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성과연봉제 사실상 폐기]공기업에 들이댄 효율성 잣대 거뒀지만 ‘방만 경영’ 여전히 과제

[성과연봉제 사실상 폐기]공기업에 들이댄 효율성 잣대 거뒀지만 ‘방만 경영’ 여전히 과제

이주영·임지선 기자 young78@kyunghyang.com

ㆍ박근혜 ‘졸속 정책’ 성과연봉제 도입부터 폐기까지

[성과연봉제 사실상 폐기]공기업에 들이댄 효율성 잣대 거뒀지만 ‘방만 경영’ 여전히 과제

“이것(성과연봉제)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2016년 6월1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면서 노사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에 반발하는 노동계를 겨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성과연봉제가 경쟁을 부추기고 저성과자 퇴출의 무기로 악용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데 70%가 넘는 국민들은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마련했다.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같은 해 5월 성과연봉제 미이행기관에 총인건비 동결, 경영평가 벌점 부여 등 불이익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성과연봉제 우수기관 인센티브 및 미이행기관 불이익 부여 방안’을 만들어 도입을 밀어붙였다. 장관들은 “누구든 성실히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성과연봉제 도입은 양보할 수 없는 과제”(임종룡 금융위원장)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대상 공공기관 120곳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중 48곳은 노사 합의 없이 추진돼 파업과 소송 등이 이어졌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은 무시됐다. 공공성을 강조해야 할 영역에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일부 기관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는 등의 폐단이 발생했다.

이후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올 3월 공무원노조총연맹 출범식에 참석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법원이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성과연봉제가 1년 만에 폐기됐지만 정부와 공공기관 노사는 공정한 성과평가 방안과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공기관 임금체계는 근속연수나 기관별, 고용형태별 임금격차가 크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노동계도 공기업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체계가 지나치게 연봉·호봉제로 가는 건 맞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공서열이 아닌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직무 책임성에 따라 임금의 차이를 두는 직무급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순애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를 대신할 수 있는 직무급 체계에 대해선 기획재정부에서 연구를 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직무가 분리된 상태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3분의 1 정도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직무급제를 하게 되면 이 같은 임금 격차를 정당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안을 구체화시켜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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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6162226015&code=920100#csidx5c6e9491b9052ce83eb65ac4de5f5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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