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김앤장에 기댄 황창규, KT 회장 자리 보전할까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315회 | 작성: 2018년 2월 28일 6:26 오후김앤장에 기댄 황창규, KT 회장 자리 보전할까
검사 출신 김앤장 변호사 슬며시 채용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대응 전략인 듯
올해 1월 KT(회장 황창규)가 양진호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실 법무3담당 상무로 뽑았지만 인사 발령 문서를 따로 내지 않아 KT 안에서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제19대 국회의원 50여 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에 따른 경찰 수사에 대응하려는 뜻으로 읽혔다.
양 상무는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을 거쳐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했다. 2002년부터 10년 동안 대전지방검찰청, 대구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수원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공판부에서 잔뼈가 굵어 송무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0월 서울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 서주를 연 뒤 1년여 만인 2013년 9월부터 2017년 말까지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변호사였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KT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 방어를 맡은 데 따라 퇴진 요구에 놓인 황창규 회장의 자리 보전 시도에 양진호 상무가 상당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였다.
판검사 출신으로 짠 송무 스크럼
(그런 사람이 KT에 합류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얼굴은 못 봤고요. 모르는 사람입니다.
방송통신 쪽 변호사들은 양진호 상무를 알지 못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조차 그를 몰랐다. 그동안 “KT 일을 한 건 아니고, 통신 쪽 순수 자문을 하던 사람도 아닌 것 같다.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관련 형사 사건을 많이 했을 수는 있을 듯하다”는 변호사도 있었다.
한 변호사는 “황창규 회장 (경찰 수사) 이슈 때문”에 양 상무를 맞아들였을 거라는 “소문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쪽 자문을 맡거나 관련 소송에 참여한 적 없는 검사 출신 김앤장 변호사를 뽑은 데다 김앤장에 사건 대리를 맡겼으니 누구나 쉬 미루어 헤아릴 만한 소문이 됐다.
KT 법무실에는 서울남부지검 검사를 그만둔 뒤 김앤장에 머물렀던 변호사가 한 명 더 있다. 2014년 1월 조석래 효성 회장 법인세 탈루 재판에서 김앤장 쪽 변호인에 포함됐던 장상귀 상무. 그해 5월 KT 법무실 법무2담당 상무가 됐다. 장 상무는 1998년 사법시험 40회(연수원 30기)에 합격하기 전인 1990년 제26회 기술고등고시를 거쳐 건설교통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검찰과 김앤장은 물론이고 중앙행정기관에도 인맥이 닿는다. KT 한 관계자는 장상귀·양진호 상무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에 투입할 김앤장 변호사 수와 시간 따위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진호 상무는 2월 27일 장상귀 상무 권유에 따라 KT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김앤장에서 (장 상무와) 거의 같은 부에서 근무해 잘 아는 사이”이고 “검찰에 있을 때에도 부서 라인(첨단범죄)이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저희 회사(KT) 형사를 김앤장이 맡아 (대리)하고 있는 건 맞지만 양벌규정상 (세부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상봉 KT 윤리경영실장도 검사 출신 변호사.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연수원 21기)을 거쳐 19년 동안 대구지검, 춘천지검, 수원지검, 청주지검, 대검찰청,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을 거쳤다. 옛 정보통신부 법률자문관으로 일한 적이 있고, 2011년부터 법무법인 명문에 머물다가 2012년 12월 KT 법무실에 몸담았다. 그 무렵 검찰이 이석채 KT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한 터라 ‘수사 대응을 위한 남 실장 채용’이란 해석을 낳았다. 검경 수사로부터 KT 회장을 두 명째 지키는 셈이다.
박병삼 전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판사는 2013년 2월 KT 법무 스크럼에 합류했다.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연수원 27기)을 거쳐 대구지방법원, 서울남부지법, 서울고등법원에 있다가 KT엔 전무로 채용됐다. 검찰의 이석채 전 KT 회장 배임 혐의 수사를 코앞에 두고 검찰 수사에 밝은 영장전담판사를 뽑은 것 또한 회장 자리 보전을 위한 선택으로 보였다. 박 전무는 올해 1월 KT 법무실장으로 승진했고, 황창규 회장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 방어를 관리하게 됐다.
