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죽음으로 내몰리는 KT 현장 근로자들

[단독]죽음으로 내몰리는 KT 현장 근로자들

 

KT 버킷차량 불법개조 운영하다 경찰 적발
통신선로보수공사 사다리에 의존 '곡예 작업’
노조측 "구조조정후 인력 장비 태부족"
KT "연말까지 버킷차량 현장 배치할 것"

 

김민규 기자  |  kmg@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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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30일 (일) 11: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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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분당 사옥 전경. 사진/여성경제신문

 

KT 현장노동자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KT는 현장노동자들이 통신선로보수작업 등에 사용해야 하는 버킷(바구니)차량대신 완성품이 아닌 불법개조 차량을 운영해오다 지난 6월 경찰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불법개조 버킷차량 운행이 전면 금지되면서 KT현장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사다리 곡예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상 3m이상 높이에서 통신선로보수작업 등을 하기 위해서는 버킷차량을 사용해야 그나마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개조 버킷차량 사용이 전면 중단되면서 KT현장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곡예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버킷차량을 이용해야 그나마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면서 “KT가 불법개조 버킷차량 운영으로 인한 차량 사용금지 책임을 현장노동자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KT가 운행하다 적발된 불법개조 버킷차량은 222대이며, 적발되기 이전부터 버킷을 떼어 창고에 숨겨 놓고선 현장 출동할 때마다 몰래 장착해 사용하는 편법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불법개조 버킷차량을 운영하면 한 대당 100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22대의 차량을 운행한 KT는 22억원 가량의 부당수익을 얻은 셈이다. 이로써 KT는 현장노동자의 안전과 돈을 맞바꾼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KT측은 “버킷차량 운행이 중단된 것은 사실이다. 위험성이 높은 고층 작업 같은 경우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작업을 보류하고 있다”며 “현재 불법개조 차량이 아닌 완성된 버킷차량을 8월부터 12월까지 단계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버킷차량을 이용해 작업하는 모습. 사진/여성경제신문

 

◆ KT ‘안전 부실’ 심각한 수준

지난 7월 23일 오후 4시경 KT수도권서부고객본부 구로지사 CM(케이블 매니저)팀 소속 강모씨는 전봇대 위에서 단자작업을 하던 중 밟고 있던 전봇대 핀이 빠지면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급히 손으로 다른 핀을 잡아 더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어깨 인대가 절단돼 수술 후 치료 중이다.

또 지난 6월 18일 오후 4시 20분경에는 전북부안 지역 CM(케이블 매니저)소속 직원 김모씨가 케이블 위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단자철거 작업 도중 사다리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김씨는 뇌수술을 받아 현재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완성된 버킷차량만 있었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불법개조로 인해 버킷차량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인재”라며 “KT는 직원들의 안전보다 돈을 더 중시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정상적인 버킷차량이 없다보니 결국 예견된 추락사고다. 전국 어디서 통신선로보수작업 중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현장노동자들의 불안감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8일에도 경기도 수원에서 KT 수원지사 남수원 CM팀의 권모씨가 하수관 케이블공사를 하던 중 흙더미가 무너져 내려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KT의 안전부실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 원인제공은 KT, 책임은 노동자 몫?

지난 6월 전북부안에서 케이블 위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단자철거 작업을 하다 낙상사고를 당한 김씨는 지난 2012년에도 작업 도중 낙상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2012년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수행하다 전봇대에서 추락해 두개골 골절로 인공두개골 이식수술을 받았다. 이후 그는 1년 이상 산재 요양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KT단체협약에 따르면 산재를 당해 요양을 마친 직원에 대해서는 몸 상태에 맞는 업무를 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김씨는 회사 복귀 후 또 다시 통신선로보수작업현장으로 배치된 것이다.

조 위원장은 “몸이 성치 않은 김씨가 다른 부서로 발령받지 못하고 케이블작업현장에 투입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충분히 면담을 거친 후 자신이 원해서 그 부서로 다시 배치한 것”이라며 “현재는 김씨의 상황을 고려해 현장보조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양 후 회사에 복귀한 김씨에게 면담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고 당사자인 김씨가 CM팀으로 재배정 받기를 원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위원장은 “KT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거짓말만 일삼고 힘없는 노동자를 외면하는 KT에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KT는 지난 6월에 발생한 낙상사고의 책임을 김씨의 안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명시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메일 내용을 보면 ‘본인 부주의 행동’으로 명시된 곳에 ‘안전방지(낙상) 예방활동 미흡 및 무리한 작업’으로 표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KT측은 “사고당사자 부주의로 표기한 것이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를 직원들에게 촉구하는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본인 부주의라면 산재처리를 했겠냐”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KT는 말도 안 되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원인 제공은 KT가 해 놓고 책임은 노동자의 부주의로 모는 것은 비도덕한 행위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 버킷차량을 사용할 수 없어 사다리를 이용한 위험천만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KT현장노동자들. 사진/여성경제신문

 

◆ 인터뷰 - 목숨을 잃을 뻔한 KT현장노동자 박은호 씨

“책상머리에 앉아 아랫배만 불리시는 KT본사 직원님들, 하루에 열 두 번씩 사고위기를 맞으며 일하고 있는 현장노동자들의 절규가 안 들리십니까. 제발 목숨을 담보로 당신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몇 년 전 통신선로 보수작업 중 전봇대에서 떨어져 두개골 골절의 중상을 입은 적이 있는 박은호 씨(가명)는 “KT는 현장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돈을 사람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기업이 돼선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내 주위에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분들이 많은데 그때마다 KT는 개인부주의로 몰아 산재처리마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인력 증가, 버킷차량 배치 등 현장노동자 안전에 적극 지원해 사고발생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6월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안전방지 예방활동 미흡과 무리한 작업’을 개인부주의 행동으로 알린 바 있다.

