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 KT노조 정윤모 집행부의 정리해고 수용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304회 | 작성: 2015년 11월 3일 11:41 오후KT노조 정윤모 집행부의 정리해고 수용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KT노조 정윤모 집행부가 단체협약에 ‘정리해고’ 조항을 신설할 것을 요구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신설하고자 하는 ‘정리해고’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37조(정리해고)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감원코자 할 때에는 최대한 자구책을 강구한 후 그 사유를 최소한 9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다음 각 사항에 대하여 노사합의를 거쳐 결정한다.(후략)”(강조는 인용자)
이 신설 ‘정리해고’ 조항은 사측에 무제한의 해고 권한을 쥐여 주는 것과 다름없다. “부득이한 사유로”라는 표현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를 금하고 있고,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가 입증돼야만 정리해고를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영화 이후 여러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 온 KT도 정리해고라는 수단은 사용할 수 없었고 주로 강제적인 ‘명예퇴직’과 분사화 등의 방식을 써 왔다.
그런데 단협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뿐 아니라 ‘부득이한 사유’까지 포함되면, 사측이 원할 때마다 ‘부득이한 사유’라고 주장하며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윤모 집행부는 이 조항이 ‘고용 안정’을 위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를 시행할 경우 ‘5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을 ‘90일 전’에 통보하고 ‘합의’하도록 요건을 더 강화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리해고 요건을 ‘부득이한 사유’로까지 확장해서 사측에 사실상 정리해고 권한을 쥐여 주고 나서, 협의니 합의니 따지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그래서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KT노조의 요구안은 고용 안정 협약이 아니라 정리해고를 하도록 절차를 규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고 비판했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법률원)도 “부득이한 경우까지 해고요건에 넣은 것은 근로기준법을 밑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매일노동뉴스> 10월 25일자)
더구나 그동안 조합원의 권익을 배반해 온 정윤모 집행부의 행태를 보건대, ‘협의’가 ‘합의’로 바뀐다 한들 이 집행부가 과연 정리해고를 막아 낼 의지나 있는지 믿을 수 없다.
굵직한 것들만 살펴봐도, KT 전 회장 이석채를 비호하며 연임 지지 성명을 낸 것, 2013년에 임단협안을 백지위임해 저성과자 퇴출제인 ‘직권면직’ 제도를 앞장서 받아들인 것, 8천여 명 강제 명퇴와 학자금 지원 폐지 등을 밀실야합으로 직권조인한 2014년 4·8 노사 야합, 올해 2월에 기존 정년의 3년 전부터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를 또다시 직권조인으로 받아들인 것 등 정윤모 집행부의 조합원 배신 행위는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이런 집행부가 고용 안정을 위해 ‘정리해고’를 단협조항으로 신설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선도적
지금 박근혜 정권이 쉬운 해고(저성과자 해고제),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 개악을 추진해,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돌아보면, KT는 박근혜 정권이 도입하고자 하는 “임금 삭감, 쉬운 해고”의 핵심 제도들이 어용 집행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선도적으로 도입돼 온 사업장이다.
△정리해고 조항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철야농성을 진행 중인 KT전국민주동지회 ⓒ제공 KT전국민주동지회
2009년에 ‘고과연봉제’가 도입돼 전 직원 성과연봉제가 시작됐고, 2013년에는 ‘직권면직’ 제도로 저성과자 해고 제도도 이미 도입됐다. 기존 정년보다 3년 먼저 임금 삭감이 시작돼 최대 40퍼센트까지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도 올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KT에서 선도적으로 시행된 각종 노동 개악 정책들은 이후 전 사업장으로 확산되곤 했다. 이제 또다시 ‘쉬운 정리해고’라는 살인무기가 KT를 통해 노동계급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정리해고 조항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 집회,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10월 27일부터는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또, KT가 시행한 CP퇴출프로그램이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KT 사측에 손해배상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정리해고 단협 조항 철회를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다.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정리해고 단협 조항을 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