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단독] “KT 아현지사 화재로 119신고 안 돼 사망”… 유가족 KT에 손배소

[단독] “KT 아현지사 화재로 119신고 안 돼 사망”… 유가족 KT에 손배소

행인에 타 통신사 휴대폰 빌려 간신히 신고 / 구조대원 도착했지만 이미 숨져 / 현장조사·합동회의에도 원인 불명 / 특정인에 책임 물을 수 없어 난항 예상

입력 : 2019-07-23 06:00:00      수정 : 2019-07-23 07:49:53
지난해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119 신고전화가 먹통이 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70대 여성의 유가족들이 KT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이날 오후 2시 서모(77)씨 등 4명의 유가족이 KT 황창규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연다. 유가족들은 지난 4월 KT가 주의의무 등을 다하지 않아 화재가 났다며 약 9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경찰·소방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유가족들은 지난해 11월25일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가 나 마포구 지역의 KT 통신이 먹통이 된 탓에 아내이자 어머니인 주모(73)씨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당일 오전 5시쯤 쓰러진 주씨를 발견한 남편 서씨는 휴대전화 긴급통화로 오전 5시26분쯤 두 차례 119에 신고했지만 신호가 닿지 않았다.

서씨는 이후 집 밖으로 달려나가 지나가던 차량을 멈춰 세운 뒤 KT 통신사가 아닌 다른 통신사 휴대전화를 행인에게 빌려 간신히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신고를 받고 119대원들이 오전 5시39분쯤 도착했지만 주씨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경찰은 올해 4월까지 세 차례 현장조사와 두 차례 합동회의를 실시했음에도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을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특정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KT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의 손배소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당일 KT는 119 및 112 신고가 가능하도록 긴급 백업을 실시했으나 특정 기종에서는 백업에도 먹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주씨의 사망이 서씨가 가진 특정 휴대폰 기종 탓인지 KT 화재 탓인지 입증해야 한다. 유가족들은 또 119 신고가 때맞춰 이뤄져 구급대가 더 일찍 도착했다면 주씨가 살았을 것이냐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KT 측은 이번 법정 다툼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특별한 의견을 표명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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