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황창규 KT CEO 내정자에 대한 KT전국민주동지회 입장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6453회 | 작성: 2013년 12월 27일 11:10 오전 [논평]황창규 KT CEO 내정자에 대한 KT전국민주동지회 입장KT CEO 추천위원회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였다. 황창규 내정자는 다음 달 27일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KT의 CEO로 임명될 예정이다. KT민주동지회는 우선 이번 KT CEO 추천위의 결정 자체가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퇴임한 이석채 전회장의 불법, 부실경영의 들러리였던 사내외 이사들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후임 CEO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KT민주동지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CEO 선임절차를 위해서는 CEO추천위원회 전원이 사퇴하고 시민사회와 KT 내부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CEO선임의 틀을 마련하여 후임 CEO를 선출하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한편 검찰수사를 통해 일부 드러난 이석채 전 회장의 불법, 부실경영의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다. 국민기업이던 KT가 민영화된 지 십 수년이 지난 지금 통신공공성이 내팽개치고 국내외 투기자본과 정권의 낙하산에 의해 사유화된 경영이 이루어진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제 이석채 전 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KT가 다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KT안팎의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KT내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의 청산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과 함께 더 나아가 통신공공성에 입각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가혹한 구조조정과 실적압박 등으로 인해 해마다 수 십 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KT의 노동인권 현실을 바꿔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KT개혁의 과제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황창규 KT회장 내정자는 이러한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오랜 기간 재임하면서 삼성의 반사회적인 경영에 일조해온 당사자이다. 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장,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 시기에 불거진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문제에 책임이 있다. 그가 유명세를 얻게 된 이른바 ‘황의 법칙’이라는 것도 사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노동자들을 이윤을 위한 살인적인 속도 경쟁으로 내몰아 뼛골 빠지게 했다는 얘기나 다름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가 서울대 사회학과 비전임 교수로 내정되자 서울대학생들과 노동, 인권단체들이 "삼성백혈병" 과 "노동자 인권 탄압"을 이유로 반대운동을 조직하여 그의 교수 내정을 무산시킨 바 있다.
따라서 황 내정자가 KT에서 삼성 식의 사회공공성을 무시한 탐욕적인 경영과 ‘무노조 전략’으로 대표되는 반노동정책을 도입하고 이어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정당한 것이다. KT민주동지회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황 내정자는 통신공공성과 노동인권 개선의 과제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응답을 선택하였다. KT민주동지회는 이러한 정당한 우려에 입각해 황창규 예정자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그가 이러한 우려대로 행동한다면 강력하고 완강하게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 황 내정자가 KT에 취임하여 삼성재벌이 보이는 행태를 도입해, 통신공공성을 무시한 탐욕적인 경영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더 나쁜 ‘이석채 시즌2’에 다름 아닐 것이다. 더구나 공공통신을 책임지고 있는 KT의 역할을 무시한 채 이윤만을 좇아 인력구조조정을 주문하는 국내외 투기자본에 휘둘리며 구조조정의 꼭두각시로 나설 경우에는 KT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KT노동자들의 저항의 목소리와 행동을 조직하여 이에 맞설 것이다.
한편 우리는 황 내정자에게 제안한다. 지금 KT노동자들의 현실은 참혹하다. 올해만도 25명의 현직 노동자들이 자살, 돌연사 등으로 생을 마감했다. CP퇴출프로그램 등의 상시적 구조조정 압박과 고과연봉제를 통한 살인적인 실적경쟁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러한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KT의 현실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CP퇴출프로그램 근절, 비연고지 근무자의 연고지 재배치, 고과연봉제의 폐지 등을 통한 살인적 실적경쟁 완화, 근로기준법 전면 준수 등의 조치가 즉각 실시되어야 한다. 황 내정자는 KT민주동지회를 비롯한 KT내부 성원들과 즉각적인 면담을 진행하여 KT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실행방안을 마련하라.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를 외면했던 태도를 KT에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KT민주동지회는 KT내에 민주노조를 세우고, KT를 통신공공성과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KT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활동해왔다. 우리는 이명박정권의 낙하산이었던 이석채 전 회장의 전횡과 불법경영, 노동인권탄압에 맞서 앞장서 싸웠고 결국 그의 퇴진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하였다. 황창규 내정자가 KT개혁의 과제를 외면한 채 통신공공성과 노동인권을 훼손해온 그 동안의 KT경영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KT민주동지회는 이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
2013.12.26
KT전국민주동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