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심한 KT, ‘정관’ 개정?’측근’ 배치로 ‘친정체제’ 강화 [ 2013.01.24 ]

   
▲ (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우) 이석채 KT 회장.

[스페셜경제] 이석채 KT 회장이 ‘굳히기’ 한판에 들어갔다.

‘좌불안석’ 정권교체기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등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되레 경영에 날개를 달고 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의 전임 수장들이 ‘인사 청탁 혐의’,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잇달아 구속되면서 허망한 최후를 맛 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지난 4년간 행보가 ‘친정체제’ 구축에 있음을 지적했다. MB정부가 투하한 ‘낙하산 사장’이라는 논란을 빚으며 등장했던 이 회장이 임기 내 정관 개정 등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대선을 끼고 연말?연초 인사를 단행해 자신의 측근들을 경영 일선에 배치함으로써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그간 정치권과 KT 사이의 관례를 깨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이 회장 체제 하에서 불거진 ‘노동탄압’ 의혹 등이 이 회장의 ‘굳히기’ 가도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회장에 대한 노동계의 반감과 정권의 눈치어린 시선 등을 이겨내고 이 회장의 ‘굳히기’ 한판이 성공할 수 있을까.

정권 따라 변하는 KT 수장…“이석채는 퇴진하라”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회장직을 노리는 인사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박 당선인 주변으로 통신 부문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

실상 정권교체가 다가올 즈음이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수장 자리를 기웃거리는 인사들이 많았다지만, 연봉 3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 KT 수장직은 그 중에서도 ‘으뜸’에 달해 정권에 줄대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들 중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출신과 타 통신업체의 고위급 간부 등이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주변 인물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KT 회장직의 하마평에 올랐다.

박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그를 도왔던 윤창번 방송통신추진단장(현 인수위 전문위원), 윤 단장과 함께 ICT 전문가에 영입된 윤종록 전 KT 부사장, 홍순직 전주 비전대 총장 등이 KT의 차세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가 이렇듯 ‘김칫국을 마시며’ 이 회장의 후임을 물색하는 데에는 이 회장과 박 당선인 사이의 묘한 기류도 연관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민경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을 맡으며 MB정부의 주요 낙하산 인사에 꼽힌 이 회장이지만, 그는 사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최측근에 자리해 있다.

이 회장은 YS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고교 선후배 사이로 지내며 친분을 다지다 문민(YS)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요직을 거쳤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김 전 부소장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혹독한 유신시절 박정희와 박근혜는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이 나라를 얼음제국으로 만들었다”고 박 당선인을 향한 날선 비판을 가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김 전 부소장과 막역지우로 알려진 이 회장도 문 후보를 밀지 않았겠냐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 측이 이 회장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비단 권력의 ‘힘’ 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4년간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직원들과의 관계가 원활치 못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인력퇴출프로그램’ 등 숱한 의혹들이 ‘노동자 탄압’ 사례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익제보자를 보복해고 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노동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KT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KT 지사 앞에서 ‘KT의 공익제보자(이해관 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보복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 보복해고 하는 KT 이석채는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위원장에 대한 KT의 해고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경제민주화 요구에 숨죽이던 대기업들이 일제히 노동탄압을 자신 있게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노동탄압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제주7대 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KT의 이번 행동에 대한 대응은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MB 낙하산의 소굴인 KT의 경영에 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

해고된 이 위원장은 현재 박 당선인과 인수위 앞에서 이 회장의 퇴진을 목표로 1인 시위를 진행중이다.

친정체제 구축 강화…“더이상 물러날 곳 없다”

하지만, 업계의 중평은 이 회장이 호락호락하게 KT의 수장직을 빼앗길 리 만무하다는 데 있다. 특히 4년간 쌓아올린 그의 친정체제가 이미 상당히 구축돼 오는 2015년까지 정해진 임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화된 이 회장의 친정체제를 살펴보면, 우선 ‘정관’ 개정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앞서 2008년 KT는 ‘낙하산’ 시비 논란에 빠지며 정관 25조(2년 이내 경쟁사에서 임직원을 했던 인물은 KT의 대표이사가 될 수 없다)를 개정했다. 이를 통해 정관상 결격사유가 있었던 이 회장이 대표직에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이 회장과 KT는 ‘CEO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정관을 개정했다.

사외이사들과 민간위원 1명, 전직 사장 1인의 참여로 구성된 정관을 민간위원 1인과 전직 사장 1인을 삭제하고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들로 개정했다.

KT 측은 이같은 정관 개정이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T가 이같은 추천위의 재구성을 통해 외부 개입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개정의 목적을 두고 제기된 논란은 차치하고서, 두 번의 정관개정 이후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16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오는 2015년까지 수장직을 유지하는 연임을 승인받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회장과 KT가 그간 ‘고액배당’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주주 중심’의 경영을 유지한 탓에 연임 승인은 예정된 대로 진행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제도 개정과 주주의 신임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최근 그의 측근들과 MB정권에 관련된 인사들을 전면 배치시키며 보다 탄탄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대선을 앞둔 지난 섣달 2일, KT는 ‘낙하산’ 논란의 선봉에 자리한 김은혜 당시 GMC전략실장 전무와 오세현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를 각각 커뮤니케이션실장, 신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담당했던 김 실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인 오 본부장은 MB정권의 친세력으로 평가받으며 KT 입사 당시 MB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물로 꼽힌 바 있다.

이들의 승진에 업계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을 때 KT 측은 또 한번 모험을 강행했다.

대선이 끝나고 계사년 새해가 밝기 직전인 섣달 31일, KT는 그룹윤리경영실장 정성복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발령하고, 검사출신 남상봉 변호사를 법무센터장 전무로 새로 영입했다.

KT 측은 검사출신 정 부회장이 성역 없는 감사와 비리척결을 통해 KT의 윤리경영 수준을 발전시켰고, 이 회장의 강력한 경영혁신 추진이 가능하도록 기업문화 체질과 토양을 쇄신했기에 이번 승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남 전무 역시 회사 내 다양한 법적 이슈의 조정과 대응은 물론, 남 전무의 전문분야인 산업보안 이슈대응, 지식재산의 보호와 가치창출, 디지털포렌식, 개인정보보호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에 새로 영입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의 인사가 이 회장의 연임을 확실시 해 장기집권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앞서 비리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전임 사장의 ‘불명예 퇴진’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검찰라인의 강화가 필요했고, 두 검사출신의 인사를 통해 탄탄한 방어벽을 친게 아니냐는 것.

가령 ‘노조 탄압’, ‘제주 7대 세계경관’ 등과 같은 논란이 수사로 연결될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인력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탄탄한 수비벽 탓에 업계에서는 정치적 외풍에도 이 회장이 2015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측은 항간의 시선과 소문에는 개의치 않고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뜬소문일 뿐”이라며 “(정관 개정과 승진 인사 등은)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프로야구 10구단에 사활을 건 이 회장이 2015년까지 주어진 임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회장의 ‘굳히기’를 지켜보는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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