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불붙은 ‘양대지침’ 논란… 저성과자 해고 전문 KT 사례 들여다보니

불붙은 ‘양대지침’ 논란… 저성과자 해고 전문 KT 사례 들여다보니
  • 입력:2016.01.28 05:00
  • 수정:2016-01-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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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양대지침’ 논란… 저성과자 해고 전문 KT 사례 들여다보니 기사의 사진
MBC 다큐스페셜 ‘전봇대 가장-희망퇴직 이야기’ 편 방송 장면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은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하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양대 지침’이 25일부터 노동현장에 적용됐다. 고용노동부는 ‘쉬운 해고’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지침엔 ‘업무 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 성적이 부진해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를 해고 요건으로 규정해 놓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양대 지침이 적용되기 이전에도 일부 기업들은 특정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모욕감과 수치심을 자극해 사직을 유도하는 꼼수를 써 왔다. 그 중 KT의 ‘만행’은 충격적이다.

KT의 저성과자 퇴출 방안은 2011년 4월 KT 공채 1기로 입사한 반기룡씨가 양심선언하면서 낱낱이 드러났다. 27일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최초 폭로는 2008년 1월 익명의 관리자급 직원이 비밀지침 문건을 센터에 전달하면서 이뤄졌다. 두 번째로 2010년 7월 안모 지점장이 좌천성 인사조처 후 계약해지를 당한 것에 대해 부당해고를 주장하기 위해 노무사를 찾아 ‘인적관리계획’을 공개했다. 반씨의 양심선언은 세 번째 폭로였고 비밀문건 공개는 이후로도 두 차례 더 이어졌다.

이들의 폭로 내용을 종합하면 KT는 민영화 이후인 2006년부터 비밀리에 ‘부진인력(C-PLAYER·CP) 퇴출 및 관리 방안’을 시행했다. 2005년 사측이 작성한 부진인력 관리대상자는 모두 1002명으로 저성과자뿐 아니라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CP 대상자들에게 대거 D, F 등급을 매기고 연봉 일부를 삭감하거나 원치 않는 지역 또는 직무로 인사 조치했다.

KT의 인력 퇴출 수법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우선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근무지를 발령하고, 생소한 업무를 부여해 저성과자로 만든 후 그래도 자진 퇴사 하지 않으면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했다. 직무수행 평가도 해고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단독 업무를 맡긴 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주의·경고를 거쳐 징계하고 끝내 해고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KT는 114 안내원 출신 여성 직원에게 인터넷 전화 개통 업무를 부여한 후 울릉도로 보냈다. KT는 이 직원이 전신주와 지붕에 오르지 못하자 정년을 1년 앞두고 업무지시 불이행과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했다.  

이 직원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으면서 복직했는데 관련 소송의 판결문에는 “부진인력 퇴출 대상자 1002명 중 간부직은 121명, 업무부진자는 422명, 상품판매팀(114 안내원 출신자)은 458명으로 이들은 모두 2003년부터 2004년까지의 사이에 명예퇴직을 거부한 자들”이라고 적혀 있다.

MBC ‘다큐스페셜’은 2014년 9월 KT에서 고초를 겪은 직원들의 사연을 다룬 바 있다.

방송에서 공규식씨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잘못 설치된 전봇대를 찾아 사진을 찍는 일을 하는 ‘전봇대 업무’를 맡았다.  

공씨는 “사진 찍어서 보내는 것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게 일의 전부”라며 “희망퇴직을 하라는 회사의 권고를 따르지 않자 전봇대 업무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50대 여직원 육춘임씨의 경우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전봇대에 올라야했다. 육씨는 “영동전화국 뒤에 가면 전봇대가 하나 서 있다”며 “전봇대에 올라가는 것을 가르치려고 뒤뜰에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에 따르면 육씨는 당시 위암 수술을 앞둔 남편이 있어 쉽사리 일을 그만둘 수 없던 상황이었다.

반씨는 양심선언 당시 “KT는 반인간적이고 소름끼치는 퇴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지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체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KT의 사례처럼 저성과자로 낙인을 찍어 자진 퇴사를 종용하는 방식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저성과자 일반해고 완화 제도는 사실상 KT의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의 양성화로 이어질 공산이 있어 노동운동가들과 노동법학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장은 “다섯 차례 비밀문건이 공개되고 두 차례 관리자급 양심선언이 이어지자 법원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그럼에도 KT는 지금도 여전히 ‘업무지원단’이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퇴출 대상 직원들에게 모뎀이나 임대 단말기를 회수하는 허드렛일을 시켜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저성과자 해고 완화는 사실상 KT 퇴출 프로그램을 전 사회로 확산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막기 위해 28일부터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KT 퇴출 프로그램 사례 전시회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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