검경 병풍 가득한 김앤장 기업형사 그룹
김앤장 기업형사·화이트칼라범죄 그룹은 “형사 사건 수사나 재판을 담당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80여 명의 검찰 및 경찰 출신 변호사와 120여 명의 판사 출신 변호사”에 힘입어 “다양하고 복잡한 각종 형사 사건의 조사·수사·재판 단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자랑해 왔다. 판검사와 경찰 출신 변호사가 200명에 이른다는 얘기.
2월 27일 김앤장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로는 기업형사·화이트칼라범죄 그룹 구성원은 154명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이기묵(2005년)·김정석(2013년) 고문을 뺀 152명이 판검사·경찰 출신 변호사이거나 외국 변호사였다.
송광수 제33대 대검찰청 검찰총장(2003년 ~ 2005년),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2009년), 국민수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2013년 ~ 2015년), 김병화 전 인천지검 검사장(2011년 ~ 2012년)이 눈에 띄었다. 김정석 전 서울지방경찰청장(2005년)과 김상환 전 경기지방경찰청장(2006년 ~ 2008년)도 김앤장 기업형사 그룹 변호사다. 최찬묵 전 방송통신심의위원(2011년 ~ 2014년), 유국현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위원(2002년 ~ 2003년), 김회선 서울 서초갑 19대 국회의원(2012년 ~ 2016년), 권오창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2014년 ~ 2015년), 박정규 전 민정수석비서관(2004년 ~ 2005년), 정진영 전 민정수석비서관(2011년 ~ 2013년), 최재혁 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2011년 ~ 2012년)도 눈길을 끌었다. 검경과 법원은 물론이고 국회·청와대·행정기관에 맥이 닿는 형사 사건 바람 막이 체계를 갖춘 셈이다.
김앤장 안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서면 작업, 조사, 조언할 사람 등 일고여덟 명으로 한 팀을 짜는 게 기본인데 사건에 따라 열 명쯤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임료에 변호사가 움직인 시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너무 비싸서 개인이 사건을 맡기기 힘들고, 대부분 기업의 형사”라고 덧붙였다.
증거 없앤 의혹도 일어
밑(지하 주차장)에서 PC (하드디스크) 깨는 소리 나서 보안요원이 놀라 (무슨 일인지) 확인한 적이 있어요. 작년 말에 트렁크에 휴대폰하고 (PC 하드디스크) 다 수거해 뒀다가 깬 거죠.
지난해 말 KT 서울 광화문지사 지하 주차장에서 주요 행정기관과 국회 접촉 업무를 한 CR(Corporate Relations)부문 주요 간부의 휴대폰과 PC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렸다는 KT 관계자 전언이다. “임원진 PC는 과장들이 관리하니까 하드디스크를 받아 숨겨 놓고 있다가 파기”했고 “(황창규 회장) 비서실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로 압수수색이 임박한 낌새가 보이자 관련 증거를 미리 없앤 정황으로 읽혔다. 참고인 조사를 끝낸 경찰이 이 아무개 KT 전 대외지원팀장, 최 아무개 전 CR지원실장, 맹 아무개 전 CR부문장, 황창규 회장 등으로부터 증거 인멸 여부까지 밝혀 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황창규 회장과 삼성전자 때로부터 인연을 맺은 윤종진 KT 홍보실장(부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김철기 KT 언론홍보2담당 상무는 2월 26일 “그동안 참고인 조사가 있었을 뿐 아직까지 피의자 조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몇 명인지, 홍보실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얽힌 임직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드릴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12월 CR부문과 비서실 주요 임원의 휴대폰과 PC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책임자일 개연성이 있는 KT 한 임원은 “모르는 일”이고 경찰의 참고인 조사 여부를 두고는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