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T 구현모 사장/ KT 제공]
[AP신문=김상준 기자] “KT가 脫통신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여태껏 脫통신 사업을 하면서 낸 성과가 몇 개나 되느냐”
지난달 29일 있었던 KT 주주총회 현장에서 한 주주가 구현모 사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구현모 사장이 KT 새 수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구현모 사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脫통신’을 외쳐왔다. 실제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3월 21일까지 80일간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에서 통신 3사의 수장 이름과 ‘탈통신’ 키워드가 들어간 포스팅 수를 조사 발표했는데,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구현모 KT 사장’이 290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년사를 통해 통신사에서 미디어·콘텐츠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로의 변신을 천명한 구현모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도 2개의 목적사업을 추가하며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디지털 물류사업을 위한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목적사업으로 추가, “바이오 헬스 등 향후 미래를 결정할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현모 사장은 콘텐츠 전문 자회사인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스토리위즈·지니뮤직·시즌 등 미디어 관련 그룹사의 플랫폼을 연결,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까지 ‘디즈니 모델’의 콘텐츠 총괄 제작사로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구현모 사장의 ‘脫통신’ 외침과 야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 시각의 근거로 구현모 사장의 리더십과 사업의 연속성,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2012년 KT는 KT미디어허브를 통해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통신 사업과 미디어사업의 우위를 두고 그룹 내 의견 충돌이 적지 않았고 이석채 전 회장이 퇴임하면서 그 동력을 잃었다. 결국 황창규 전 회장의 경영 효율성 명목 아래 KT미디어허브는 본사로 합병됐다.
당시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현모號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먼저 체질개선 방향성을 두고 내부 잡음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지난 2월 KT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구현모 사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시무7조’ 형식을 차용한 비판 글이 화제가 됐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신사업이다 플랫폼이다 하며 자금을 탕진하더니 이제는 AI·DX사업을 선두에 세워 월급이 통장을 스치듯 탕진 중”이라며 “새로움을 강조해도 살아남기 힘든 이 시국에 남들 다 하는 AI를 따라하는 것에만 눈독을 들이지 말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달라”는 당시의 글은 구현모 사장의 방향성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선 지난해 4월 구현모 사장은 2~30대의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통통미팅’ 간담회를 열었지만, 구현모 사장의 ‘新(신)꼰대 명언’이 공공연하게 돌았을 정도로 불통의 이미지만 더했다. 이에 더해 기업문화실에서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를 외우고 있는지 등을 물어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오는 등, 내부 소통의 부재 대한 지적이 이어져왔다.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최근 재개된 KT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 의혹 수사로 구현모 사장의 검찰 소환조사 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2019년 1월 황창규 전 회장과 구현모 사장을 비롯한 KT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이후 담당검사만 무려 5번이나 교체되면서 뚜렷한 진전이 없었으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가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2020년 매출이 매출이 감소했고, 영업이익 성장률도 2.1%로 각각 21.8%와 29.1% 성장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비교해 확연하게 대조되는 성적표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산업 환경의 특성상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만큼 꾸준히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이에 책임지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구현모 사장은 연내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압박도 동시에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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