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kt에서 의미 있는 노동판례가 쏟아지고 있다. kt에서 중요한 노동판례가 나온다는 사실은 지난 시절 kt 노동자들이 받은 탄압강도를 말해준다. kt 노동자들의 강고한 투쟁 성과가 판례로 구현됐다고도 할 수 있다.
kt 노동자들을 통해 ‘부당한 인사고과가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최초의 판례가 대법원에서 나왔다. 또한 ‘부당전보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 판례도 여기서 나왔다. 이른바 ‘직권조인이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는 하급심 판례도 의미심장하다.(이 글은 kt 민주동지회 조태욱님에게서 자료협조를 받았습니다)
1. 부당인사고과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가. 사건개요
2003년 9월 (주) kt는 대규모 명예퇴직(5,505명)을 실시했다. 기업에서 명예퇴직은 결코 명예로운 것이 아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자의반 타의반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나갔다. 그러나 명퇴를 거부하고 잔류한 직원들, 114출신과 민주노조운동원 등 1,002명이 퇴출대상자로 선정됐다.
kt는 이들을 C-Player (이하 CP)로 칭하고 이들에게 인사고과 F를 부여하고 임금(연봉)을 삭감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2013.1.29 수원지법 항소심에서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나. 판결요지(대법 2015.6.24, 2013다22195〕
“회사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차별은 피고 회사에게 부진인력들을 퇴출하거나 퇴직시켜야 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이상 그러한 차별처우가 피고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으로서 필요한 한도 내의 조치로 보기 어렵다.”
“(이는) 헌법 제11조가 선언한 평등원칙, 헌법 32조 제3항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는 취지 및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인사평가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라 할 것이다.”
다. 판결의 의의와 한계
이와 같은 판례는 부당한 인사고과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최초의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다만 소를 제기한 노동자 전원이 구제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2. 114 안내원을 전봇대 담당 업무로 발령한 사례 : 대법에서 손해배상 인정
가. 사건 개요
2005년 통신회사인 (주) kt는 114 안내원 출신의 한○○ 씨를 전봇대(통신전주) 타는 업무로 전환배치해 사회적 빈축을 산 바 있다. kt는 이 직원을 저성과자로 선정하고 퇴출압박을 가했고 2008년 파면했다. 이에 충북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원직복직 판정했다. 아래 판결은 한○○ 씨가 추가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으로 대법원은 kt측 상고를 기각해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나. 판결요지 (대법 2013.4.25. 선고 2013다10109)
이 사건 전직명령을 통해 그 동안 담당해 온 사무직 업무와는 연관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적 업무인 현장개통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도록 부여함으로써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다음, (중략) 원고(kt)가 지시위반 근무지 무단이탈, 조직 내 위계 및 질서 저해행위 등을 일으키도록 유발한 측면이 있고, (중략) 위와 같은 이 사건 전직명령으로부터 이 사건 파면처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인사권 및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입게 된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다. 판결의 의의와 한계
사무직 여성 직원을 전봇대 타는 일에 전보한 사실 자체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 때 공기업이었던 kt가 직원퇴출 프로그램을 조직적으로 운영해 대상자에게 비인간적 처우를 한 대표적인 사례로 오래 기록될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으나 일부 징계사유를 인정함으로써 한○○씨는 원직복직 후 재징계(감동 1개월) 후 체임발령(청주지사에서 충주지사) 됐다. 한 씨는 2009년부터 10여 년 동안 비연고지에서 왕복 4시간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
3. 조합원 동의 없는 명퇴밀실 합의에 손해배상 판결: 직권조인 손해배상 최초 판결
가. 사건개요
2014.4.8 kt 노동조합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를 통한 동의절차 없이 밀실 노사합의서를 작성해 kt가 노동자 8.304명을 명예퇴직 시킨 사건이다. 이에 민주성향의 조합원 226명이 집행부를 상대로 노사합의 무효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노사합의 무효청구는 기각했으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 정신적 위자료를 인정했다. 2심까지 손배가 인정됐고 최종심은 3년째 계류 중이다.
나. 판결내용 (서울고법 2015.12.16. 선고 2015나2026878)
(노동조합의) 위 규약의 조항들이 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에 합의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해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했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규약 제21조와 제61조 등이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규약을 위반해 노동조합의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조합원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판결의 의의와 한계는?
이른바 직권조인 (밀실노사합의)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배상 판결로써 조합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 노조위원장의 직권조인을 (노조법 29조 제1항) 규약으로 제약할 수 있는지 학설이 대립하는데 일단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로 의의가 깊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 직권조인 무효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됐다.
김형만 공인노무사-노동법률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