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KT호 키 끝까지 잡을까

MB정권과 함께 낙하산 인사 논란...수명 다했다?

 

   
 

[스페셜경제] 이석채 KT 회장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친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이 회장에 집중되고 있다.

민영화 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KT는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무늬만 민영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MB정권과 함께 낙하산 인사 논란 속에서 KT호의 키를 잡았던 이 회장의 수명이 얼마나 가겠냐는 시선이 KT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권교체와 함께 이 회장도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끊이지 않는 논란과 구설수는 이 같은 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불똥 KT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대한 검찰의 시선이 KT로 향하고 있다. 증거인멸 과정에서 사용됐던 ‘차명휴대전화’를 서유열 KT 사장이 개설해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 7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폐기하러 가기 직전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차명휴대전화를 건너 받았으며, 이 전화기는 증거인멸과 관련된 연락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의 전화기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서 사장이 2010년 7월 7일 오전 KT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으로 차명전화를 개설해 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KT홈고객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서 사장은 홍보실을 통해 “2010년 7월 초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업무적으로 잠깐 쓰겠다’는 요청이 있어 휴대전화를 제공한 바 있다”며 “그러나 해당 전화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위한) 보도된 바와 같이 사용돼 당황스럽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 사장을 향한 세간의 의혹은 KT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모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서 사장 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 사장이 소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누구’까지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검찰이 서 사장을 소환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차명폰 제공 이외의 다른 사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명폰을 만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데도 서 사장을 소환하는 것은 뭔가 다른 수사건이 있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하는데 KT가 협조한 정황을 잡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을 위해서는 통신사의 협조가 필요한데 서 사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의 칼끝이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통신계 영포라인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의 서 사장은 차명전화를 건넨 이 전 비서관과는 2009년 그룹쉐어드서비스(GSS) 부문장(부사장)으로 KT의 고용·노동 업무를 맡으면서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비서관은 포항출신으로 두 사람은 같은 TK(대구·경북지역) 출신인 데다 서 사장의 형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어서 범영포(영월·포항)라인으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KT에서는 서 사장과 함께 낙하산 인사 논란 속에서도 KT에 둥지를 튼 이 회장이 경북 성주 출신으로 대표적인 TK인맥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T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었는데 이 회장 취임 전, 이상득의원이 서 사장을 이 회장에게 소개시켰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이 때문에 영포라인으로 꼽히는 서 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KT와 영포라인과의 관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서 사장은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했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절친하다고 해서 영포모임에도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부 입김에 '흔들'

이번 사건으로 인해 KT의 정경 유착에 대한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KT는 지난 2002년 5월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사건의 여파에  KT가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특히 MB정권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히는 이 회장 자리가 위태로워 보인다. 이 회장은 2009년 사장직을 맡을 때부터 낙하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사실 KT의 경쟁회사인 SK C&C와 LG전자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이 회장은 KT의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자격이 없었지만 당시 KT 이사회는 정관을 고쳐 이 회장을 사장 후보로 올렸다.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KT호의 키를 잡은 이 회장은 올해 연임에도 성공했지만 그가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특히 업계는 검찰이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최시중 위원장과 KT의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일각에서는 이 회장과 최 위원장의 관계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왔었다. KT는 통신요금 규제, 주파수 배정, 시장경쟁 등에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에는 최 워원장에 대해 ‘몰래정액제’로 고객 몰래 부당요금을 챙겨온 KT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으로 감사원은 ‘주의’를 준 바 있다.

특히 최 위원장과 KT의 관계는 KT가 자회사를 동원해 종합편성 채널 4곳 모두에 총 83억9000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었다. 당시 업계는 사주도 없는 KT가 수익성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종합편성 채널 4곳에 모두 참여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KT의 대담한 투자 배경에는 종편 선정을 강행한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의 관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었다.

내부 결속력 다지기 시급

이 회장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이 KT호의 수장자리를 꿰 차면서 KT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의 와이브로 사업 실패, LTE 사업 최후발 진입, 2세대(2G)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의 소비자들과의 마찰 등 ‘고객을 위해 발로 뛰겠다’던 광고 문구가 무색할 만큼 소비자들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KT내부에서도 이 회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강도 조직개편과 성과주의 경영으로 인한 조직 피로감 등으로 내외부에 ‘안티’ 세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회장은 취임 후 ‘인건비 절감’이라는 명목 하에 명예퇴직 형식으로 조직개편을 펼쳐 5,000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했다. 그 자리에 인수위와 청와대 출신을 비롯해 이 회장 측근들이 KT에 둥지를 틀었다.

고강도 조직개편으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직원들의 몫으로 넘겨졌다. 실제 KT새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KT 노동인권보장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이 회장의 임기동안 KT와 계열사 노동자 수십명이 자살, 돌연사,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직원퇴출프로그램(CP, C-Player :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으로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으로 괴롭히고 퇴출시켰다는 논란도 KT를 곤욕스럽게 했다.

물론 KT는 강제로 직원의 퇴직을 종용하거나 부당하게 처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세간의 따가운 눈총은 피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는 제주-세계7대자연자연경관 전화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닌 국내전화라고 폭로한 KT새노조의 이해관 위원장에 대한 보복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KT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KT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에 대한 규탄연설 등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을 통보받은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복귀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KT 사측으로부터 ‘가평’으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위원장의 자택은 안양으로 사실상 출퇴근이 힘든 지역인 가평으로 인사 발령조치를 한 것은 노조활동을 막으려는 보복인사라는 것이 KT새노조의 주장이다.

KT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직원들 내부로부터 부정적인 여론에 몰린 이석채 회장이 치졸한 보복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새노조가 이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유독 이 위원장에 대한 KT의 반복적인 징계 때문이다.

KT 새노조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KT 김은혜 전무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현장AS 업무로 인사조치된 바 있다. 또 KT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에 규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조치를 받았고, 제주 7대경관 국제전화 사기사건이 불거지자 비연고지인 가평으로 인사조치됐다.

게다가 정권 교체기에 접어들면서 KT 내부에선 ‘이 회장 체제가 얼마나 가겠냐’는 불신이 감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활기차게 신규사업을 벌이던 계열사들이 신규사업에 대해 ‘추진’에서 ‘검토’로 돌아서고 있으며, 평소 같으면 서로 탐내던 계열사 사장 자리에 나서는 사람이 없는 등 벌써부터 차기정권 눈치 보기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이 회장의 임기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인데, 한마디로 현재 회장 하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보다는, 후일을 도모하자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회장 2기 체제가 끝까지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 결속력 다지기’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이 회장에 대해 좀 더 소통하는 리더십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썩 좋지 않은 경영실적 성적표도 이 회장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KT의 지난해 매출액은 22조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6%감소했다. 특히 무선 데이터와 IPTV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이 전년 대비 줄어들거나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본업과는 무관한 부동산 매출만 511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주가 역시 이 회장이 KT 경영을 맡기 전인 2008년 수준인 3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정권 말기 정치 외풍과 논란 속에서 좌초위기에 놓인 KT호의 키를 이 회장이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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