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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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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9일 9:34 오후
KT노조, 불법 정치후원금 조직적으로 거뒀다 [2011.12.19 제890호]
[초점] 중앙본부에서 12개 지방본부에 보낸 공문 입수…
후원금 모으고 사회공헌 활동 정치후원에 활용하라는 등 조직적으로 진행해
▣ 이정훈
2009년 9월 KT노조 중앙본부는 ‘KT노동조합 정책 정치세력화 추진’이라는 두 장짜리 공문을 12개 지방본부에 보냈다. 공문은 “KT노동조합의 (중략) 통신규제 정책 및 입법 경쟁 과정 속에서 고용안정에 대한 대외활동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통신산업 정책을 결정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무, 법사위원회 등 주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정치자금 후원을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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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로 계획한 정치후원 진행
이는 <한겨레21>이 앞서 보도(887호 특집2 ‘KT노사, 불법 정치후원금 거뒀나?’ 참조)한 KT노조 부산지방본부의 공문과 내용이 같다. KT의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의혹이 중앙본부 차원에서 진행됐고, 이런 지시가 부산지방본부뿐만 아니라 12개 지방본부, 다시 450개 지부에 전달됐음을 뜻한다.
공문에는 KT노조 김구현 위원장을 비롯해 수석부위원장, 정책기획실장, 부위원장, 사무처장, 조직처장, 교육선전실장 등의 친필 서명이 담겨 있다. 중앙본부의 간부들 모두 조직적 정치후원금 모집에 가담한 셈이다.
특히 노조는 회사가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운용하는 것도 정치후원 활동에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공문은 “사내 인프라(IT서포터즈, 사랑의 봉사단 등)를 활용하여 KT노동조합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합니다”라고 돼 있다. IT서포터즈는 KT가 2007년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소외계층을 비롯해 일반인들에게 인터넷과 정보기술(IT) 기기를 잘 쓸 수 있게 가르치거나 돕는 일을 주로 해오고 있다. 사랑의 봉사단은 지역아동센터에 컴퓨터를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용해 국회의원의 지역구 활동을 돕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IT서포터즈나 사랑의 봉사단 등은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노조와 관련 없다”며 “이를 활용하는 것은 회사의 지시 혹은 암묵적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KT 홍보팀은 “정치후원은 노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일 뿐 회사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문은 △1단계로 지부당 1건 이상 모금하고 △2단계로 각종 지역 행사의 인적자원을 적극 지원하고 △3단계로 2010년 사업계획 추인 뒤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돼 있다. 이런 계획은 복수의 KT 관계자들이 “2009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말에 비춰,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KT노조 중앙본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공문을 제시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두 차례 엎어진 노조 위원장 선거
한편 KT노조 위원장 선거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조합원 조아무개씨가 두 차례 제기한 ‘KT 노조위원장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11월29일과 12월6일 선거 중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먼저 후보가 언제 등록할 수 있는지 등을 알리지 않았다며 절차상 위법을 인정해 선거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노조가 기존 입후보자를 인정하고 투표일을 12월8일(새 입후보자가 있을 경우 12월13일)로 재공고하자 위법한 상태에서 이뤄진 입후보 등록의 효력을 인정해 선거를 진행하는 것도 절차상 위법이라며 선거 중지를 다시 결정했다. 법원은 특히 “선거 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새 차기 위원장이 선출될 경우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며 “선거 절차를 중지하고 KT노조가 적법한 선거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