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겠소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발로 뛰겠소!"
프로농구 부산 KT가 2010-2011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이라도 하는 듯한 최근 KT 그룹 광고의 슬로건이다.

   KT는 주전 가운데 키 200㎝가 넘는 선수가 1명도 없다.

   벤치를 주로 지키는 박상우가 200㎝, 최근 새로 영입된 앤서니 존슨이 201㎝, 제스퍼 존슨의 부상 탓에 최근 들어서야 주전 자리를 꿰찬 찰스 로드가 200㎝다.

   그러다 보니 리바운드에서 평균 30.1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골밑을 지배하는 팀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농구 속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작은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다니며 공간을 찾아 상대를 괴롭힌 끝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창진 KT 감독은 13일 원주 동부와의 원정 경기에 앞서 "솔직히 우리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전력이 되냐. 나도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열심히 '발로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KT가 프로농구 정상권 팀으로 차고 올라온 것은 지난 시즌부터였다.

   2009-2010시즌을 앞두고 팀 이름을 KTF에서 KT로 바꾸면서 동부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일궈낸 '치악산 호랑이' 전창진 감독을 영입해 분위기를 새롭게 했다.

   또 상무에서 전역한 조성민, 김도수가 합류하며 팀 전력도 한결 탄탄해졌다.

   2009-2010시즌 개막 전만 해도 전년도 최하위에 그쳤던 KT는 많은 전문가가 여전히 하위권으로 분류했으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전창진 감독의 지도력과 한 발짝 더 뛰는 KT 특유의 농구, 잘 뽑은 외국인 선수 존슨의 활약 등이 어우러지며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울산 모비스와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KT는 40승14패, 동률로 시즌을 마쳤지만, 상대 전적에서 뒤져 아쉬운 2위에 그쳤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장신 군단' 전주 KCC의 벽을 넘지 못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KT는 올해 다시 절치부심한 끝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전창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노력 외에 프런트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1월 김도수가 시즌을 접어야 하는 큰 부상을 당했을 때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문병을 한데다 KT 본사에는 '농구단 김도수 선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였다.

   이번 시즌에도 KT는 타임아웃 시간에 아이 패드를 이용한 작전 판을 선보이는가 하면 12일의 부산 홈 경기를 이석채 회장이 직접 관전할 계획까지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KT는 곧 농구단 관련 광고를 방송을 통해서도 내보낼 계획을 잡는 등 지금까지 다른 팀의 정규리그 우승과는 차원이 다른 우승 선물 꾸러미를 선수단과 팬들에게 풀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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