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KT강제퇴출자 255명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1심판결에 문제 있다!

[논평] KT강제퇴출자 255명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1심판결에 문제 있다!

2014년4월 어용노조와 밀실노사합의를 거쳐 무려 8,304명의 KT노동자들이 겉모양은 명예퇴직이지만 실질은 강제로 퇴출된 바 있는데, 이들 중 255명이 강요에 의한 해고라며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는 2020년8월20일 원고패소 판결하였다.

재판부가 이 사건 명예퇴직이 실질적 해고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KT는 재무제표상 제32기(2013년)의 당기순손실이 약 3,923억원으로 당시 객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점,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실근속기간이 15년 이상이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되었고, 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비록 노사합의 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 내부 절차를 위반함으로써 조합원에 대한 불법행위를 인정한 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노사합의 자체의 유효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 KT노동조합은 정기적 단체협약이 아닌 비정기적 합의에서는 조합원 총회 결의 없이 관행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왔던 점, 이 사건 노사합의의 배경이 된 KT의 정책적 결정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노사합의 체결 이후 2014년11월경 시행된 KT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기존의 위원장이 조합원 71.47%의 찬성으로 다시 당선된 점 등이 노사합의서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2014년 당시 신사지사 리텐션2팀장 이었던 최규종의 증언에 대해서는, 명예퇴직 관련 면담이 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실시되었고 명퇴권유 과정에서 직원들을 지치게 하고 강요와 협박을 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지만 최규종이 소속된 신사지사 리텐션2팀에서 명퇴를 신청한 직원이 한명도 없었던 점과 당시 명퇴 조건이 정기명퇴보다 조건이 좋아서 예상보다 신청자가 많아 당초 접수기간이 2014.4.24.까지 였는데 2014.4.21. 조기에 종료된 점과 명퇴를 신청했다가 이를 철회한 직원도 있고 사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 등을 비추어 보면 그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서 당시 명퇴를 거부한 이유로 전환배치 되었다가 출근길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던 고주영이 나중에 산재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가 명퇴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전보되어 평소 하던 것과 다른 업무를 수행한 것은 명퇴권고 불이행에 대한 불이익 조치이기 보다는 노사합의서 체결에 따른 사업합리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일부 사업부서가 폐지됨으로써 발생한 상황으로 재판부는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원고들이 당시 명예퇴직을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 퇴직의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의 이해득실 등 자신의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사숙고한 결과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명예퇴직의 실질을 사측의 강요에 따른 해고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기각 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실오인에 따른 판단 오류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 KT가 재무제표상 제32기(2013년)의 당기순이익이 1,816억원으로 2014.1.28.자 공시하였으나 이례적으로 약 3주 후 2014년초 발생할 손실까지 포함하여 약 3,923억원 적자로 2014.2.20.자 정정공시한 과정과 적자공시 후 1,951억원의 주주배당을 결정하였음에도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잘못 인지하였다. 적자회사가 거액의 주주배당을 하면서 인력구조조정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더구나 2014년 KT사업보고서에는 특별명예퇴직에 의한 일시적 인건비를 제외할 경우 3,332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여 황창규 회장이 성과급을 7,500만원 받은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당시 KT가 ‘객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상황’임을 말해 주는 것 아닌가.

둘째, KT는 어용노조와 밀실노사합의서를 2014.4.8.자 작성하였는데 그 핵심내용이 일자리 9,400개 폐지, 대학학자금 지원 폐지, 명퇴제도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누가 보더라도 대규모 인력퇴출을 위한 목적으로 야합한 것이 분명하였음에도 재판부는 노사합의의 절차적 위법성만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이지 노사합의의 유효성까지 부정된 것은 아니고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기존의 위원장이 71.47%를 득표하였다고 언급하며 사측의 전면적인 지배개입을 통해 당선된 점은 외면한 채 노사합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셋째, 재판부는 2014년 4월 당시 신사지사 소속 팀장이었던 최규종의 강제퇴출 상황에 대한 법정 증언과 2014년 당시 명퇴를 거부하였다가 전환배치되어 2014년5월 출근길 심장마비로 사망한 고주영의 배우자가 행정소송을 통해 산재판결이 확정된 후 법정에서 고인이 감내했던 퇴출압박 과정을 증언한 내용 그리고 원고들이 당시 생생하게 겪었던 강제퇴출 관련 진술서 등은 모두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며, 역으로 ‘명예퇴직 조건이 좋아 고민하였으나 이를 신청하지 않았고 특별히 면담 과정에서 강요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측 충성파 재직 직원들의 진술서에 대해 오히려 신뢰하는 편향을 보였다.

넷째, 사측이 강제명퇴를 밀어붙이는 과정에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자살방지를 위해 전국의 모든 건물 옥상문을 걸어 잠근 후 회의실 등에 직원들을 집결시켜 명퇴압박 교육과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고, 이러한 과정에 과천센터 소속 직원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망직원 배우자가 제출한 진술서 등에 대해서 재판부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255명의 원고들이 제출한 강제퇴출 관련 입증자료와 법정증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혹시 ‘명퇴무효 판결’이 초래할 8,304명 명퇴자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를 미리 예단하여 판단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실에 기초한 법리에 따라 판단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 명예퇴직을 빙자한 불법적인 정리해고에 재판부가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으며, 항소심 변론과정을 통해 강제명퇴의 실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입증해낼 것이고 반드시 명퇴무효와 원직복직을 쟁취해 낼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양심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25일

KT전국민주동지회/KT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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