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KT노조, 단협 백지위임…“노사대타협” VS “노조이길 포기”

KT노조, 단협 백지위임…“노사대타협” VS “노조이길 포기”
 
KT노동인권센터 측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검토중”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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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8 11: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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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단일노조가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 가협약을 조합원 찬반투표(찬성 82.1%)로 가결시켰다. 하지만 KT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사측 협상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KT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KT 정윤모 노조위원장은 2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교섭 조건을 회사에 일임한 것은 “세 가지 목적을 가진 노사대타협”이라고 주장했다.

 

정윤모 위원장은 “첫 번째는 국가경제와 회사 경영의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인상을 고집하기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대기업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에 있어서 사회적 책무를 다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인 ICT산업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도록 뜻을 같이 모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윤모 위원장은 “KT 내 다수 노조이자 교섭대표 노조로서 교섭안을 미지시했다는 점은 제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일부에서는 식물노조, 권력노조와 같은 표현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윤모 위원장은 “저희 노조는 정상적인 노동운동 대신 이념투쟁으로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결국,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많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T노조는 다수 노조로서 향후 전체 이익을 위해 고민할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윤모 위원장은 ‘대형노조의 갑의 역할' 비판에 대해 “과거부터 대기업 노조는 슈퍼갑이라는 비난도 받아왔는데, 아직 투쟁이 일반화된 노동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에 명을 더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윤모 위원장은 이어 “(KT 단일노조는)2009년 민주노총 탈퇴 이후 본격적으로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고, 그래서 사회공헌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 노조는 중소기업 노조보다 근로조건이나 복지가 좋은 건 사실이다. 노동조합을 하는 입장에서는 사원들의 근로조건 개선도 필요하지만 약자를 고려하는 활동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라디오를 통해 정윤모 위원장은 ‘노사대타협’을 이유로 노조 측 교섭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KT 내부에서는 이번 단체협약 내용에 노동자에 대한 ‘상시해고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반발이 크다.

 

“KT노조, 노조이길 포기한 것…이석채 회장 입지 살리는데 들러리 선 꼴”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KT 단일노조는 노사대타협이라고 생색내지만 단체협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조 존재이유 자체를 포기한 것”이라며 “또, 이석채 회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그의 입지를 살리는데 들러리 선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KT사측은 이번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KT 노조는 사측이 상시적으로 노동자들을 해고시킬 수 있는 권한을 내줬다”고 비판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노동자를 해고시킬 수 있는 방안은 정리해고와 징계위원회를 통하는 것 뿐”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단체협약에서 차등성과급을 도입시켰다. 차등급을 두 번 받으면 대기발령할 수 있고 면직시킬 수 있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과 KT정관 등에도 배치된다. 단체협약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임금동결’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T 단일노조는 작년에도 (임금인상 부분을 사측에 백지위임해)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1.7%인상을 얻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결시킨 것”이라고 강조한 뒤, “귀족노조 간부의 자리를 보존해주고 그 대가로 단협을 백지위임해 회사 측의 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노사대타협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KT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을 하향조정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됐으며, 연구수당 등 그동안 지급돼 왔던 수당을 폐지하기도 했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고졸 정규직군 신설’에 대해서도 “3년 전부터 고졸출신을 뽑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동일노동을 하는 정규직과의 임금 등에서 차별을 둔 나쁜 일자리 창출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KT노동인권센터는 오는 6월 1일(토) KT 창사기념일에 맞춰 ‘상시해고제 도입’ 등 KT노조의 단협 백지위임을 비판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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