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KT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여야 국회의원으로 번지고 있다. KT 수사를 이끌고 있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본사 및 회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사옥에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연임이 확정돼 2020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황창규 회장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오히려 경찰의 KT 국회의원 불법후원금 수사에 대해 조직적으로 방해를 한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본지에 “KT가 불법정치자금 수사에 대한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KT 發 불법정치자금 의혹 파문 2탄
– 경찰, “전직 경찰간부 등 인맥 활용 수사 정당성 훼손” 토로

KT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은 관련 수사가 KT 압수수색 이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한 원인으로 황 회장을 비롯해 불법후원금 혐의에 연루된 KT 임원들, 김앤장이 합심해 조직적으로 수사에 대해 방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의 말을 종합해 보면 5가지 정도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KT는 불법정치자금 수사 관련 김앤장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 자문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앤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무법인으로 판검사와 경찰 출신 변호사가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법률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곳이다.

특히 KT는 법률 자문을 받기 전 김앤장 출신 변호사를 영입한 것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KT는 지난 1월 양진호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채용했다. 양 전 검사는 법무실 법무3담당 상무로 뽑았다. 양 전 검사는 2013년 9월부터 2017년 말까지 4년4개월 동안 김앤장 변호사였다.

또한 법무2담당 상무를 맡고 있는 정상귀씨 역시 김앤장 출신이다. KT가 김앤장 출신 변호사와 김앤장에게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은 향후 경찰 수사가 검찰로 넘어가고 결국 황 회장을 겨냥할 것을 대비한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황 살리기’
전직 경찰 고위간부
4명 ‘이름’도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KT는 김앤장을 통해 치안정감(지방경찰청장급, 경찰 서열 2위)출신 A, B씨, 총경 출신 (경찰서장급, 서열 5위) C, D씨 등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통해 경찰 지인들을 통해 수사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두 번째 고충은 검찰의 비협조를 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한 지 반년이 지났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착수한 지도 3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검찰이 영장청구를 지연하고 있다”고 관련 혐의자에 대한 수사가 진전을 못 보고 있는 이유로 들었다. 이 역시 김앤장과 KT 법무팀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철성 경찰청장은 2월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수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첩보로 지난 2017년 11월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일부 자금을 쪼개서 (국회의원들에게) 지원한 것인데 현재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중”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한 바 있다. 하지만 KT 임원들 일부에 대해서만 출국 금지시켰고 황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나 구속영장 청구는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받은 KT 일부 임원들조차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데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뿐만 아니라 사내 법무팀 변호사들을 대동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진술을 하지 않아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KT는 경찰 수사보다는 검찰로 수사가 옮겨질 경우를 대비해 ‘장기수사에 대비’하는 모양새로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경찰의 KT 수사가 조직적으로 방해를 받고 있다는 정황으로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들었다. 특히 KT 경찰 수사가 정권이 바뀐 이후 청와대 지시로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기위한 정치적 수사’로 몰아가는 KT발 언론플레이와 청와대 발 음해성 소문을 들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사정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청와대에서 KT를 비롯, 민영화됐지만 통상 정권이 바뀌면 포상처럼 주어지던 대기업 총수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KT에 대한 수사도 결국 ‘전 정권 사람’을 날리고, 자기네 사람을 심기위한 과정 아니겠느냐”고 비판성 기사가 나왔다.

특히 1월 30일 KT 관련 MBC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보도 이후 다음 날 전방위 압수 수색이 이뤄진 것이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KT 관계자들은 경찰 내 내부 제보자가 MBC에 관련 정보를 흘리고 일사천리로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막후에 청와대 ‘입김’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음모론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에서는 “경찰에서 KT 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지시’로 수사가 이뤄진다는 식으로 말해 수사가 마치 정권의 오더로 이뤄진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것”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은 KT 고위 임원인 L 실장이 언론을 담당하고 K 실장이 청와대를 접촉하고 있다고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에서는 또 다른 KT 고위 인사인 K씨가 청와대 수석, 비서관과의 인맥을 활용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보내기고 했다.

한 경찰관계자는 “임원 40여 명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KT 황 회장의 출석을 막고자 불법후원금을 내고 했는데 어떻게 회장의 지시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며 “본인도 언론에 나와 관행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언론 담당…L실장,
靑 접촉 K씨 실명 거론돼

실제로 황 회장은 KT 본사 및 광화문 지사,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한 직후 가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불법정치후원금은 관행’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황 회장은 ‘상품권깡’ 수법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줬다는 혐의 관련해 “정치인 후원금을 그런 식으로 내 온 관행은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수사를 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니 더 이상 답변하기 그렇다”고 말문을 닫았다.

실제로 불법정자금 수사관련 KT 측에서는 원론적인 해명을 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그나마 언론에 해명을 한 것을 보면 “참고인 조사만 있었을 뿐 아직까지 피의자 조사는 없었다”, “답변드릴 수 없다”, “모르는 일”,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 회장 역시 인터뷰에서 압수수색 관련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언급을 회피했고 현 정권이 본인을 흔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제가 뭐라고 답변하기가 그렇다”고 질문의 핵심을 피하고 있다.

나아가 KT가 최근 노무현 정권 시절 수석 출신을 사외이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정권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받고 있다. KT는 2월23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사회문화수석을 지낸 이강철 씨와 경제수석을 지낸 김대유 원익투자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KT의 사외이사 8명 가운데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3명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이강철(71) 신임 사외이사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고(故) 노무현 후보의 조직 특보를 맡았으며 이후 노무현 정부 때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김대유(67) 신임 사외이사는 행정고시 18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통계청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경찰 수사 관련 ‘미미한 외압’일뿐 ‘방패막이’ 수준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현 문재인 정권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강철 수석의 경우 여권 내에서조차 ‘친문재인 인사’라기보다는 ‘친안희정계’로 보고 있어 정권 차원에서 비호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찰 안팎,
“계속 수사 방해한다면
개인 횡령죄도…”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수석은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의원과 함께 ‘금강팀’ 멤버에 속해 있었다. 반면 문 대통령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은 ‘부산 친노’로 권력을 두고 경쟁적인 관계였다. 금강팀 핵심 멤버였던 안 지사는 참여정부 임기 초에 터진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돼 5년 내내 권력에서 소외당했다.

안 지사가 구속될 당시 민정수석은 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진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안 지사 측근들은 하고 있다. 지난 조기 대선에서도 안 지사를 막후에서 지지한 이 전 수석도 참여정부 시절 검찰 조사를 받고 권력에서 소외돼 여전히 문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갖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KT가 사외인사로 앉힌 것을 ‘방패막이’로 보기보다는 ‘고육지책이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여권에서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한편 경찰 수사 관련 KT발 방해 정황이 심해지면서 경찰에서는 “계속해서 수사에 협조는 하지 않고 수사를 지연시키면서 정당성을 훼손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황 회장 부동산 투기 등 개인횡령 혐의로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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