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황창규 회장, KT 여성친화기업?…여직원 성희롱 사건 은폐하려다 ‘철퇴’

황창규 회장, KT 여성친화기업?…여직원 성희롱 사건 은폐하려다 ‘철퇴’
    • 입력2017-08-23 07:07
    • 수정2017-08-2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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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성장하기 좋은 회사’를 지향한다는 KT가 사내 여직원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은폐하려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여성이 성장하기 좋은 회사’를 지향한다는 KT가 사내 여직원 성희롱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피해자인 여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황창규 KT회장이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KT를 성차별 없는 급여와 공평한 승진기회 제공으로 능력 있는 여성이 성장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한 발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KT는 황 회장의 여성친화 경영에 힘입어 지난해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상까지 수상해 이번 성희롱 사건 논란은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KT성희롱 피해자에 따르면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KT에 성희롱 피해 관련 조사결과를 전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사결과에서 “오OO가 지난 3월 29일 원OO를 직장 내 성희롱 한 사실이 확인되나, 가해자 오OO에 대한 징계 등 이와 유사한 조치를 행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KT는 이를 9월 13일까지 시정조치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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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KT 여직원 성희롱 피해 관련 조사결과문.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했다. 피해자 원모씨에 따르면 KT경기지원부장인 오 모씨는 KT동의정부 경기지원 11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당시 해당 팀 소속 여직원 원 모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오 부장은 여자 화장실 앞에 찾아와 “빨리 나와라”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원 씨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

더 큰 문제는 원 씨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벌어졌다. 당시 사무실에는 경기지원 11팀장인 이모 씨와 차장인 노 모씨가 함께 있었다. 이들 4명이 사무실에서 12분 정도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오 부장이 갑자기 일어나 원 씨의 뒤쪽에 서서 팔을 벌리고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는 몸을 비비는 제스처와 함께 “와 봐봐라. 성추행한다. 성추행”이라는 조롱 섞인 말을 하며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노 차장은 같은 여직원이었음에도 이를 방관했다.

원씨가 성희롱 사건에 앞서 지난 2014년 업무지원단이라는 신설조직으로 발령이 났다. 해당 조직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과 민주노조활동가 등 291명을 배치한 곳이다. 원씨는 새로운 업무에 맞지 않아 사무실 대기 중이었고 오 부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사무실 대기를 빙자한 일종의 괴롭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 원 씨는 이를 KT내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에 성추행 신고를 했고, 고충처리위원회에서는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KT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는 심의 결과 가해자 오 부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추행 성립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원 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KT전국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 등은 성명서를 통해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오 부장이 원 씨를 찾아와 자신의 언행을 사과한다고 했던 명백한 성희롱 사건이지만 KT는 이를 덮어버리고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서 “회사는 말을 바꾼 오 부장 등의 거짓 진술에 기대어 형식적 조사를 마친 후 원 씨의 피해호소를 ‘사실무근’이라며 묵살했다. 급기야 원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현장방문과 충분한 심문 조사를 진행 한 후 오모 부장의 성희롱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KT는 오 부장과 그 일행들에게 사건을 은폐 조작하도록 지시하고 명예훼손소송을 사주한 회사 측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엄정하게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KT 관계자는 “아직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 공문을 받지 못했다”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담당한 조윤숙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지난 18일 KT에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냈다”고 밝혀 실제로 받지 못했는지 의문을 키웠다.

한편, KT가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KT 대표이사 황창규 회장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인권 담당 한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에 대해 이행을 하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했을 경우에는 해당 사업장 대표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면서 “이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상의 조치일 뿐이다. 피해자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자 대표를 상대로 형사고소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규기자 kmg@sportsseoul.com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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