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의 적자 홀로 결정하는 절대 권력과 기이한 ‘침묵'[ 2013.01.18 ]

프로야구 10구단 주체로 결정된 KT의 ‘올레야구 투자 로드맵’이 공개됐다. 무시무시한 규모다. KT는 2025년까지 야구단에 '5000억‘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 KT의 야구단 투자 계획을 보도한 '스포츠동아' 화면 캡처.

프로야구단 운영은 통신사업자인 KT가 기업을 홍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유용한 방식임이 틀림없다. 이미 SK와 LG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진출은 벌써부터 여러 가지 흥행요소들을 상기시키며 이미 많은 이야기꺼리를 낳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과 10년 안팎의 기간에 5000억을 쏟아 부어도 좋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투자의 적절성 측면과 의사 결정 방식 모두에서 문제를 갖는다. 이를 두고 언론은 ‘KT 현대 인수 무산 아픔 씻었다’는 감상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있지만, 이러한 접근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120억 원 지출은 반대, 330억 원은 찬성?

불과 5년 전인 2007년 KT는 최대 185억 원에서 적게는 120억 정도면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을 인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 투자금액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KT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KT는 KBO가 내라고 한 60억의 가입금이 과하다는 입장이었고, 이사들 역시 이 금액을 KT가 지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KT는 10구단을 창단하면서는 KBO에 신규 회원 가입금 30억, 야구발전기금 200억, 예치금 100억까지 총 330억을 내기로 했다. 예치금은 야구장 건립이 완료되면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어 제외한다고 해도 단순 계산으로 4배 이상 순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언론은 ‘야구가 그만큼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었다’는 간략한 문장만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2007년에는 매우 주요한 문제로 언급되었던 ‘이사회’의 입장과 ‘사외이사’들의 반응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100억 대 지출에 존재했던 반대 논리가 300억대 지출에선 사라진 셈이다.

한국 정서상 오너가 분명한 기업이라면 오너의 판단에 따라 이 정도 투자를 할 수 있고, 이를 문제 삼는 것이 새삼스럽다고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KT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석채 회장의 회사가 아니라 엄연한 공적 기업이다. 이석채 회장은 그 위상이 어떠하건 KT의 주인이 아니라 임기가 지나면 떠날 사람이다. 2007년 당시 남중수 사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KT가 현대를 인수하지 못한 것은 공적 기업이라는 회사 구조의 특수성과 의사 결정 방식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사장이 결정하면 모두가 따르는 구조가 아니란 점이 컸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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