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차은택·송성각씨 등 직권남용으로 기소
박 대통령, KT 인사개입·광고수주에 공모
포레카 강탈 관련해, 안종범에 ”챙겨라” 지시
27일 기소된 차은택씨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공범으로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최소 5차례 지시를 통해 민간 기업인 케이티(KT) 인사에 개입하고, 부당한 광고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최씨 쪽에서 강탈하려는 과정에도 박 대통령이 일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와 최씨 그리고 박 대통령의 ‘대기업 광고 따먹기’ 계획은 지난해 초부터 치밀하게 진행된다.
차씨의 공소 내용을 보면, 차씨는 최순실씨와 함께 지난해 1월 광고회사 모스코스를 차리고 10월에는 또 다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세운다.
차씨 등은 또 지인인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케이티의 광고 담당 임원으로 채용되도록 계획한다.
박 대통령은 이들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지난해 1월과 8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홍보전문가인 이씨와 신씨를 케이티가 채용하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이들이 채용된 뒤인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에는 “이씨와 신씨의 보직을 광고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안 전 수석이 황창규 케이티 회장에게 “윗선의 관심사항”이라고 전달한 뒤 이씨는 전무급인 케이티 아이엠시(IMC) 본부장,
신씨는 아이엠시 본부 상무보로 보직이 바뀐다.
올해 2월 박 대통령은 다시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케이티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안 전 수석은 황 회장과 이씨에게 “VIP 관심사항”이라고 해당 내용을 전달한다.
이후 케이티는 광고 제작 실적 규정을 없애는 등의 특혜를 주면서 플레이그라운드를 케이티 광고대행사로 선정한다.
케이티는 지난 3월말부터 8월까지 68억원 상당의 광고 7건을 줬고, 플레이그라운드는 5억원여의 수익을 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차씨와 최씨가 공모한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 시도에도 개입한다.
차씨와 최씨는 포스코가 매각하려던 포레카를 인수하려 했으나, 자격 미달로 인수할 수 없게 되자
포레카 인수가 유력하던 컴투게더 대표 한아무개씨를 협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고 시도한다.
한씨에게 ‘지분 80%를 넘기고 월급사장을 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를 해서 없애버린다’는 노골적인 협박도 한다.
박 대통령도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게 포스코 권오준 회장 등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거들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 혐의는) 대통령을 공범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나 최씨가 2014년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장(차관급)에 임명된 송성각씨의 인사에 관여했는지는 추가 수사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송씨는 차씨의 추천으로 그해 12월말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는데,
공식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한달 여 전인 11월 중순께 이미 청와대 등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haojun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