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독] KT, 홍문종 의원 비서관 등 부정채용 의혹

[단독] KT, 홍문종 의원 비서관 등 부정채용 의혹

등록 :2019-03-20 18:42수정 :2019-03-21 08:59

에스케이텔레콤·시제이헬로비전 합병 논의될 때
비서관 김씨, 캠프 이씨 등 3~4명 부정채용 의혹
“김씨는 채용된 뒤 월급만 받아간 것으로 안다”
검찰 간부 “대가성 있다면 뇌물 혐의 적용 가능”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그래픽  정희영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그래픽 정희영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 시절 자신의 비서관 등 복수의 측근을 케이티(KT)에 취업시킨 정황이 20일 확인됐다. 홍 의원이 미방위 위원장을 했던 2014년 6월부터 2016년 5월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시제이(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던 때로, 케이티는 거대 경쟁사의 탄생을 막기 위해 이 합병을 반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케이티가 두 회사의 합병 등을 막기 위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인 홍 의원의 측근을 취업시켜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결국 에스케이텔레콤과 시제이헬로비전의 합병은 2016년 7월 좌초됐다. 홍 의원 측근 부정 채용은 현재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일)이 수사하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특혜 채용과 달리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이 아닌 황창규 현 회장 때 일이다. 이 때문에 지난 아현국사 화재로 국회 청문회를 앞둔 황 회장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케이티와 검찰, 경찰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2015년 무렵 케이티는 홍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아무개씨를 연구조사역으로 취업시켰다. 김씨 외에도 홍 의원의 지역구 선거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진 이아무개씨 등 총 3~4명이 연구조사역 등으로 케이티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조사역은 일종의 자문 역할을 하는 케이티 내 부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김씨다. 김씨는 30대의 젊은 나이로 대학 전공 등이 통신과 무관하며 관련 업무를 한 경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에 출근하거나 별도의 프로젝트도 맡지 않아 실적이 없었음에도 월급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케이티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회사에서 본 적이 없으며 특별한 업무를 하지 않았다. 다만 연봉은 최소 4000만원 이상 받았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연구조사역은 공개채용이 아니라 일종의 특채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회사의 재량권이 인정돼 채용 비리 등 범죄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김씨가 채용됐을 때는 케이티가 미방위 상임위원장이었던 홍 의원에게 바라는 대가가 비교적 뚜렷했고 김씨가 실제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죄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검찰 간부는 “특채의 경우 공채보다 혐의 적용이 엄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가 뚜렷하고 의심되는 직원이 일을 안 하고 월급을 받은 정황까지 나왔다면 뇌물 혐의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또 수사 결과 청탁자가 압력을 넣은 사실이 확인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케이티 내부에서도 당시 홍 의원의 측근을 채용한 것이 사실이며 그 이유도 분명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케이티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당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하락 등 지배력 약화를 우려한 그룹 최고위층에서 합병 저지를 위해 청와대와 국회에 적극적인 로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극적으로 나왔다”며 “당시 국회 미방위 위원장이 홍문종 의원이었고, 홍 의원이 꽂은 낙하산 인사가 채용된 것도 그 무렵이다”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케이티는 “일방적인 의혹 제기다”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홍문종 의원실 관계자는 “김씨와 이씨는 자기들이 알아서 취업한 것이다”며 두 사람의 케이티 취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취업에 특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특혜채용이 의심되는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환봉 김완 정유경 김재섭 bong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6719.html#csidxfae17b7c316398cb5ed41c4aa007f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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