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역대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하고도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물러났다. 새로운 정권의 직간접 압박 속에 이런저런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KT도 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초기 검찰 수사를 받고 사임하는 일을 두 차례나 겪었다. 이명박 정부 1년 차 때 남중수 당시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임했다. 후임 이석채 회장도 박근혜 정부 1년 차 때 배임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물러났다. 민영화 후 첫 사장인 이용경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연임을 위해 사장 공모에 신청을 했다가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도 청와대가 이 두 회사의 인사 등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민영화됐다지만 주인이 없는 가운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두 회사의 불운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현재 권오준, 황창규 회장도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두 회사 안팎에서는 “회장 임기를 정권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도 흘러나온다.
반면 정권 실세들이 포스코와 KT에 수시로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까지 알게 된 것은 ‘진정한 독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두 회사 회장 모두 위기에 빠진 기업의 실적을 크게 개선시킨 점도 외압을 어렵게 만드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그간 개혁과 통합을 외치며 정권유착을 비판해 왔기 때문에 적어도 당장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KT 회장의 거취는 새 정부의 기업 자율성 보장 의지를 확인하는 직간접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