 

이에 대해 KT측은 “다른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 표기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며 “개인부주의로 결정했는데 어떻게 산재처리를 했겠냐. 절대 그런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김씨는 “얼마 전 전북 정읍지역의 한 직원이 전봇대에서 떨어져 다리골절을 당했는데 이를 개인부주의로 몰아 산재처리를 안 해주려고 했다”면서 “이후 논란이 일자 마지못해 KT에서 산재처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현장노동자들도 모두가 KT가족입니다. 그런데 돈 몇푼 아끼자고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현장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 생각해 주십시오. 현장 인력보충과 안전장비가 뒷받침돼야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도 나오는 것입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 KT현장노동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 사진/여성경제신문

 

◆ 2인 1조 현장투입?…현실은 턱없이 부족

지난해 황창규 KT회장이 단행한 8400여명의 명예퇴직으로 KT 현장노동자들의 업무량은 늘어난데 비해 현장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서울에서 KT현장노동자로 근무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구조조정 단행 전에는 CM팀에 30명가량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단 6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30명이 관리하던 지역을 6명이 작업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현장에선 기본적으로 2인 1조를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작업현장의 필요나 상황에 따라 혼자 작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2인 1조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는 10건 중 2~3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CM팀의 경우 지난해 구조조정 전 20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4명가량이 도맡아 하는 곳이 많다. 구조조정 단행 후 작업량이 1인당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기지역에서 CM팀으로 근무하는 권모씨는 “오늘도 홀로 작업하러 나왔다. 2인1조로 근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관리하는 지역은 넓은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보통은 혼자서 작업한다. 2인 1조 얘기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버킷차량의 공급이나 안전장비 자체가 현실적으로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서울에서 CM팀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버킷차량 역시 규모가 큰 광역지국에서나 한 대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선 버킷차량을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기왕 보급할거면 전국 각 지소에서 골고루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KT는 불법개조 버킷차량의 운행 전면금지에 따라 최근 정상적인 버킷차량을 현장에 투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KT관계자는 “8월부터 현재 약100여대의 버킷차량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올 연말까지 지역별 추가수요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KT현장노동자 잇달아 사망…그래도 ‘죽음의 기업’ 표현은 안돼.

최근 법원은 KT노동인권센터 등에 KT를 ‘죽음의 기업’이라고 표현을 쓰지 말라는 강제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0월 희망연대노조 KTcs(케이티씨에스) 故 전해남 지부장의 분신사망사고로 인해 ‘죽음의 기업 케이티공동대책위원회(KT공대위)’가 꾸려진 이후부터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KT에 대해 그 같은 표현을 사용해왔다.

 

이에 대해 KT는 지난 2012년 6월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KT노동인권센터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3일 법원은 강제조정을 통해 KT노동인권센터가 ‘죽음의 기업’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KT는 3억원 손해배상 청구 등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노동인권센터는 “지난해 명예퇴직 당한 직원 16명이 숨지고, 올해 현직에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지난 1월과 6월에는 뇌출혈로 2명이 사망했다”면서 ‘죽음의 기업’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법원의 강제조정이 있은지 불과 5일 후인 지난 7월 8일에도 경기도 수원에서 KT 수원지사 남수원 CM팀의 권모씨가 하수관 케이블공사를 하던 중 흙더미가 무너져 내려 매몰돼 압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단행한 명퇴 이후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세지고 구조조정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심리적 압박은 더욱 컸을 것”이라며 “현장노동자들을 열악한 현장으로 내몰면서 이같은 표현은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비난했다.

 

  

▲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사진/여성경제신문

 

◆ 인터뷰 -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돈 아끼려고 버킷이 장착된 완성된 차량을 구입하는 대신 값싼 일반차량을 불법개조해 운행하는 꼼수를 부리다 사법기관에 적발돼 차량 사용을 못하게 된 것 아닙니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자들의 안전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미 예견된 사고인거죠.”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현장노동자들의 추락사고 등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KT가 돈 아끼려고 불법개조 차량을 운행한 것은 결국엔 현장노동자의 안전과 돈을 바꾼 결과 아니냐”면서 “언제 어디서 이런 추락사고를 당할지 현장노동자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KT경영진들은 사람 생명 귀한 줄 모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태욱 위원장은 지난 6월 전북부안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에 대해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6월 사다리 위에서 케이블 단자를 정리하는 도중 추락한 직원은 지난 2012년 가을에도 태풍피해 복구작업을 수행하다 추락해 두개골이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한적이 있다”며 “인공두개골 이식수술을 받아 1년 이상 산재요양을 한 뒤 지난해 현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업안전보건법과 KT단체협약에는 산재를 당해 요양을 마친 직원에 대해서는 몸 상태에 맞는 업무를 부여토록 명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성치 않은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받지 못하고 케이블작업현장에 배치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측은 “충분한 면담을 거친 후 현장으로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사고피해자는 면담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태욱 위원장은 “KT는 직원이 요양 후 복귀하면서 어떤 면담도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에 배치시켰다”면서 “장애가 있는 직원을 배려하지 않고 또 다시 현장에 배치해 사고가 발생했으니 이는 분명 회사가 책임져야 하며 명백한 인재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KT현장노동자들의 안전실태점검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근거해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KT현장노동자들은 매일 사다리 위에서 위험천만한 곡예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KT경영진들은 반성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부디 생명을 소중히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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