2021.07.26 05:00

수사팀·대검 지휘부 내 의견 엇갈려 결론 못내
황창규·구현모 포함 여부 및 기소 규모에 촉각
“향후 유사사건 선례… 법조계·재계 관심 지대”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지사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KT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대상과 규모를 두고 막판 고심에 빠졌다. 황창규 전 KT 회장와 구현모 대표 등 윗선 조사까지 마무리해 사실상 수사는 끝난 상태지만,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황 전 회장을 포함해 수사선상에 오른 KT 전·현직 임직원 모두 기소할지 여부가 가장 큰 고민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수사가 전례가 드문 만큼, 이번 수사 결론이 향후 유사 사건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상당한 점도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5월과 6월 맹모 전 KT 사장과 구현모 현 KT 대표, 황창규 전 KT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황 전 회장 등 KT 전·현직 고위 임원 7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11억5,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쪼개서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일단 황창규 전 회장을 정점에 두고 수사대상 모두를 사법처리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기업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황 전 회장이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의원 다수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을 최고경영자가 몰랐다고 하면 쉽게 납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황 전 회장을 제외하고 구현모 대표 및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현재 KT의 수장이고 수사대상 대부분도 현재 KT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어, 이들이 모두 기소될 경우 KT가 받을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구 대표와 임원들을 기소할 경우, 가담 정도가 상이한 임원들에 대한 처벌 여부와 수위도 검찰의 고민거리다. 당시 정치권 대관 담당 임원이던 맹모 전 사장과 황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던 구 대표 가운데 어느 쪽에 책임을 더 둘지에 따라 기소 대상과 인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검찰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말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최초 범행연도(2014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올해 공소시효가 끝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에서 중요 범죄사실과 공소시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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