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KT의 실적 선방 비밀은 ‘자뻑’ 마케팅…“편법 써서 고객 재가입 시켜라”

KT의 실적 선방 비밀은 ‘자뻑’ 마케팅…“편법 써서 고객 재가입 시켜라”

    • 입력2020-05-18 06:30
    • 수정2020-05-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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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현장 설치·AS 담당 직원들에게 이른바 ‘자뻑’ 마케팅까지 강요하며 영업실적 압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엔지니어인 현장 설치·AS 담당 직원들에게 일명 ‘자뻑(직원 명의로 모바일·인터넷·TV 등 접수개통)’까지 강요하며 영업실적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리자들이 고객들을 편법으로 재가입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며 ‘실적 쌓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직원들은 KT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통신 3사 중 가장 많았다는 실적 뒷면에는 이러한 강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KT가 이런 식으로 영업압박을 하면서도 정작 고객 민원이 발생한 경우 책임은 현장 설치·AS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 ‘자뻑’ 때문에 사용 안하는 스마트폰만 쌓여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한 지역의 관리자가 설치·AS 직원들에게 “자뻑이라도 해야지. 그래서 이달 채워야지”란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관리자가 말하는 자뻑은 ‘직원 명의로 가족의 휴대폰·인터넷·TV 등을 접수개통 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지난 16일 만난 KT 설치·AS 직원들은 “현장기사들은 모두 자뻑을 한다. 집에 가면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만 몇 대가 있다. 보통 입사하면 가족들의 스마트폰은 모두 KT로 바꾸고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회사 측에서 고객에게 돌아갈 영업비용을 사용해 자뻑을 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설치기사 A씨는 “스마트폰을 2년 약정 계약하고 1년 6개월 사용하고 나면 회사에서 위약금이 얼마 안되니 영업비로 위약금을 내고 재가입하라고 한다. 1년에 1대는 무조건 자뻑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토로했다.

KT가 지난 5월 황금연휴 당시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에게 영업을 하면 실적수당을 2배로 준다는 것이 골자다. 설치기사 B씨는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영업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쉬울 수 있겠느냐. KT는 실적 쌓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KT의 실적을 다른 기사들은 다들 선방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KT의 실적선방 뒷면에 설치·AS 직원들의 고충은 더욱 커져만 간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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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실적을 위해 현장 설치·AS 직원들에게 기존 고객을 재가입 시키기 위한 편법 사용을 강요한 ‘음성적 재가입 고려할 사항 5가지’란 제목의 문건 이미지.

◇ 실적위해 편법도 강요…책임은 설치·AS 직원 몫
KT가 현장 설치·AS 직원들에게 기존 고객을 재가입시키기 위한 편법 사용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음성적 재가입 고려할 사항 5가지’란 문건에는 ▲동일 고객 여부 ▲결합 확대 및 고객 일치 여부 ▲유력 패밀리 아이디 일치 여부 ▲주소 일치 여부 ▲해지 요청 여부 등의 상황에서 전산에 걸러지지 않고 재가입시키는 방법이 적혀있다. 이에 대해 설치기사 C씨는 “KT 내부 전산에는 어떤 조건에 해당하면 걸러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필터링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돌려치기’ 한다고 하는데 기존 고객들을 티나지 않게 재가입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편법 등을 사용해 실적을 쌓아도 고객 민원이 들어올 경우 책임은 설치직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정작 회사는 뒷짐만 진채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이다. 설치기사 D씨는 “영업을 통해 실제 설치도 되지 않았는데 전산 상에 올리는 것을 ‘선개통’이라고 한다. 선개통은 설치도 안 됐는데 전산상에 등록하다 보니 고객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상사의 지시로 한 건물에 영업한 기가아이즈(CCTV)·인터넷 등을 선개통 했는데 건물주가 설치도 안된 상태에서 요금이 나가는 것을 알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회사에선 설치기사에게 책임을 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영업을 강요해 놓고 책임을 질 때는 발을 빼고 설치기사 개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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