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탄압’ 비난 딛고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시사서울 성현 기자] LTE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 하락을 경험한 KT(회장 이석채)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번 조직 개편은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 휴대전화를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이은 두번째 실적 개선책이다.

지난 몇년간 연이은 직원 사망 등 ‘노동인권탄압’ 논란을 빚으며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비난 공세를 받았던 것도 이번 조직 개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임직원 대토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조직개편 키워드는 ‘고객 중심’과 ‘성장 분야 강화’
대대적 임원인사‥T&C부문장에 표현명 사장
노조 비판 여전 “노동탄압 덮기 위한 의도 포함돼”

KT는 성장전략 실현을 위해 경영체제를 개편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경영체제 개편은 ▲고객중심 경영과 영업력 강화

▲미래 성장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3개의 신설법인 설립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상품 및 고객별로 나눠져어 있던 개인고객부문과 홈고객부문을 통합해

‘T&C(Telecom& Convergence)부문’과 ‘Customer부문’으로 재편했다.

임원인사도 단행해 표현명 개인고객 부문 사장을 T&C부문장으로 앉혔다.

고객(Customer) 부문에는 서유열 홈고객 부문 사장을 임명했다.

우선 자산혁신을 통한 고객가치 증대와 가치 발굴을 위해 ‘가치혁신 CFT’를 신설했다.

특히 유선, 무선, 법인 등으로 나눠져 있는 42개 지역 현장 조직을 11개 지역본부로 통합해 Customer부문 산하에 통합했다.

기존 네트워크 부문 내에서 고객시설, 개통AS를 담당하던 일부 인력도 Customer부문으로 이관해 영업지원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KT는 또 미디어콘텐츠, 위성, 부동산 등 3개의 분야를 독립 운영하기 위해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이 3개 영역은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규모가 큰 통신영역에 가려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어왔다.

 KT는 이를 책임경영에 기반한 별도의 전문기업으로 분리 운영함으로써 자체 경쟁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설 법인은 KT 내 관련 분야사업을 기본으로 해 분야별 전문인력 영입을 통해 사업강화를 함과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다각적인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KT는 통신사업에 가려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하던 성장사업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탄탄한 인프라 경쟁력을 토대로, 질적 성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S/W 경쟁력을 독립적으로 확충해 글로벌 회사로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KT 코퍼레이트센터장인 김일영 부사장은 “이번 경영체제 개편은 성장실현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고객접점을 유무선 구분 없이 통합함으로써 조직 시너지는 물론,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설립될 전문회사를 KT의 주요 성장사업으로 육성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적한 과제, 한 큐에?

관련업계에서는 KT의 이번 조직 개편을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한다.

KT의 올해 2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5조7733억원, 영업이익은 3717억원,

순이익은 2380억원이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4%, 전분기 대비 35.3% 감소했고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3.4%, 전분기 대비 41.6% 급감했다.

LTE 전국망 구축 및 네트워크 고도화 등으로 설비투자가 지속된 데다 LTE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KT의 LTE를 쓰는 고객은 150만명으로 SK텔레콤 422만명,

LG유플러스 300만명에 비해 크게 밀려있다.

물론 KT는 올 하반기에 총 1조9000억원이란 거액을 LTE 설비 구축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질이 올라가면서 가입자 확보가 용이해진다.

하지만 KT가 10월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VoLTE는 SKT와 LG유플러스가 이미 이달 초부터 고객을 받고 있다.

설령 KT가 신기술 등을 기초로 뻗어나가려 해도 나머지 두 업체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리 만무하다.

 KT 입장에선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런 특단의 조치는 조직개편 발표 하루 전인 12일에도 포착됐다.

이날 KT는 휴대전화 제조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휴대전화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KT테크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면서 이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것.

피처폰 ‘에버’와 스마트폰 ‘테이크’를 생산해왔던 KT테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398억원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가 계속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도 1%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풀이해보면 KT테크의 지분 93.76%를 보유한 KT는

다년간 쌓은 노하우와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한 이동통신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직원들이 피부로 느낀 불편과 업무의 비효율성도 배경이 됐다.

 

조태욱 KT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시사서울>과의 통화에서 “한 지사 내에서도 지사장과 법인 이사장,

네트워크 부문 이사장 등이 분양 별로 업무를 따로 봐 효율성이 낮았고 부서간 이기주의도 있어 왔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선 지속적으로 통합운영을 요구해왔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KT가 그동안 ‘노동인권탄압’을 지적해온 회사 안팎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KT노조와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KT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본사 차원에서 직원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상부에서 특정 직원을 지목, 퇴사시키라고 명령하면 미리 짜놓은 절차에 따라

스스로 회사를 떠나지 않고서는 못 버티게끔 하는 식이다.

KT인권센터가 퇴사한 직원을 통해 입수한 KT 내부문건에는 △퇴출 대상자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업무를 부여한다.

 △일을 못하면 주의와 경고조치를 취한다. △ 감사실에 통보해 징계조치한 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낸다.

 △다시 새로운 업무를 주고 퇴출 대상자를 압박한다 등이 적혀있었다.

 

KT인권센터가 집계한 바로는 이런 인사시스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KT직원은

지난해 6월 이후 4명이나 되며, 최근 5년간 업무 중 사망한 직원도 수십명에 이른다.

‘죽음의 기업 KT공동대책위원회’란 살벌한 이름의 단체까지 만들어질 지경이었다.

KT인권센터 측의 비판적 시각은 이번 조직 개편에도 변함이 없었다.

조태욱 위원장은 “물론 검토를 더 해 봐야겠지만 직원들이 여러 부서로 뿔뿔이 흩어지면

그간 벌어져왔던 사건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소재가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KT 측은 “KT테크 청산 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소수의 몇몇 사람으로만 구성된

KT인권센터가 아닌 직원 대다수가 참여한 KT 공식 노조와 합의해 이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조직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고객만족도 향상을 추구하자는 것이 이번 개편의 취지”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