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국회는 KT 정상화로 위성방송 사유화 막고, KT는 자율경영 보장으로 재허가 부관사항 준수하라!

위성방송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7월31일 스카이라이프 이사회는 KT가 파견한 강국현 부사장을 KT 출신 첫 사장으로 선임했다. KT에 장악된 이사회에 이어 비KT 출신이 그나마 균형추 역할을 해오던 사장마저 KT 손에 넘어간 것이다. 그 후 양사의 제휴상품인 OTS(Olleh TV Skylife)가 KT 단독상품인 OTV(Olleh TV)로 전환되는 것을 방어해오던 여러 장치들이 해체되고 대량 전환이 계속되면서 유료방송의 기반인 가입자는 순감(純減)하고 있다. 여기에 비리의혹 임원비호, 엉망진창 조직개편과 쥐어짜기식 인력운영 등 경영 실패가 이어지고,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적 결정과 ‘KT 사람일 뿐’이라는 구성원들의 불신은 위성방송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경영위기의 근본원인은, KT를 위한 ’위성방송의 사유화’를 견제하고 KT로부터 ‘자율경영의 공간‘을 만들어내야 할 지배구조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① KT 전현직 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사회의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② 비KT출신으로 KT의 독단을 완화해왔던 사장마저 KT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스카이라이프는 KT 이익에 복무하는 하부구조이자 KT로 가입자를 실어나르는 곳간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 와중에 남북공존시대를 맞았음에도 위성방송의 사명인 통일대비 방송서비스 구축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여기에 최근 스카이라이프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검토하다가 말면 그만’이라는 사측의 설명에도 구성원들의 불신이 팽배한 것은, KT를 위한 결정을 소리소문없이 추진하거나 검토 단계라고 말하다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터뜨려왔던 경험 때문이다. 또한 인수가 결정된다면 위성방송의 현재 재원만으론 부족해 엄청난 대출을 받아야 하는 등 위성방송의 존립과 직결되는 심각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KT는 MSO 인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스카이라이프 경영의 주요 축인 사장과 이사회를 KT가 장악한 상태에서 KT와 스카이라이프는 한 몸이다. ‘계열사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KT의 입장은 시장의 웃음거리일 뿐이다. 대규모 대출까지 필요할 만큼 회사의 능력에 겨운 인수일 뿐 아니라 KT가 장악한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인수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KT와 교감없이 추진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는 없다. 사측 역시 엄정하게 생각해보라. 위성방송 가입자가 KT로 손쉽게 넘어가는 것은 방치하면서 다른 유료방송 가입자는 엄청난 돈을 들여 사오겠다는 발상을 시장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MSO 인수로 위성방송과 케이블TV의 시너지는 모호하지만 OTS의 대량 전환과 같이 가입자 퍼넘기기로 KT에는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보더라도, 사측 스스로 ‘호구’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아닌가?

위성방송은 2001년 국민의 정부 국책사업으로 출범했다. 이제 KT스카이라이프는 6,500억원을 넘는 매출액을 가진 코스피 상장회사이자 (상법상 일반기업이 아닌)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 독점사업자이다. 공적 자산인 위성 주파수를 사용해 난시청 해소와 남북교류 방송사업, 위성방송기술 고도화 등 공적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 특정 대주주가 회사를 휘두르며 그 정체성과 공공성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되는 절대 이유이다.

그래서 자율경영, 투명경영은 위성방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201512월 위성방송 재허가시 통일대비 방송서비스 운영계획과 함께 경영의 투명성 ·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재허가 부관사항으로 부과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재허가 심사 당시 문제가 되던 이사회의 KT 편향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이사회 7인의 이사 중에서 KT 전현직 임원이 과반수인 4명이다. 다수의 사외이사 역시 KT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오늘(10일) KT 황창규 회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다.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정권 부역, 부당노동개입 의혹, 불법정치후원금 수사 등으로 사회와 KT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기왕의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역사 역시 바래져 지난달 평양 방문에서는 이통3사 대표 중 유일하게 제외됐고, 잠시지만 3위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에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역전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황창규 회장이 KT의 위기를, 비정상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강국현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말 이남기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사장권한대행을 맡으며 김영국 씨의 사장자격 부실검증, KBS 동료임원의 심사·평가 참여 방치, 사장공백사태의 장기화 등에 책임있는 경영자이다. 또한 황창규 회장의 인수위 출신으로 친KT 정책과 협력으로 조합원들의 불신을 받아왔고, 비리의혹 임원감사, 조직개편과 인력운영 등 의사결정 곳곳에서 독선과 불통으로 경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국회는 황창규 회장에게 KTMSO를 인수할 생각이 있는지, 있다면 그 자금을 왜 위성방송에서 조달하려 하는지를 질의하고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사장추천위원회 도입 등 공정한 사장공모절차 마련과 시청자단체, 언론학계, 노동조합 등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회를 균형화함으로써 스카이라이프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재허가 부관사항을 준수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동안 KT의 비정상을 증폭시켜왔던 비리와 의혹 역시 충분히 규명되고 그 책임이 밝혀져야 한다.

국회는 과기정통부에 위성방송이 자율경영 · 투명경영 보장과 통일대비 방송서비스 구축 등 재허가 부관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철저히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자율경영 · 투명경영 개선방안에 대해 스카이라이프가 동문서답한 것을 올바로 시정하도록 과기정통부에 요구해 위성방송이 재허가 부관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위성방송은 기로에 서 있다. KT의 위성방송 사유화 기도로 스카이라이프는 KT를 위한 돈줄, 가입자 곳간으로 서서히 고사할 수도 있다. 반면, 남북교류시대를 맞아 위성방송의 공공성 영역과 수행해야 할 사명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제 위성방송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자율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소유구조 개편까지도, 새로운 발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음을, 이번 MSO 인수 검토를 둘러싼 상황이 증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지부장 장지호)는 언론노조와 시민사회, 유관기관, 국회 등 여러 단위들과 연대하여 KT의 위성방송 사유화 기도를 저지하고 자율경영을 복원하는 그날까지 질기게 투쟁해갈 것이다. 우리는 이 투쟁을 통해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특정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이익, 국민의 이익을 실현할 것이다.

KT가 위성방송을 사유화하고 자율경영을 훼손하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황창규 회장과 강국현 대표의 퇴진이 KT 정상화와 위성방송의 공공성 복원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위성방송의 공적 책무를 재확인하고 사회와 시장의 새로운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언론노조, 시민사회, 국회와 함께 공론화를 모색하고 사회의 지혜를 모아갈 것이다. 위성방송의 자율경영을 확립하고 공공성을 제대로 실현하는 그 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들불처럼 번져갈 것이다.

2018년 10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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