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스카이라이프에 노조 파괴 전문가 내려보냈다” [ 2012-08-22 ]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지사 앞. 박태언 스카이라이프 노조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KT에서 ‘다루가치(노무관리자)’가 오면서 민주 노조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다루가치는 중국 원나라 시절 고려 등 점령 지역 백성을 직접 다스리거나 내정을 간섭한 벼슬아치를 뜻한다).

박태언 위원장은 지난 1월 1년여 노력으로 성사한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와 5월 노조위원장 선거에 ‘다루가치’와 경영진이 개입했다며 “(이들이) 우리사주조합 선거 때 조합원들이 쉬는 날 집에 찾아가 승진, 지방 발령 등을 거론하며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5월 자신의 연임이 확정되고 나서 전임 위원장과 집행부, 조합 활동에 적극적이던 조합원들을 지방으로 보내거나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경영평가에서 직원들의 개인정보 등이 KT로 넘어갔다며 이를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노조 파괴 움직임에 KT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KT는 다루가치(노무관리자)를 즉각 본사로 복귀시키라”고 촉구하는 한편, 스카이라이프에 대해서도 “선거에 개입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지방 발령 조합원을 복귀시키라”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의 노동조합 흔들기에 모기업 KT가 개입돼 있다는 박 위원장의 증언을 받아 적은 언론사는 단 두 곳. 스무 명에 가까운 언론노조 지부장이 참석한 기자회견이었지만 현장을 찾은 언론은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뿐이었다. 대신 현장에는 KT 홍보팀과 자회사 직원이 있었다. 소속을 밝히지 않은 KT 직원은 현장에서 조금 떨어져 발언을 적고 있었다.
 
박승근 KT 홍보실 차장은 본사 노무관리 직원을 스카이라이프에 파견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노조 파괴’ 비판에 대해 그는 “스카이라이프 노사 문제”라고 말했다.

   
22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열린 스카이라이프 노조의 기자회견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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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둥근 접시, 위성 방송 정도로 기억하는 스카이라이프. 그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박태언 위원장은 회견 뒤 인터뷰에서 “방금 기자회견장에도 노무관리자들이 너덧 있었다”며 KT와 스카이라이프의 노조 파괴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스카이라이프가 KT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반년 뒤 KT는 오아무개씨를 ‘교육’부문으로 자회사에 파견했다. 본사와 자회사 상호 간에 직원을 파견할 수 있다는 ‘교류협정서’에 따른 것이다. 오씨는 KT에서 노무담당자였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8월 현재 8명의 본사 직원이 스카이라이프로 와 있다.

오씨는 팀장급 교육 자리에서 “노조를 와해하는 것은 쉽다”면서 “두어 달 근태 관리를 하고 해고를 하면 노조가 사라진다”고 말했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KT 자회사가 되기 전, 오씨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노사 간 별 문제가 없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지난 1월 우리사주조합장 선거 때 회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근 1년 동안 요구했던 것이고 사측 후보와 내가 후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회사는 12월에 했어야 할 ‘인사’를 미룬 상태였고 주말에 중도성향 조합원을 찾아가 법인카드로 밥을 사주고 승진, 보직 등을 거론하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조를 지킨 날, 노조 파괴가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5월 사측이 노조위원장 선거에도 “임원과 보직자들이 조합원과 회식하고 면담하면서 사측이 지지하는 1번 후보를 찍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언론노조도 스카이라이프에 불법 선거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제가 연임한 그날 밤 사측은 퇴근한 팀장까지 다시 불러내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복무관리가 강화됐습니다. 마케팅본부 경우 8시까지 출근해 8시 30분까지 일일실적보고를 하라는 문자를 직원들에게 보냈고요. 그리고 선거에서 중립을 지킨 노무담당 상무는 보직이 해임됐습니다.”

노조위원장 선거 뒤 경영진은 노조파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박태언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경영진은 지난 5월 23일 전임 노조위원장 3명을 포함 조합원 13명을 지사나 타부서로 발령했다.

일주일 뒤인 5월 30일에는 2차 지방 발령이 있었다. 경영진은 ‘현장영업TF’라는 명목으로 본사에 근무하던 집행부 7명 중 5명을 전주, 창원, 원주, 세종시 등으로 보냈다. 박 위원장은 “지사도 없는 곳에 보냈고 명백하게 노조 탄압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 활동하면 승진이 안 되고 지방에 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조합원들이 몇몇 탈퇴했다”며 “7월 새 집행부 출범식이 있었지만 참석률이 저조했다”고 회고했다.

이러는 와중 7월 9일 KT윤리경영실에서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정기 경영진단을 시작하면서 경영진은 직원들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복지카드 사용내역, 신상명세 등을 KT에 넘겼다. 노조는 즉각 문제제기하고 수거할 것을 요구했다.

   
▲ 박태언 지부장이 KT의 노조탄압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박태언 위원장은 “KT 자회사 직원이니 휴대폰을 빨리 KT로 옮기라”는 말을 들은 조합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약정기간 때문에 휴대폰을 2개 들고 다니는 조합원들이 있다”면서 “웃긴 얘기일 수 있지만 직원들 통신사까지 조회해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파괴로 유명한 KT가 손을 댔지만 이기지 못한 첫 번째 노조위원장 선거로 안다”며 “KT 자회사가 된 이상 노조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지방에 있는 등 내부 조건이 좋지 않다. 또 ‘한국에서 둘째로 큰 광고주’로 불리는 KT가 위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스카이라이프 내부 사정을 알려내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는 “사측이 ‘구독자도 없는 편향시각의 이념지에 회사 내부 일을 알렸다’며 (나를) 징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은 지난 14일부터 박 위원장이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자회사 직원들의 개인정보 유출과 민주노조 와해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6일 경영진은 유일하게 본사에서 근무하던 집행부를 양재지사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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