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식 혁신’의 그늘 [ 2013.03.27 ]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6086회 | 작성: 2013년 4월 25일 11:16 오후'이석채의 KT'가 4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석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혁신을 강조하며 사업 분야를 늘려갔다. KTF를 합병하고 2개월 만에 정부 승인을 얻어내며 유·무선 통신 사업자로 거듭났다. 이후에는 BC카드·스카이라이프 등 비통신 분야 계열사도 꾸준히 늘려 현재는 45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계열사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어났다. KT는 이를 '계열사를 편입하며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전문성을 확보해 시너지를 높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부 진통도 만만치 않다. 직원 개인정보 요구, 노조 탄압, 인력 퇴출 프로그램 가동 등 '혁신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KT 계열사 직원은 "KT의 계열사로 편입된 후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고 주장했다.
BC카드는 지난 2011년 KT에 인수됐다. 2012년 7월 이 회사에는 'KT 경영 진단에 따른 자료 제출 협조 요청'이라는 업무 연락이 내려왔다. 경영 진단을 목적으로 56개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사측은 해당 자료를 모아 KT에 넘겼다. 문제는 56개 항목에 직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경영 진단 요청 자료 목록에는 직원 가족 주민번호 6자리, 치료비, 주택 자금 대출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KT에 인수되기 전인 2009년부터의 자료를 요구하고 있었다.
KT측은 해당 자료를 노트북 7대와 문서로 가져갔다. 당시 노조는 법률 검토 후 이 사실이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회사측에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자료는 회수됐으나 이미 복사됐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노조는 전문가의 정밀 검사와 함께 해당 자료를 전부 지웠다는 확인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주장했고, 이후 유야무야됐다. BC카드 관계자는 "경영 진단을 한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KT가 인수한 후 직원 이직 크게 늘어
KT스카이라이프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이미 경영 진단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넘긴 후였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 관계자는 "직원에게 KT 폰을 쓰라는 연락이 돌았다. 일부 직원은 회사 눈치를 보며 일부러 KT 폰을 개통해 휴대전화를 2개 만들었다. KT가 직원 통신사 정보를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개인정보가 넘어간 것을 안타까워했다. KT관계자는 "경영진단은 개인정보 수집을 목적으로한 것이 아니고 내용 중 직원 이름 등은 삭제됐다"고 전했다. 일부 직원은 경영 진단 명목으로 이루어진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사에 분노했다. 한 직원은 "목동 KT 5층에 방 하나를 잡아서 지도를 갖다놓고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했는데, 꼭 취조받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박태언 KT스카이라이프 노조위원장은 KT가 감사·인사·경영 부문에 사람을 내려보내 조직적으로 노조 활동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위원장 선거 이후 집행부나 선거운동원에게는 대부분 지방 전보 조치가 내려져 현재 사무총장과 단둘만이 서울을 지키고 있다.
BC카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BC카드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창립된 후 28년 동안 단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없었는데 KT에 인수된 후 작년에 처음으로 쟁의행위 직전까지 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KT 노사협력실 출신 인물이 BC카드로 내려왔다. BC카드 노조 관계자는 "말 그대로 점령군이었다. 해당 인물은 '내가 M & A 전문가인데 노조 깨는 법을 잘 안다. KT에는 노조 깨는 패키지가 100개가 있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는 모두 KT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렇지만 마냥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측은 "지난해 561억 이익을 냈는데 KT는 그중 200억을 콘텐츠 펀드에 내라고 요구하고 있고 성과급제 도입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C카드 노조는 "재작년 최고 성과를 냈을 때도 임금단체협상 때 -5%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연봉을 성과에 따라 삭감 및 차등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BC카드 노조는 KT 인수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로 PIP로 불리는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들며 "18대 대선 이후 KT식 인력 퇴출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예로 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BC혁신학교'를 들었다. 현재 2011년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5명의 부장이 BC혁신학교라고 불리는 PIP 조직에 들어가 관리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별도의 영업 목표 실적과 교육, 과제 등이 부여된다. 지난 1월 만들어진 이 조직에는 'BC혁신학교'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BC카드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인사 평가에서 연속 'C'를 맞은 직원을 혁신학교에 넣으려고 해 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열사 직원들은 KT가 대주주가 된 이후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고 말한다. KT스카이라이프의 한 직원은 "방송회사로서 문화 산업을 전파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조직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강한 동료애가 있었는데 요즘은 직원끼리 속내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KT 자회사가 되기 전에는 이직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젊은 직원의 이직률이 높다. 내 입사 동기도 그만두면서, 급여가 문제가 아니라 회사 문화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BC카드의 한 직원은 "우리는 가족적 분위기가 강했다. 직원이 새로 오면 빨리 일을 가르치려고 아는 것을 모두 넘겨주는 문화였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붙잡고 가르치고 정도 쌓아가는 문화였는데, 이제 옛말이 됐다. KT가 인수한 후 이직이 크게 늘어났다"고 털어놓았다.
