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통신공공성, 누구를 위한 경영인가.

이석채 회장 2기의 KT, 위기의 KT(2)

작년 한해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슈가 전국을 들썩였다. 최종적으로 자연경관 선정에 참여했던 제주도가 잠정 선정되었지만 선정 과정을 전후로 많은 논란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KT가 탈법적인 방법으로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한편 KT는 자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하여 탈법적인 이득을 챙겨오기도 했다. 통신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훼손시키며 사회적 피해를 끼치고 있는 KT의 경영문제에 대해 짚어본다.

 

'아무 문제 없다'며 커지는 의혹들 

 

작년 11월 11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앞두고 정부를 비롯해 각계각층이 앞 다퉈 국민들에게 전화투표를 호소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을 전 세계에 홍보하여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투표 과정에서 선정의 효과를 비롯해 선정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급기야 제주도가 자연 경관으로 잠정 선정됐지만 투표 전화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선정이 취소된다는 소식에 여론이 요동쳤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언론들이 선정 문제에 대한 취재보도가 되며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들이 한층 뚜렷해졌다.

 

특히 KBS의 <추적 60분>은 1월 25일과 2월 29일, 두차례에 걸쳐 그동안 지적되어 오던 7대 자연경관 선정의혹과 절차의 문제점에 대해 면밀하게 보도했다. 이를 통해 뉴세븐원더스재단에 대한 의혹과 선정방식의 부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한 공무원들이 제주도청의 지시에 의해 전화투표 할당량을 채울 것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투표 광고

 

1월 방송 이후 자연경관 선정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져가며 뉴세븐원더스재단을 비롯해 제주도지사와 7대자연경관범국민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비판과 의혹을 일축하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혹은 늘어만 갔다. 선정과정 문제에 KT가 개입하여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였다.

 


국내전화가 국제전화로 둔갑?

 

처음에 7대 자연경관 선정 사업의 관계기관들은 투표참여 전화인 ‘001-1588-7715’는 국제전화고 전화를 하면 투표정보가 해외로 전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투표전화번호가 영국 국제전화번호의 단축번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에 의해 하루 200만 통(투표를 위해 이루어진 일일 평균 통화량)의 국제전화를 할 경우 전화망이 마비되기 때문에 국제전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KT는 주장을 번복하여 국제통신망을 이용한 국제전화 방식의 투표라고 했으나 이마저도 허위사실임이 밝혀졌다.

 

<한겨레신문>과 <추적 60분>의 후속방영에 의해 투표전화 집계 등의 처리과정이 국내에서 완료되고, 투표결과 전송을 위한 서버만 해외에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폭로된 것이다. 자연경관 선정 투표전화가 마치 국제전화인 것처럼 홍보되고 국제전화에 준하는 요금이 부여됐지만 사실상 국내통화였다는 것이다.

 

▲ 2월 29일 <추적 60분> 방송 장면. 익명의 KT 직원은 '자연경관 선정 투표가 국내전화다'라고 밝혔다.

 

자연경관 선정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은 비용문제로 인해 문자투표를 했음에도 한국만이 전화투표를 문자투표와 병행해서 실시했다. 또한 001과 같은 국제번호를 사용한 것도 한국이 유일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KT 약관에는 국제문자 비용이 1회당 100원으로 나와 있는데, 자연경관 선정 투표 문자에만 150원의 문자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2월에 제주도가 공개한 투표 관련 사용한 행정전화비는 약 212억 원이었다. 이 전화비가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KT가 투표 행정전화비 중 41억 원을 사회 환원 차원에서 감면하기로 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이윤이 목적인 사기업이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하는 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게 자연경관 선정 문제를 지켜본 이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이에 양심적인 KT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KT가 시민들을 우롱하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대한 세금이 예산으로 사용되어 이중 상당한 액수가 KT라는 사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죽음의 기업 KT?계열사 노동인권 보장과 통신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KT공대위)는 3월 15일 이석채 회장을 사기죄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또한 KT공대위는 2월 2일 KT 이사회를 통해 제주도의 행정전화요금 41억 원을 감면하기로 결정한 것을 언급하며, 사실상 전화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KT공대위는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의 사퇴도 요구했다.

 


지속되는 개인정보 문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월부터 KT 협력업체 ‘D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으며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D사는 개인정보조회프로그램을 만든 후 신원조회용으로 불법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협력업체는 KT의 서비스 및 부대업무를 대행하며 개인정보 취급업무를 위탁받았기 때문에 KT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에 대해 KT공대위는 개인정보조회프로그램의 불법판매행위가 KT 내부자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KT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대위의 주장처럼 개인정보조회프로그램 제작 및 판매 혐의가 사실대로 드러날 경우 KT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법 26조는 ‘수탁자가 위탁받은 업무와 관련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법을 위반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는 수탁자를 개인정보처리자의 소속 직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D사가 KT로부터 위탁받은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D사만이 아니라 KT 역시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D사가 개인정보조회프로그램 제작과 판매를 했다는 혐의가 확정되면 KT 역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 2010년 10월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KT의 개인정보 무단도용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KT 전북본부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참소리 자료 사진]

 

문제는 이렇듯 협력업체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KT본사 차원에서의 개인정보 무단도용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KT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기간에 모바일 부가서비스 회사와 49개 지사와의 계약을 통해 맞춤형 홍보 SMS 서비스(KT스마트샷)를 시행했다. 이 SMS 서비스는 전국에 출마한 후보자 133명의 선거홍보 SMS를 약 230만명의 무선전화 가입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발송하는 서비스였다. 이를 통해 KT는 약 3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로 인해 2010년 10월 20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10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부여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유선전화 가입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하여 해당 고객의 동의 없이 자사의 유선전화 부가서비스(정액요금제)에 무단으로 가입시키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던 이 같은 사실이 SBS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더욱 확산되었고  2010년에 9월 즈음에 KT에 요금 환불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환불방어정책을 만들어 대응하며,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피해보상 권고도 이행을 하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보였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자연경관 선정에서의 의혹에 대해 단 한마디의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이석채 회장 2기의 KT가 반사회적 경영을 유지하며 변화하지 않는다면 더 큰 사회적 비난여론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편집팀 icomn@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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