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취재 결과 KT가 인공 위성 헐값 매각뿐만 아니라 아직 발사도 안 된 위성에도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위성은 무궁화 2호, 3호를 매입한 ABS(Asia Broadcasting Satellite) 측이 2012년 발사를 목표로 제작을 시작한 것이나 현재까지도 발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발사도 안 된 이 위성은 이미 시작된 KT의 아프리카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여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KT는 애초 각각 2010년 1월, 2011년 9월이라고 말했던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의 매각 시점에서도 '거짓말'을 했다. KT는 이미 2009년 7월과 2010년 5월에 각각 무궁화 위성 2, 3호를 이미 매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디어스>가 ABS측의 공식 발표 등을 추적한 결과 이미 그 때 ABS측이 관련 사실을 공개했던 것을 확인했다. 이는 KT가 ABS측의 위성 2기에 대한 공동소유권 계약 체결 이전 시점이어서 향후 '정부도 모르게 무궁화 위성을 다급히 매각한 이유가 아프리카 위성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파문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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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는 2010년 5월 24, 무궁화 위성 3호(Koreasat-3)를 구입했다며 KT와 공동 보도자료를 배보했다. 관련 보도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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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2호, 3호 헐값 매각에 이어 발사도 안 된 위성에 투자
지난 2010년 7월 KT는 ABS측과 콘도샛 계약을 체결했다. 콘도샛 계약이란 인공위성 내부 중계기를 공동소유하는 것이다. 당시 KT측은 ABS측 위성인 ABS-1의 중계기 4기와 아직 발사되지 않은 ABS-2의 중계기 8기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했음을 공표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은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의 매각 직후 이루어진 것으로 ABS측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계약을 통해 자금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었고 ABS-2 발사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KT가 콘도샛 계약을 체결할 당시 ABS-2는 2012년 중 발사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BS측이 발사 시기를 차일피일 미뤄 현재는 2014년 5월 경 발사 예정으로 알려지나 이마저도 정확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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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2호에 대한 ABS의 설명. 'Launching soon'이라며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ABS홈페이지 관련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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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2호, 3호 매입에 이은 KT와의 콘도샛 계약 체결로 ABS측은 상당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콘도샛 계약 직후인 2010년 9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사모펀드 중 하나인 퍼미라 펀드(Permira Funds)가 ABS의 대주주가 된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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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채 KT 회장. (KT 제공) |
2006년 ABS 창립 당시 대주주는 미국 시티그룹 계열의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CVCI(Citi Venture Capital International)와 마찬가지로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로 추정되는 ADM Capital(Asia Debt Management Capital)이었으나 KT와의 성공적인 계약 성사 이후 이들은 퍼미라 펀드 측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당시 CVCI측에서 이 작업을 주도한 핵심 인물은 한국의 전직 외교관 및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등과 혈연관계가 있는 한국계 외국인으로 추정돼 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KT가 2011년 2월 스피드캐스트(Speedcast)측과 해상광대역 서비스 투자를 통해 무궁화 5호와 미국 위성 업체인 SES측 위성을 활용하기로 한 협약을 둘러싼 의구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피드캐스트 측은 이 협약 직후 SES측 위성 사용 용량을 확대하는 추가 협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스피드캐스트의 창업자가 ABS의 현 CEO인 톰 최(Tom Choi)라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해상광대역서비스 등은 김일영 KT 코퍼레이트센터장이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KT SAT에서 담당하고 있다.
KT의 아프리카 사업에도 영향 미칠 것
아직까지 발사가 안 된 ABS-2 위성은 KT 아프리카 사업의 핵심 요소로 추정된다. KT의 영문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KT 소유 위성의 커버리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KT측은 무궁화 5호와 6호, ABS-1 위성을 통해 아시아권에 C밴드 및 Ku밴드를 확보하고 있으나 아프리카의 경우 ABS-1을 통한 C밴드만을 확보하고 있다. 각 주파수의 성질 상 C밴드 주파수는 위성 통신에 많이 쓰이고 Ku밴드 주파수는 직접 수신 방송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난 7월 KT스카이라이프 측은 르완다 방송공사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위성방송 기술선도 경험 및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아프리카 대륙에 전수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KT스카이라이프측은 위성을 통한 실시간 방송과 LTE네트워크를 이용한 VOD서비스 등을 결합한 신형 결합상품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결합상품은 스카이라이프와 IPTV를 결합한 ‘올레TV'를 LTE네트워크 기반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므로 인공위성을 통한 Ku밴드의 활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2012년 발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ABS-2가 지금까지 발사되지 않으면서 KT 비통신분야의 효자노릇을 한 KT스카이라이프 측의 사업 계획 일정도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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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가 KT와 무궁화 위성 매매 및 콘도샛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화면. (관련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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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위성 매각 등 위성관련 사업 ‘이석채 라인’이 주도해
무궁화 위성 등을 둘러싼 위성관련 사업은 이석채 KT회장이 취임한 직후 상당한 권한을 얻게 된 인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ABS측과 무궁화 2호와 3호 매각, ABS-1과 ABS-2에 대한 콘도샛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김성만 현 KT ENS 대표이다. 김성만 대표는 KT수도권강북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나 이석채 회장(당시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네트워크부문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또, KT의 위성관련 자산 등을 물적분할하고 인말새트(Inmarsat)담당 업무영역을 확장해 설립된 KT SAT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김일영 KT코퍼레이트센터장 역시 이석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김일영 센터장은 영국 BT(British Telecom)출신으로 2009년 6월 KT그룹 전략CFT장으로 선임됐다. 이석채 회장이 BT측 고문을 맡았을 당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일영 센터장은 KT의 아프리카 사업 전략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KT 내부에서는 "BT의 아프리카 진출시도 시 실패했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검찰은 지난 22일 김일영 센터장의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일부 KT관계자들이 “무궁화위성 2호와 3호의 매각을 주도한 것은 김일영 센터장”이라고도 밝히고 있어 위성 매각을 둘러싼 의혹의 전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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