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KT 채용비리’ 이석채 전 회장 구속…김성태 소환 초읽기

‘KT 채용비리’ 이석채 전 회장 구속…김성태 소환 초읽기

[JTBC] 입력 2019-05-01 19:11

[앵커]

KT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이석채 전 KT 회장이 구속됐습니다. 이 전 회장의 구속으로 윗선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될 텐데 최 반장 발제에서 자세한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2012년 2월 KT는 사상 최대규모의 채용계획을 발표합니다. 무려 4000명입니다. 특히 3분의 1이 넘는 1400명은 정규직 고졸사원으로 뽑겠다고 밝힙니다. 이같은 채용 방침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학력과 배경에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미래성장 사업을 이끌 참신한 인재를 선발하라”는 이석채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12년이니까 신혜원 반장을 포함한 당시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 굴지의 통신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밤낮을 지새우며 취업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회장 지시대로 학벌, 배경, 소위 빽이 없어도 오로지 능력과 실력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능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KT에 입사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현재까지 부정채용 9건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는데요. 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서유열 전 사장과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은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죠. 그리고 채용비리 정점으로 꼽히는 이석채 전 회장도 구속됐습니다. 이 전 회장은 영장심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나 나올 때 취재진을 향해 선문답 같은 말만 남겼습니다.

[이석채/전 KT 회장 (어제) : (부정 채용에 직접 관여하셨나요?) 내가 참…사진 많이 받네. (채용 비리 관련 혐의 인정하셨습니까?) 충무공 심정이 생각이 나네요.]

KT 광화문지사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떠올랐던 것일까요. 서인들의 모함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쫓겨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순신에 빗대 채용비리는 사실이 아니라는 억울한 심경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후 복권돼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며 명량대첩에서 ’12척의 기적’을 만들었죠. 지금 이 전 회장 입장에서는 “내게는 9건의 채용 비리가 있습니다” 뭐 이런 셈인데요. 물론 검찰이 부정채용 사례를 더 확인한 것으로 전해져 10건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사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무죄를 받아냈는데요. 이번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불사조 기적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채용 청탁을 들어준 혐의를 받는 인물들이 구속됐으니 이제 검찰의 칼끝은 청탁한 인물로 향합니다. 검찰이 확인한 9명 가운데 1명 바로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죠. 김 의원은 그동안 딸이 2011년 KT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2012년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합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태/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12월 20일) : 청년실업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 수년간의 비정규직을 거쳐 가까스로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한 젊은이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아버지가 야당 정치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특혜취업으로 매도하려는 것은…]

그러나 구속기소된 서유열 전 사장와 김상효 전 실장의 진술과는 다릅니다. 우선 2011년 서 전 사장은 김성태 의원으로부터 직접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2년 서 전 사장은 김 전 실장에게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모 직원이 있는데 김성태 의원 딸이다. 하반기 공채에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이미 서류전형 합격자가 발표된 이후였는데요. 검찰 확인 결과 서류 합격자 명단에 없던 김 의원의 딸이 4단계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청탁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대가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것은 국정감사 증인인데요. 2012년 KT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해 당시 야당은 이 전 회장을 국감에 불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증인채택은 무산됐는데요. 당시 김성태 의원이 새누리당 환노위 간사였기 때문에 증인 협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입니다.

[은수미/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KT 이석채 회장을 왜 (증인) 채택하지 않으십니까?]

[김성태/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KT 이석채 회장 증인 채택 안 하면 우리 새누리당이 살인을 동조하는 정당입니까?]

[은수미/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왜 채택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밝히십시오. 왜 채택하지 않으십니까?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김성태/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왜 문재인 후보 아들은 왜 채택 안 하는 거예요? 초선 의원이면 초선 의원답게 좀 공손하고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지!]

[은수미/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초선 의원이라고 이런 식으로…]

검찰은 김성태 의원의 소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지난 정권 시절 국회의원 선거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경찰 치안감 2명은 구속을 면했습니다. 이들이 작성해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는 “A 지역구는 약세니까 인지도가 높은 B 후보를 투입해 공략해야 한다”는 식의 일종의 선거전략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하고요. 또 정보 담당 경찰이 전국의 유명 역술인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 운세나 국정 전망을 듣고 보고한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이들은 구속 심사에서 “수십 년 동안 계속된 관행”이라거나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당연한 일”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합니다.

최종혁 / 정치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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