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KT 노조 선거 “황창규 반대” 민주동지회 바람 거세다는데…

지난 17일 케이티(KT) 새 노조위원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12개 지방본부위원장 선거에서 ‘본사지방본부위원장’에 ‘민주동지회’(민동회) 계열 후보가 선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민동회 계열 후보가 지방본부위원장으로 선출되기는 2001년 김영구 서울지방본부위원장 이후 처음이다.민동회란 1994~96년 케이티(당시는 한국통신) 노조를 이끌며 통신사로는 처음 파업을 벌여 김영삼 정부로부터 “국가 전복 세력”으로 지목당하기까지 했던 유덕상 위원장의 계보를 잇는 사내 노동자 조직이다. 이들은 유 위원장 이후의 노조 집행부를 ‘어용’으로 규정한다.20일 케이티 노조에 따르면, 지난 17일 치러진 케이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현 노조 대구지방본부위원장 출신의 김해관 후보가 68.3%의 지지를 받아 민동회 계열 이상호 후보를 물리치고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 당선자는 통상임금 인상률을 넘는 임금 인상과 노조 간부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내세웠고, 이상호 후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황창규 회장 퇴진과 노조 바로세우기 등을 앞세웠다.이번 선거에선 본사지방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민동회 계열 후보를 지지한 게 눈에 띈다. 민동회 계열 후보가 낙선했지만 본사지방본부 조합원 지지율이 50.5%로 절반을 넘었고, 함께 치러진 지방본부위원장 선거에서는 본사지방본부위원장에 민동회 사무국장 출신의 정연용 후보가 당선됐다. 케이티 노조 본사지방본부는 서울 광화문 건물, 우면동 연구개발본부, 경기도 분당 본사 등을 포함한다. 다른 지방본부에 비해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낮고, 여성 비중이 높다. 민동회 계열 후보가 지방본부위원장에 당선된 게 16년 만인데다가 본사지방본부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을 두고, 케이티 내부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케이티 새노조 관계자는 “나라로 치면 서울시장에 야당 후보가 당선된 꼴이다. 케이티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황창규 회장에 대한 불신임 표시이자 ‘어용 노조’에 대한 반발이란 해석이 많다”고 전했다.정연용 본사지방본부위원장 당선자는 “촛불 정국으로 촉발된 변화의 바람과 흐름이 케이티 사업장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젊은 조합원과 여성 조합원을 중심으로 회사의 통제와 감시를 거부할 수 있는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본다. 노조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회사와 쉽게 타협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케이티 노조는 21일 전국 252개 지부의 지부장을 뽑는 선거를 진행한다. 민동회는 바람을 이어가고, 회사 쪽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