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분석]헛심 투쟁·추문에‘탈 민주노총’ 러시

ㆍ도시철도 등 공공 3개노조 탈퇴 착수
ㆍ일부 ‘제3의 노총 조직’ 시각도

공공부문 3개 노조가 9일부터 일제히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는 9~10일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명시된 상급단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규약 개정안을 상정한다. 노조는 규약이 개정되면 다음달 총회를 소집해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인천지하철노조도 같은 날 조합원 총회에서 민주노총 탈퇴안을 상정한다. 노조는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탈퇴를 선언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도 이날 총회를 소집해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서울도시철도노조와 인천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지하철노조협의회를 근간으로 하는 별도의 업종별 연맹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현재 지하철노조협의회에는 서울메트로노조·인천지하철노조 등 6개 지역 지하철노조 1만9000여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를 뉴라이트 계열의 ‘제3의 노총’ 태동과 연계하는 시각도 있다. 업종별 연맹체를 만든 뒤 다른 공공노조를 끌어들여 세력을 키울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성희 인천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우리를 뉴라이트와 연결짓는 것은 음해”라며 “사업장 노조로 남을 것인지, 한국노총으로 갈 것인지, 제3의 노총을 만들 것인지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할 방침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노조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국노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소속을 옮기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노총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과 노조의 실리주의 경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면서 단위노조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든 정치투쟁보다 사업장별 실속을 챙기는 노사협조주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폭력 사건 등 민주노총의 도덕적 추문이 이탈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들의 행보를 ‘탈노동운동’으로 읽는 시각도 이런 이유다.

올초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이탈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11개 단위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민주노총 탈퇴 건수가 많아야 연간 10건 미만이던 예년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수치다.

더 근본적인 틀에서 문제를 짚는 시각도 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1987년 노동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에도 민주노총은 그 이전 10년의 운동방식과 목표로 지난 10년을 살아왔다”며 “그 결과 총연맹으로서 민주노총의 리더십과 정책 역량은 거의 붕괴되다시피했다”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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