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작년보다 27% 늘렸는데
KT 28.6% 줄고…LG 작년 수준
영업이익은 2분기 11~59% 증가
전후방산업 쪽 기업들 불만
“국민 호주머니에 기대
큰 이익 내면서 구실 안해”
통신사들 “4조, 약속한 건 아냐”
통신 3사의 상반기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케이티(KT)의 소극적인 태도로 3조5천억원에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3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한 자리에서 올 상반기 투자 목표를 4조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주는 등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현금 여유가 있는 통신사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겠다는 다짐 성격의 약속이었다.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7일 “통신 4사(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엘지유플러스(LGU+)·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의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3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며 “지난해 상반기의 3조5100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에도 통신사들이 통신망 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의 이익단체인 연합회가 통신사들의 설비투자 실적을 집계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회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원사들의 요구로 (투자실적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런 설비투자 실적은 지난 3월 정부와 약속한 투자 계획에는 5천억원 가량 못 미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5일 보도자료를 내어 ‘최기영 장관이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 구현모 케이티 대표, 하현회 엘지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회복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복구를 위해 상반기 설비투자를 4조원으로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체별로 보면, 케이티(KT) 설비투자 실적이 약속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다. 통신 3사의 공시 자료를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브로드밴드 포함)의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1조46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나 증가했다. 반면 케이티는 같은 기간에 견줘 28.6%나 줄어든 9673억원 투자하는 데 그쳤다. 엘지유플러스는 전년 동기와 엇비슷한 9999억원이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약속한 목표치에 못 미친 것은 아쉽다”고 평가하며 “케이티가 약속한 것보다 4500여억원이나 덜 투자한 탓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2분기(4~6월) 설비투자가 전분기보다 늘어난 것은 평가할 만 하다. 5세대 이동통신 품질을 6개월 단위로 평가해 공개하고 있는 게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통신 전후방 산업 쪽 기업들은 통신사들의 투자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통신사 긴축경영에 협력업체 “고사 위기”) 케이티에 이동통신 기지국 건설 자재를 납품하는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통신사들은 구제금융 등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투자를 늘려 전후방 산업과 기업 살리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는 그 구실을 안 하려는 것 같다. 국민 호주머니에 기대 큰 이익을 내면서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35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1.4%, 케이티는 3418억원으로 18.6%, 엘지유플러스는 2397억원으로 59.2% 늘어났다.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4조원이란 수치는 과기정통부의 희망 사항이었을 뿐, 통신사들은 약속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영업이익 증가는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덕이지 설비투자 실적과 상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