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단독] 국가지도통신망 ‘무용지물’…KT 사업 대거 수주한 납품업체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99회 | 작성: 2021년 7월 19일 9:15 오전[단독] 국가지도통신망 ‘무용지물’…KT 사업 대거 수주한 납품업체
전쟁이나 국가 재난 때 중앙정부와 각 기관을 연결하는 국가지도통신망이 일부 성능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기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뒤 전자기펄스, EMP탄이 준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 2017년 9월) : (수소탄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만약 전자기펄스 공격이 이뤄진다면 지상의 모든 전자·통신기기는 내부 회로가 타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때 정부가 군사작전과 피난 조치 등에 쓸 비상수단이 바로 국가지도통신망입니다.
위성을 이용해 평시 군사작전뿐 아니라 유사시에 중앙정부와 군, 지자체 등 80여 개 기관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운영은 KT가 20년 넘게 맡고 있습니다.
정확한 명령과 보고 전달이 생명인데, 오히려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최근 발견됐습니다.
KT는 올해 초 전쟁, 재난 등으로 데이터가 폭주할 때도 안정된 속도로 통신이 이뤄지게 하는 광역통신망 가속기 입찰을 진행했고, A 사가 최종 낙찰됐습니다.
YTN이 입수한 A 사의 광역통신망 가속기 성능시험서입니다.
주요 명령이 전달되는 안보 팩스를 보냈더니 10장 가운데 반 장이 백지로 나왔다고 기록됐습니다.
문장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명령 전송에 일부 오류가 난 겁니다.
[광역통신망 가속기 업계 관계자 : 전시 상황이라든지 재난 상황에서 사용하는 망이다 보니까 트래픽이 폭주했을 때도 망 생존성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거기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WAN(광역통신망) 가속기 부분이고요. 명령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불량 제품인 겁니다.]
시험 항목 가운데 하나인 화상 회의의 경우, 데이터 손실 보완율이 경쟁사보다도 8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데이터가 폭주할 경우를 대비해 더 가혹한 조건을 줬더니 오류도 더 커졌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군사작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인범 / 전 장군 :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공격해야 하는데 공격을 못 한다든지 여러 개의 부대와 요소들이 협조해서 활동해야 하는데 그런 협조가 잘못돼서 서로 오인 사격한다든지 한마디로 군사작전은 불가능한 거죠.]
취재진은 이와 관련해 A 사 측에 수차례 설명을 요구했지만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A 사 관계자 : 저희는 더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아서 (저희는 만나 뵙고 싶다고 요청을 드렸는데 거부하시는 거잖아요.) 네, 저희는 할 말이 없어 가지고 이만 끊겠습니다.]
국가 안보 관련 핵심 사업에 어떤 이유로 부실한 기기가 납품된 건지, 정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기완입니다.
[앵커]
국가지도통신망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지만, 위탁운영사인 KT 측은 내부 기준을 통과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납품 업체는 최근 몇 년간 KT 관련 사업을 상당수 수주했고, KT 출신 임원까지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기완 기자가 계속해서 보도합니다.
[기자]
국가 안보와 직결됐지만, 일부 성능에서 오류가 확인된 국가지도통신망.
사업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운영 주체인 KT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 측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평가 기준을 충족시킨 최상의 제품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
취재 결과, 광역통신망 가속기에 대한 성능 평가 기준은 ‘평상시 전송 속도’였습니다.
문제는 전쟁이나 재난으로 정부 차원의 긴급 통신량이 많아졌을 때의 속도는 반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전송 속도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100% 도달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습니다.
[김승주 /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 오류 허용률은 얼마여야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거든요. 속도가 빨라지면 오류 발생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속도 이야기만 있고, 에러 발생률에 대해선 없다는 건 기준 자체가 이상한 거예요.]
KT는 이런 기준으로 입찰 당시 마지막까지 남은 2개사의 성능이 비슷하다고 보고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A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KT와 A 사의 수상한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A 사는 지난 2018년 이후 KT에서 15개 사업, 215억 원 규모를 수주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입니다.
이 시기에 KT 전직 임원 두 명이 A 사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9년엔 KT 부장급 인사가 부사장으로, 올해엔 위성통신망 사업 계열사 임원이 고문으로 간 겁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KT에 관련 사업을 위탁한 과기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예산 운영 현황만 들여다볼 뿐, 사업 계약과 진행 과정에 대한 정기감사를 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전쟁이나 국가 재난 상황을 대비한 전략적 핵심 통신망 사업이 민간기업에 맡겨졌지만, 정부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YTN 박기완입니다.
YTN 박기완 (parkkw061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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