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회 방치하는 노동부 뇌심혈관계질병 인정기준 개정안

과로사회 방치하는 노동부 뇌심혈관계질병 인정기준 개정안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박다혜
  • 승인 2017.12.27 08:00

▲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로사회를 당연시해서는 안된다. 정부를 포함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결단과 실천을 할 때”라며 과로사회 탈출 의지를 줄곧 밝혀왔다. 때문에 이번 고시 개정안은 현 정부가 그간 과로 산재에 대해 보여 줬던 소극적 태도를 얼마나 시정할지, 그 구체적인 정책의지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고시 개정안을 통해 노동부가 ‘과로사회’라는 우리 사회 불행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정안이 기존 만성과로 근로시간 기준, 즉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2008년 과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정책연구사업을 했는데, 당시 연구 결과(뇌심혈관계질환 과로 기준에 관한 연구, 2008년 11월)는 ‘3개월 이상 기간 동안 주당 52시간(월 평균 225시간) 이상 근로한 것 또는 휴일이 월 2일 미만인 경우’를 만성과로로 정의하자고 제안하면서, 주당 52시간을 만성과로 기준으로 본 것은 근로기준법과 문헌고찰, 산재 사례분석에 의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현행 고시에 주당 60시간(또는 64시간)이라는 과학적 또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임의적 수치를 만성과로 기준으로 창설했고, 개정안에도 버젓이 포함시켰다.

결국 고시 개정안에 포함된 주당 60시간 기준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상한(52시간)을 매주 8시간이나 초과한 위법 상태가 12주 동안 계속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주당 60시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불승인 처분을 하는 것에 법원이 수차례 반복해 처분의 위법함을 확인했는데도 노동부가 위법한 처분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기준을 또다시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시 개정안은 발병 직전 12주 이내 과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12주 ‘이전’ 기간에 장기간 만성과로가 존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지표를 누락하고 있다. 가령 발병 전 12주 이내 기간에 주간근무로 전환되거나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 1주 전 10일간 정년특별휴가를 다녀온 재해자의 경우를 보자. 그는 사망 직전 12주간 근로시간이 고시 기준에 미달되고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수십년 동안 상시·지속적인 장시간 근로를 하고 야간근무를 수반한 교대근무를 한 사정은 전혀 고려될 여지가 없어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얼마 전 법원은 위 사례 산재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업무상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산업재해보상험법 시행령 별표3에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만성과로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로 규율하고 있을 뿐 만성과로 원인과 판단기준을 발병 직전 12주로 한정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노동부 고시가 발병 직전 12주에 한정해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을 마련한다면 그 외 기간의 만성과로에 대해서는 판단 여지를 박탈당하게 돼 결과적으로 행정규칙에 불과한 노동부 고시가 법령을 제한하는 위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시 개정안은 야간근무의 경우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해 근무시간을 산정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그 단서로 노동부 승인을 받은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와 이와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는 일체 가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가 야간근로로 인한 건강영향이 적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건강검진 대상인 야간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시 개정안은 법 취지와 배치된다. 실제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를 특수건강검진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국경비협회 등에 노동부는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인 경비원 등도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야간근로자 특수건강진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고시 개정안은 노동부 승인을 받은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 외에도 ‘이와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일체 야간 근로시간 가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도저히 규범의 경계를 짐작 수 없는 ‘이와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라는 문구를 통해 사실상 경비원 등 통상적인 야간근로를 수행하는 이들이 모두 배제될 우려가 있다. 감시·단속적 근무 승인을 받지 않거나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신청했다가 불승인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기에, 위법한 장시간 근로를 요구하는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줄 위험성이 크다.

최근 대법원은 산재보험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2015두3867).

노동부는 업무상재해 판정기준을 통해 과로사회의 바람직한 작업환경 기준·지표를 사회적으로 확인·제시할 책무를 진다. 정부는 과로사에 대한 대통령의 위로의 언어를 넘어서, 죽을 만큼 과로하는 비정상적인 일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인 개선 유인을 보여줘야 한다.

박다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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