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청와대 퇴직자 재취업 기관인가

KT가 청와대 퇴직자 재취업 기관인가

해도 너무한다.
어느 정권에서건 어느 정도의 낙하산 인사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체면도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먹잇감을 보면 떼로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하이에나를 닮았다.
더욱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나라가 어지러운 판국에 보란듯이
제 식구 밥그릇이나 챙겨주는 뻔뻔함이 절망스럽다.

MB 정권 인사들, 특히 대통령 측근인 청와대 인사들의
낙하산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케이티(KT)는 지난 1일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무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김씨가 “그룹 차원의 콘텐츠 전략 방향을 정하고,
관련 사업의 최적화 및 시너지 창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입 노릇을 했던 30대 후반인 김씨의 경력은 <문화방송> 기자와 앵커,
그리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부다.

그런 이가 자산 24조원에 연 매출이 16조원(2009년 말 기준)에 이르는
거대 통신기업의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는 임원 구실을 제대로 하리라고
누가 믿겠는가.
퇴직한 대통령 측근에게 그럴듯한 밥그릇 하나 챙겨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청와대 퇴직자들이 케이티 임원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내려오려 한다는 점이다.
케이티 내부에서는 김씨 말고도 추가로 청와대(BH) 출신 인사들을 받기 위해
상무 이상 임원급 20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고 한다.
케이티가 청와대 퇴직자들의 재취업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직원 3만여명에 임원만 100여명에 이르는 케이티에 대통령 측근 몇 명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대기업 임원은 군대의 장군 되기만큼이나 오르기 어려운 자리다.
그런 자리를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는 경력 하나만으로 손쉽게
꿰찬다는 건 이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케이티는 2002년 완전 민영화한 순수 민간기업이다.
주주 구성도 외국인 46%, 국내 주주 36% 등 정부 지분은 단 1%도 없다.
이런 민간기업을 아직도 정권의 부속기관쯤으로 여기고 대통령 측근 자리
챙기기용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계속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석채 케이티 회장도 글로벌화한 케이티를 청와대 퇴직자들의 집합소로
전락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구태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2010.12.3. 한겨례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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