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KT개혁과 거리가 먼 KT신임회장 선출과정을 지켜보며

KT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종반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KT 차기 회장 선정 심사를 진행중인 지배구조위원회는 조만간 후보자 37명 중 일부를 추려 다음 단계인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올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최종후보에 포함될 것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KT 내부인사로는 사장급인 구현모, 오성목, 이동면 등이 있으며, 외부인사 중에서는 정동채, 노준형 등 전직 장관 출신들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에 KT개혁과 적폐청산에 적합한 인물로 기대할만한 인물은 전혀 없는 형편이다.

​KT민주동지회는 황창규가 자행해 온 불법, 노동탄압에 함께 책임이 있는 현 KT이사회가 차기 회장으로 개혁적 인물을 선정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삼성 출신으로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핵심 실세로 활약해 온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이 지배구조위원회에 포함되어 있는 판에 더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이는 더 확실해진다. 우선 KT내부인사들은 주요 부문장(사장)들로 모두 황창규 회장 체제 아래 승승장구해온 인물들이다. 황창규가 자행한 각종 불법 행위에 함께 책임을 지고 죄값을 치러야 할 인물들인 것이다. 이들 KT내부인사들은 아마도 자신을 비호해 줄 후임이 필요한 황창규의 처지 때문에 KT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유리하다고 보며 기대를 품고 있을 듯 하다.

KT내부인사들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해서 외부 인사들 중에 개혁적인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장관 출신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데 지난 시절 민주당 정권은 통신공공성을 도외시하며 KT민영화를 밀어붙인 장본인이었다. 따라서 이러 저러한 친민주당 인사가 KT에 온다고 해서 그들이 뭔가 개혁을 불러올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은 착각일 것이다. 황창규 회장 하에서 이강철, 김대유 등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KT 이사회에 영입되었는데 이들이 수행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상기해보면 이는 명확하다. 이들은 황창규의 불법 경영과 노동탄압을 견제하기는커녕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할 뿐이었다.

KT적폐의 주범 황창규가 회장선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에 확인되었다. KT법무실이 KT외부 출신인 특정 후보는 회장 선임에 결격 사유가 있다는 내용으로 법률검토의견서를 지배구조위원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법률검토의견서는 지배구조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법무실 자체 판단으로 작성되었는데 특정 후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고 한다. 황창규와 현 경영진이 회장 선임 절차에 관여해 특정 후보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 이유이다.

KT법무실이 지금까지 해온 역할을 살펴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KT법무실장 박병삼은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판사 출신으로 검사출신인 남상봉 윤리경영실장과 더불어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검경수사를 막기위해 KT에 스카우트된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석채와 마찬가지로 황창규도 KT회장 취임 이후 검사 여려 명을 영입하고 법무실을 강화해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에 대처해왔다. KT법무실은 황창규가 상품권을 동원한 쪼개기 정치자금 후원, 불법적 경영고문 채용 등으로 검경수사를 받을 때마다 이를 방어하는 최전선에 있었다. 따라서 법무실이 차기 회장 선출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한 비토를 제시한 것은 KT 내부인사로 자신의 후계자를 세우고자 하는 황창규와 KT내 적폐세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뻔뻔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한편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이 KT CEO에 응모하여 KT의 근본적 개혁과제들을 제시한 것은 특기할만 하다. 조태욱 후보는 통신공공성을 회복하여 KT를 국민기업으로 바꿔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과연봉제를 폐지하는 등 KT의 인사보수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주장도 함께 제시했다. 기존 낙하산 경영진의 불법경영과 채용비리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관련자 전원을 엄중 문책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주장도 시원스럽다. 현재의 정치적 조건 하에서 조태욱 후보가 KT CEO로 선정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KT노동자들이 추구해야 할 KT개혁의 상을 제시한 것이기에 KT민주동지회는 조태욱 후보의 도전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애초 출발부터 그러했지만, KT 내,외부의 기득권 세력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들이 서로 충돌하는 복마전이 되어버린 KT 차기 회장 선출과정에서 KT노동자들이 기대할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따라서 KT노동자들은 KT 내, 외부인사 중 그나마 누가 더 나은지를 따지는 ‘도토리 키재기’식 논리에 휘말려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누가 KT회장으로 선정되던 간에 KT의 적폐청산과 통신공공성 회복을 위해 나설 주체는 KT노동자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투쟁을 준비함이 맞을 것이다. KT민주동지회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벌어질 KT 개혁을 위한 투쟁을 KT노동자들과 함께 힘차게 준비해나갈 것이다.

2019.12.03
KT전국민주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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