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6년전 해약 고객에 '요금부과'.."보상할테니 알리지말라"

뉴시스 | 서상준 | 입력 2015.06.09. 11:31
KT, 가입자 몰래 6년동안 '중단↔부활' 반복
"60만원에 합의하자"…해지 지연보상금 안주려다 들통

【서울=뉴시스】서상준 기자 = "6년전 인터넷을 해지했는데, 이달 사용분 요금이 청구됐어요."

KT에서 발생한 일이다.

경남 김해에 사는 박모씨(50·여)는 최근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2009년 3월31일 KT 인터넷을 해지했는데, 최근 지난해 12월 사용분이라고 요금청구서가 도착했다.

박씨는 "올 1월 중순쯤 KT로부터 사용하지도 않은 인터넷 요금 청구서가 우편으로 날아왔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KT직원이 당시에 인터넷 계약을 해지 않고 '중단 요청'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가입자를 놓칠 경우 받을 패널티(불이익)를 피하려고 해지처리를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KT가 6년 동안이나 가입자 동의없이 '중단↔부활'을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인터넷을 부활할 때는 고객에게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절차를 무시했다. 2009년에는 인터넷 중단신청 시 1년에 최장 90일(현재 1년 3회)만 가능하고 이후 자동 부활됐다.

결국 KT에서 고객 정보를 가입자 동의없이 6년동안이나 무단 사용해왔다는 얘기다.

박씨는 "고객이 인터넷 해지를 요청했으면 즉시 해지 후 고객 정보도 당연히 폐기해야 하는 게 원칙인데 6년간이나 (KT에서)서류를 몰래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내 개인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를 일"이라고 토로했다.

KT측은 이에 대해 "기간이 너무 오래돼 잘 모르겠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KT 경남 A지점장은 "너무 오래전 건이라 (인터넷을 해지했는지 중단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요금은 2014년 12월8일 인터넷이 부활되면서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의 실수를 인정하고 12월11일자로 (인터넷을)중단 시켰다"고 덧붙였다.

KT의 이 같은 편법 행위는 한 두건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KT 전 직원은 "2009년 당시 이동통신사업자간 가입자 경쟁이 상당히 심했다"며 "상담원들에게 해지초과 인원이 설정돼 있는데 해지 방어율(해지시 패널티)때문에 당일 (해지)인원이 많으면 고객 몰래 해지를 미뤘었다"고 귀띔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KT는 올 1월27일 해당 지역 B지사장 직권으로 인터넷을 해지 처리했다. 그러나 이때도 박씨에게는 해지 통보를 하지 않았다. B지사장은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이니 결과에 따르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KT는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박씨에게 합의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에 따르면 KT부산본부 고객센터에서 찾아와 "개인 돈으로 금전보상을 해주겠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60만원을 제시했다.

박씨는 합의금보다 본사차원의 사과를 원한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KT 측은 '보상을 받으려면 받고 말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 알고보니 이는 규정에 있는 보상을 해주지 않으려는 꼼수에 불과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7년 6월부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고객의 서비스 해지 요구를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전화 예약제, 인터넷접수제와 함께 구체적인 피해보상내용 등을 이용약관에 반영, 시행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이를 어길 경우 지연일수에 하루 이용요금을 곱한 금액의 3배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따라서 KT는 박씨에게 2009년 3월31일(해지 당일)부터 요금을 청구한 지난해 12월말까지 69개월동안 최소 62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

결국 보상 규정을 감추고 있다가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터무니 없는 금액을 제시한 셈이다.

KT의 '배짱' 영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4년 전 KT와 기업 인터넷 및 인터넷 전화를 3년 약정으로 맺었던 전주 A병원은 '약정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다른 통신사로 회선을 이동한 뒤 102만1433원의 반환금 폭탄을 맞았다. 청구 명목은 '인터넷 결합 할인 반환금'이었다. KT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약정 기간이 끝났다고 말한) 통화기록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KT 측은 "2010년 3월 (계약)당시 인터넷 및 인터넷 전화가 분리돼 있었고, 2012년 10월 인터넷과 전화를 '결합 상품'으로 묶어 약정이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별도로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결합 상품으로 묶으면서 '약정이 바뀐 내용을 고지했거나 통화내역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했다.

해지신청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요금이 계속 부과되는 '해지접수 및 처리 관련 분쟁'이 29.4%(50건), 약정 기간 이내 계약해지로 발생하는 '위약금 분쟁' 17.1%(29건) 등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환급·계약해지·배상 등 피해 구제 합의율은 LG유플러스가 79.7%로 가장 높았고, SK텔레콤(75.0%), SK브로드밴드(67.6%), KT(56.1%) 순으로 나타났다.

ss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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