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구현모 KT 대표,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 혐의 피소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93회 | 작성: 2020년 8월 31일 11:26 오후구현모 KT 대표,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 혐의 피소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0.08.31 17:55
사내 문제제기에 ‘소통부재’ 지적도
KT전국민주동지회가 노조 선거의 회사 개입 근절을 요구하는 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하고 경고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구현모 KT 대표를 비롯한 업무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31일 KT전국민주동지회에 따르면 조합원인 장현일 KT 송파지사 하남지점 미래사업팀 과장은 구 대표, 신수정 KT IT부문 부사장 등 6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형법 위반’ 혐의로 지난 27일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장 과장은 고발장에서 “지난달 9일 오전 사내 메일로 전 직원에 ‘노동조합 선거에 대한 회사 개입’은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지만 같은 날 오후 메일이 갑자기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KT, 5차례 메일 무단 삭제 경위 해명 요청에도 ‘묵묵부답’
고발장에 따르면 KT는 메일 삭제 후 장 과장에게 메일시스템 운영자 명의로 메일운영정책 위반 사실 안내‘ 메일을 보냈다. 위반 내용은 ’메일 오남용‘과 ’프로세스를 미준수한 숨은 참조 기능 사용‘이다. KT는 사내·외 메일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직원에게 회사 업무와 무관한 내용의 단체 메일을 발송하는 행위를 ’메일 오남용‘으로 정의하고 관련 행위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장 과장은 ‘노조선거에 대한 회사의 불법개입’ 문제야말로 회사업무와 무관한 불법적인 일에 회사 조직을 동원하는 것이며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보낸 메일은 KT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선거에 대한 KT의 불법개입은 지난 2018년 정년퇴직한 ‘최모 팀장’의 양심선언으로 공개됐다. 1998년부터 2014년 말까지 여러 지사에서 노사담당 팀장으로 지낸 바 있는 최 팀장은 지난 2017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측의 선거개입은 음성적이면서도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최 팀장의 증언에 따르면 전국 280여개 KT 지사·지점의 책임자들은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노동조합 선거마다 중간관리자인 팀장을 동원해 소속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해 표를 만들고 친KT 성향의 노동조합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종용했다.
이와 관련해 장 과장은 지난 6월 11일 메일을 통해 “회사가 노조선거에 개입하는 걸 모르는 조합원은 거의 없다. 이런 적폐가 KT에서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의 선거개입에 대해 침묵의 카르텔이 완고한 탓”이라며 “3년 전 선거 시 강남본부에서 오랫동안 팀장을 했던 최모 팀장이 언론과 인터뷰뿐 아니라 법정에 나가서 KT의 노조선거개입 실태에 대해 증언해 KT의 노조선거개입에 대해서 잘 알려지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모 팀장처럼 공개적으로 양심선언 하지는 않더라도 각자가 양심에 입각해 투표하겠다는 마음의 다짐들이 모이면 KT도 바꿀 수 있다”고 호소하는 내용의 메일을 6월 18일과 30일에도 발송했다.
이후 지난달 9일에 한 차례 추가 발송한 메일이 삭제되고, 장 과장은 메일시스템 운영자 명의로 메일운영정책 위반사실 안내 메일을 받았다. 이에 구체적인 삭제 경위를 알고자 업무관련자들(피고소인들)에게 5차례 해명 요청 메일을 발송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해 고소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장 과장이 밝힌 고발 이유다.
◇ “메일 무단 삭제, 정보통신망법 위반” vs “회사 규칙 따라야”
개인의 이메일에 대한 접근권한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49조는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 정보를 훼손하거나 비밀을 침해·도용·누설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비밀침해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316조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장 과장은 “메일 삭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정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형법 제366조의 전자기록 손괴죄에 해당한다”며 “피고소인들에게 대한 조속한 수사와 범죄 혐의가 인정될 경우 강력한 형사처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고발에 따라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것이라 따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는 곤란하다”며 “메일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보고 삭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불필요한 내용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내는 것은 메일 이용 규칙에 맞지 않지만 그런데도 보내야 한다면 권한을 획득해야 한다. 해당 메일은 동의를 받고 보낸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론 메일을 함부로 지우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회사에서 규칙을 만든 게 있으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것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대표에 대한 소송건은 이달만 들어서 두번째다. 이에 앞서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는 열악한 사무실 환경의 개선을 요구하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직원 2명에게 보복징계를 한 사건과 관련해 구현모 대표와 박순하 KT 업무지원단장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지난 7일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바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구현모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는 “전임 황창규회장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등 불법비리 사건에 연루된 구현모 대표는 소통을 강화하며 혁신을 강조했지만 불통으로 일관하며 KT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KT민주동지회는 구현모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며 KT 적폐청산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KT가 직원의 동의 없이 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에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기윤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