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 KT관리직 직원, 부하 여직원 성추행 논란…“뒤에 와 비비대”

[단독]KT관리직 직원, 부하 여직원 성추행 논란…“뒤에 와 비비대”

KT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 가해자 증언 토대 “성희롱 성립 불가”판결
해당 여직원 녹취파일에는 관리직 직원 “성추행 관련해…대단히 죄송하다” 잘못 인정

김민규 기자  |  kmg@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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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24일 (월) 16: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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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의 한 관리직 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이거 성추행이야, 성추행”이라며 대놓고 조롱한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KT의 한 관리직 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이거 성추행이야, 성추행”이라며 대놓고 조롱한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은 현재 심각한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인해 수면 장애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KT성추행 피해자 제보에 따르면 지난 3월 29일 KT경기지원부장인 오모씨가 KT동의정부 경기지원 11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때 이 팀 소속 여직원 원모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로 갔지만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오 부장은 여자화장실 앞에 찾아와 “빨리 나와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여직원 원씨는 수치심과 함께 모욕감을 느꼈다.

문제는 원씨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벌어졌다. 당시 사무실에는 경기지원 11팀장인 이모씨와 차장인 노모씨가 함께 있었다. 이들 4명이 사무실에서 12분 정도 얘기를 나누던 그때 오 부장이 갑자기 일어나 원씨의 뒤쪽에 서서 팔을 벌리고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는 몸을 비비대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오 부장은 “와 봐봐라. 성추행한다. 성추행”이라고 조롱 섞인 말을 하며 원씨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노 차장 역시 여직원이었다.

원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뒤쪽에 바짝 다가서 자신의 입으로 성추행한다고 조롱하는데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수면장애까지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특히 여직원도 보는 앞에서 이런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원씨가 오 부장의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겠다고 하자 가해자인 오 부장은 다음날인 30일 원씨를 찾아와 잘못을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씨가 제보한 녹취파일에서 오 부장은 “(원 씨에게) 어제 화장실 앞에서 소리를 지른 부분은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성추행 관련해 저도 모르게 격한 발언을 나온 것도 대단히 죄송하다”라며 거듭 사과를 하며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오 부장은 자신이 성추행 발언과 함께 화장실 앞에서 소리를 지른 것도 모두 인정한 셈이다.

◆ 눈 가리고 아웅 하는 KT…가해자 주장 받아들여 ‘성추행 성립 안돼’ 결론

하지만 KT에서는 이 같은 피해자 여직원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추행 피해자 원씨는 KT내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에 성추행 신고를 했고, 고충처리위원회에서는 조사에 들어갔다.

고충처리위원회는 지난 6일 KT동의정부 회의실에서 원씨를 불러 조사했고, 지난 18일에는 KT광화문 EAST에서 원씨와 참고인 박모 과장을 함께 불러 심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원씨는 공정하지 못한 심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원씨는 “심의를 받는 1시간 40분 동안 성추행 사건에 대해 반복적 진술을 요구했고, 진술을 할 때마다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끊임없이 느꼈다”면서 “특히 여직원 심의의원은 ‘왜 저항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복된 질문을 하며 심의가 아닌 심문을 하는 듯했다”고 토로했다.

심의결과를 보니 가해자인 오 부장은 고충처리위원회 조사에서 “여직원 원씨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지 않아서 화장실에 있는 원씨가 면담에 응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바쁘니깐 먼저 갈게요’라는 취지로 했지만 소리를 지른 적은 없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성추행 가해자인 오 부장은 화장실 앞에서 대화한 사실 등 격하게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한 것이지 성희롱을 하였음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명시됐다.

심의결과 내용에서 몇 가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소리를 지른 적은 없지만 격하게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한 것과 성희롱했음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오 부장의 주장은 녹취파일 내용과 맞지 않다.

분명 원씨에게 제공 받은 녹취파일에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정중히 사과를 함에도 회사 측에다가는 거짓말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고로 KT는 여성친화기업을 표방하며, 최근에는 사람을 중요시한다고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상반된 행위와 함께 심각한 도덕적해이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KT는 지난 18일 오 부장의 주장을 받아 들여 이 같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음’이라고 심의결과를 원씨에게 통보했다.

피해자 원씨는 현재 (사)서울여성노동자회와 고용노동부, 여성인권단체 등을 통해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김정희 (사)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실 팀장은 “성추행과 성희롱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입증 때문에 죄를 밝히기 힘든 경우가 있다”라며 “하지만 녹취파일이 있다면 정황상 증거로 채택, 성추행을 입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화장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행위가 성추행이나 성희롱일 수는 없지만 여직원 입장에서 부끄러움과 수치심 등을 느꼈다면 성추행이 될 수 있다”라며 “또 가해자 본인이 인정했다면 성추행이다”라고 말했다.

또 한 여성인권전문 변호사는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에서는 직장 지위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한 경우 ‘성폭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또 이 같은 상황처럼 또 예기치 않은 돌발 행동으로 성추행 행위를 한 것은 ‘기습추행’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백한 증거가 있으면 기소될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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