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은수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현 성남시장), 이석채 전 KT 회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노컷뉴스DB)
지난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수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현 성남시장)의 ‘음주 국감’ 녹취를 언론 등에 퍼뜨린 주체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성태 의원의 KT 딸 부정채용 의혹 재판 도중 전직 비서관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은 전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KT의 ‘부진 인력 퇴출’을 비판하며 이석채 전 KT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김 의원이 딸을 KT 정규직에 부정채용한 대가로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은수미 ‘음주 국감’ 녹취록, 내가 만들어 기자에게 줬다” 비서관 진술
2012년 당시 김 의원실 비서관으로 일했던 이모씨는 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5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는 2012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은수미 전 의원의 ‘음주 국감’ 사태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은 전 의원과 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특히 김 의원은 여당 간사를 맡고 있었다.
이씨가 진술한 당시 사건의 전후사정은 이렇다.
지난 2012년 10월7일 이씨는 이틀 전 열렸던 환경부 국감에서 ‘은수미 의원 등이 술에 취한 채 질의를 한 것 같다’는 취지의 내용과 국감 녹음파일, 그리고 본인이 직접 녹음을 옮겨적은 녹취록을 조선·중앙·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씨는 당시 환경부 관계자로부터 국감 녹취파일을 직접 전달받아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다음날인 8일 아침 ‘새누리당이 공개한 녹취록’을 인용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녹취록은 국감에서 김성태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은수미 의원은 음주 사실을 부인하며 “나를 마치 술에 취해 말더듬이가 된 것처럼 묘사했다. 새누리당은 녹취록이 있는 지, 있다면 공개해서 기사가 사실인지를 밝히라”고 강력 항의했다.
이에 관해 이씨는 재판에서 “기자들이 ‘환경부 국감에서 일부 야당 의원이 술을 마신 채 거칠게 질의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취재에 응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검찰 “왜 녹취록 KT에 보냈나”…이 전 비서관 “상급자 지시였을 뿐”
이씨는 같은 내용을 당시 KT에서 국회 대관업무를 맡았던 박모 상무에게도 이메일로 전달했는데, 검찰은 이날 증인 신문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김 의원이 딸의 KT 정규직 채용을 청탁했고, 이를 대가로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무산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은 전 의원이 KT를 비판하고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은 전 의원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녹취록을 김 의원실 관계자가 KT에 전달했다는 것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키려는 여러 시도 중 하나로 은 전 의원의 녹취록을 퍼트리게 된 것으로 보고 재판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검찰은 이씨가 박 전 상무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경위와 이메일 내용, 시점 등을 질문했다. 이씨는 “당시 고모 보좌관과 박 전 상무가 친분이 있었고, 고 보좌관 지시를 받아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은수미 의원 사안 이외에 국감 회의장 녹취파일을 구해 외부에 전달한 경우가 있었나’라는 검찰 질문에 대해 “없었다”면서도 “공개된 국감장 녹취를 전달하는 행위가 뭐가 잘못됐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다음 재판은 이달 8일 열린다. 이 재판에는 이번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 의원 딸이 직접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