엄민우 / mw@sisapress.com
하지만 내부 진통도 만만치 않다. 직원 개인정보 요구, 노조 탄압, 인력 퇴출 프로그램 가동 등 '혁신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KT 계열사 직원은 "KT의 계열사로 편입된 후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고 주장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경영 진단 요청 자료 목록에는 직원 가족 주민번호 6자리, 치료비, 주택 자금 대출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KT에 인수되기 전인 2009년부터의 자료를 요구하고 있었다.
KT측은 해당 자료를 노트북 7대와 문서로 가져갔다. 당시 노조는 법률 검토 후 이 사실이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회사측에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자료는 회수됐으나 이미 복사됐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노조는 전문가의 정밀 검사와 함께 해당 자료를 전부 지웠다는 확인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주장했고, 이후 유야무야됐다. BC카드 관계자는 "경영 진단을 한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월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BC카드지부 노조원과 KT 민주노조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KT스카이라이프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이미 경영 진단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넘긴 후였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 관계자는 "직원에게 KT 폰을 쓰라는 연락이 돌았다. 일부 직원은 회사 눈치를 보며 일부러 KT 폰을 개통해 휴대전화를 2개 만들었다. KT가 직원 통신사 정보를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개인정보가 넘어간 것을 안타까워했다. KT관계자는 "경영진단은 개인정보 수집을 목적으로한 것이 아니고 내용 중 직원 이름 등은 삭제됐다"고 전했다. 일부 직원은 경영 진단 명목으로 이루어진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사에 분노했다. 한 직원은 "목동 KT 5층에 방 하나를 잡아서 지도를 갖다놓고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했는데, 꼭 취조받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박태언 KT스카이라이프 노조위원장은 KT가 감사·인사·경영 부문에 사람을 내려보내 조직적으로 노조 활동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위원장 선거 이후 집행부나 선거운동원에게는 대부분 지방 전보 조치가 내려져 현재 사무총장과 단둘만이 서울을 지키고 있다.
BC카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BC카드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창립된 후 28년 동안 단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없었는데 KT에 인수된 후 작년에 처음으로 쟁의행위 직전까지 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KT 노사협력실 출신 인물이 BC카드로 내려왔다. BC카드 노조 관계자는 "말 그대로 점령군이었다. 해당 인물은 '내가 M & A 전문가인데 노조 깨는 법을 잘 안다. KT에는 노조 깨는 패키지가 100개가 있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는 모두 KT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렇지만 마냥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측은 "지난해 561억 이익을 냈는데 KT는 그중 200억을 콘텐츠 펀드에 내라고 요구하고 있고 성과급제 도입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C카드 노조는 "재작년 최고 성과를 냈을 때도 임금단체협상 때 -5%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연봉을 성과에 따라 삭감 및 차등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BC카드 노조는 KT 인수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로 PIP로 불리는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들며 "18대 대선 이후 KT식 인력 퇴출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예로 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BC혁신학교'를 들었다. 현재 2011년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5명의 부장이 BC혁신학교라고 불리는 PIP 조직에 들어가 관리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별도의 영업 목표 실적과 교육, 과제 등이 부여된다. 지난 1월 만들어진 이 조직에는 'BC혁신학교'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BC카드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인사 평가에서 연속 'C'를 맞은 직원을 혁신학교에 넣으려고 해 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열사 직원들은 KT가 대주주가 된 이후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고 말한다. KT스카이라이프의 한 직원은 "방송회사로서 문화 산업을 전파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조직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강한 동료애가 있었는데 요즘은 직원끼리 속내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KT 자회사가 되기 전에는 이직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젊은 직원의 이직률이 높다. 내 입사 동기도 그만두면서, 급여가 문제가 아니라 회사 문화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BC카드의 한 직원은 "우리는 가족적 분위기가 강했다. 직원이 새로 오면 빨리 일을 가르치려고 아는 것을 모두 넘겨주는 문화였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붙잡고 가르치고 정도 쌓아가는 문화였는데, 이제 옛말이 됐다. KT가 인수한 후 이직이 크게 늘어났다"고 털어놓았다.
"KT가 인수한다 했을 때 모두 좋아했는데…" BC혁신학교 직원 인터뷰 < 시사저널 > 은 BC혁신학교에 입교 중인 인물을 어렵게 접촉했다. 이들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왔다. '회사를 생각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혁신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나? 첫 번째가 모바일 카드 모집이다. 일주일에 1인당 신규 발급 30건이 목표로 주어진다. 두 번째는 회사가 정해준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해 매주 금요일까지 제출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이를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부여해 내보내기 위해 모멸감을 주고 무능함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입교와 동시에 조사역으로 발령 내고, 연봉을 10% 깎았다. 나중에 우리가 나가 혹시라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자르기 위한 증거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명이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나갔는데 담당자가 '같은 조건으로 해줄 테니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차라리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왜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부여받고 매도당하면서도 묵묵히 밤 11시까지 일하는 줄 아나. 후배에게 일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동안 회사 발전이 내 발전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일해서 남보다 빨리 부서장에 오르고 열성으로 해왔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무능력자로 낙인찍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집에서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 언제까지 혁신학교에 있어야 하나? 처음에 '2개월 안팎'이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전 3월 말까지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짐작 가는 것은 있다. 우릴 내보내고 학생이 없으면 2, 3기 받을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일단 잔류시키자는 생각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