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낙하산 인사’ 비판했더니 ‘보복 인사'”

"김은혜 '낙하산 인사' 비판했더니 '보복 인사'"
KT 직원 이해관씨, 김 전무에 해명 요구 편지...KT "방송 출연과 무관"
김시연 (staright) 기자




"업무시간도 아닌 휴일에, 사내가 아닌 회사 외부에서 제 개인의 견해를 표현한 것을 이유로 음성적인 인사 불이익을 가하는, 'Great'는커녕 'Worst Work Place'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정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MBC 을 통해 KT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던 한 직원이 최근 '보복 인사'를 당했다며 김은혜 KT 전무에게 인사 조치 배경 조사를 요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


" '낙하산 인사' 비판 발언 나간 뒤 인사 조치"



KT전국민주동지회 소속 전현직 직원 20여 명은 지난 1월 8일 오후 이석채 KT 회장 자택이 있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서 '낙하산 인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관련기사: "'낙하산' 타면 30대 전무, 찍히면 30년 대리").



당시 이해관(48·KT 을지지사)씨는 규탄 연설에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전무(그룹 미디어 콘텐츠 전략실장) 영입을 놓고 "전무 자리는 대졸 공채로 입사한 직원이 20년 이상 근무해도 올라가기 힘든 자리"라면서 "통신 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없는 사람이 낙하산을 타고 발령받은 데 대해 직원들이 열 받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씨의 규탄 연설 장면은 같은 달 11일 방영된 MBC '공정사회와 낙하산' 편에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씨는 2월 21일자로 1년여 몸담은 영업직(MP; 멀티플레이어)에서 전화 고장 업무를 담당하는 기술직(ITE; IT엔지니어링)으로 인사 조치를 받았다.



"영업 직원, AS 인사 이동은 노사 합의에도 어긋나"



이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발언 장면이 에 나간 뒤 1월 말부터 회사에서 인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계속 흘러나왔다"면서 "지난 14일 담당 팀장이 교체된 뒤 21일자로 현장 AS 분야로 인사 조치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미 연초에 영업 구역을 새로 배정받아 업무를 진행하던 중 인사 이동이 결정된 건 이례적"이라면서 "전화 선로 유지 보수 업무를 전혀 할 줄 모르는데 AS 분야로 발령 낸 것도 정상이 아니고 희망자에 한해 인증시험을 거쳐 영업 직원을 AS로 보내기로 한 노사합의에도 어긋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전후 사정으로 미루어 볼 때 명백히 김은혜 전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연설 때문"이라면서 "한 마디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직원의 불만을 보복적인 인사 불이익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해서 억누르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89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에 입사한 이해관씨는 95년 '한국통신 사태' 당시 노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해직됐으며 12년만인 2007년 복직했다. 이씨 등 전 노조 간부들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는 오는 3월 11일 예정된 KT 주주총회에서 김은혜 전무 등 낙하산 인사 문제를 따질 예정이었다. 이씨는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서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에 KT쪽은 발언과 이번 인사 조치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연초에 인사 발령이 있긴 하나 일반 직원 인사는 연중 계속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번 인사 조치 역시 네트워크고객부문 인력 재배치 차원에서 홈고객부문으로 전보한 것인데 당사자가 과거 통신기술직으로 입사했고 선로 개통 현장에 오래 있어 해당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해관씨가 이날 김은혜 KT 전무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김은혜 전무님, '표현의 자유' 침해 좌시하겠습니까"


▲ KT '낙하산 인사' 비판 발언 이후 부당 인사를 당했다며 김은혜 KT 전무에게 공개 편지를 보낸 이해관씨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월 MBC 'PD수첩'에 김은혜 전무의 인사 발령과 관련해서 "전무 자리는 대졸 공채로 입사한 직원이 20년 이상 근무해도 올라가기 힘든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IT 경력이 검증된 바 없는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발령받은 데 대해 직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방송되면서 표적 인사이동을 통해 현장 AS 업무로 직무 전환된 을지지사 사원 이해관이라고 합니다.

그 방송이 나간 이후 제 주변에서 참으로 여러 일이 있었는데 제게 증언해준 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매우 분명한 것은 지난 1월 말 이후 여러분이 '조만간 제가 인사 조치 될 것'임을 증언해주었고 급기야 지난 주 월요일(14일) 기존의 제 담당 팀장님께서 인사 조치된 이후 신임 팀장이 왔고 그 이후 곧바로 제가 생전 해 본 바 없는 현장 AS 분야로 직무전환조치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인사 조치는 통상적인 인사와는 매우 다른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 과정이 마무리되어 주어진 영업 업무를 한 달 반 이상 진행하고 있던 와중에 난데없이 인사가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직무전환과 같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당사자인 저의 의견과는 전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발령조치되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인사일 것입니다.

제가 신임팀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라고는 금요일(18일) 퇴근 무렵에 '이해관 과장을 ITE(IT엔지니어)로 직무 전환하는 걸로 올려놓았으니 그리 알라'는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발령이 났습니다.

저는 김은혜 전무님의 입사경로가 소위 '낙하산'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반대 의견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김 전무님께서 추진하는 'Great Work Place(훌륭한 일터 만들기)'가 KT에서 실현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으로서, 업무시간도 아닌 휴일에, 사내가 아닌 회사 외부에서 제 개인의 견해를 표현한 것을 이유로 음성적인 인사 불이익을 가하는 'Great'는커녕 'Worst Work Place'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정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김 전무님께서 MBC 앵커 시절, 노동자가 회사 밖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소속 회사로부터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면 언론인으로서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김 전무께서 'Great Work Place'를 건설하려는 KT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MP(멀티플레이어: 영업직)들의 ITE로의 직무전환은 희망자에 한'해 인증시험을 통해 한다는 노사합의에도 어긋나고 절차적, 내용적 합리성도 존재하지 않는 부당한 인사가 음성적으로 횡행하는 한, 우리의 기업 문화는 결코 'Great Work Place'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정말 김은혜 전무께서 'Great Work Place'를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갖고 제 인사조치의 배경에 대해 조사한다면 정말 우리가 왜 위대하지 못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지가 생생히 드러날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김은혜 전무님의 'Great Work Place'를 향한 의지를 믿어보겠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