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사장 구속.사임..KT '창사후 최대 위기'>(종합)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 남중수 KT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가 창사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자회사인 KTF 조영주 전 사장의 구속에 이어 남 사장마저 검찰수사의 칼 끝을 피하지 못하면서 27년간 쌓아온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통신시장이 재편되는 중대한 상황에서 남 사장의 사임으로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져 당분간 주인없는 KT호의 방황이 예상된다.
임직원들은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국민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실망감, 당혹감과 함께 앞으로 닥칠 격랑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민영 기업임에도 불구, 남 사장 구속전부터 정치권 인사가 후임사장에 거론되는 등 '외풍' 의 조짐이 드러나 KT와 KTF 후임 사장을 누가 맡게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우 외환에 휩싸인 KT그룹 =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한 직원의 한숨은 KT의 불안한 앞날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다.

   KT는 지금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 유선전화 시장의 퇴보로 최대 수익원이었던 유선전화에서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뒷걸음치고 있다.
3분기 매출은 2조9천135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2.5%, 37.3%가 감소했다. 지난 7월 통신업계의 치열한 경쟁환경을 감안, 올해 매출 목표를 애초 12조원 이상에서 11조9천억원, 영업이익 목표를 1조5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으로 수정했지만 증권가에서는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이미 대신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은 'KT의 내우외환'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목표주가도 5만6천원에서 4만5천원으로 각각 내렸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해온 KTF와의 합병은 이미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IPTV 사업은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워졌다. 우즈베키스탄 와이브로 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외 사업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밖으로는 SK텔레콤과 손잡은 맞수 SK브로드밴드와 신흥 강자 LG데이콤.LG파워콤의 공세를 막기 힘겨워 보인다. 지난달 31일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제의 시행에 따른 유선전화 '수성'(守城) 전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황은 KTF도 마찬가지다. 3세대(G) 시장을 선점하며 가입자 기반을 넓힌 KTF는 가뜩이나 선장을 잃어 경영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모기업마저 흔들거림으로써 이중고를 맞게 됐다.

   11월말 KT와 KTF의 정기인사, 내년 사업계획은 이미 결정이 보류된 상태다.
◇임직원들 침통속 불안 = 남 사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뒤 KT분당 본사와 광화문 사옥의 직원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원들은 "한달전부터 검찰수사가 시작된데다 압수수색, 소환조사까지 이뤄져 구속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장이 사라지고 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침통해 했다.

   일부 직원들은 "남 사장이 누구보다 투명경영을 외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면서 KTF 조영주 전 사장에 이어 남 사장마저 구속된데 대해 크게 실망해 하는 눈치였다.

   한 임원은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도 문제지만 1981년 창사 이후 쌓아온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감추지 않았다. 한 직원은 "지금까지 인적쇄신, 조직개편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비용절감 등 경영합리화에 초점을 맞춰 성장을 도모해 왔는데 사장이 바뀌면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몰라 걱정"이라며 고용불안의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다른 직원은 "경영환경이 어느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점에서 이런 일이 터진 것은 KT로서는 악재 중의 악재"라며 "하루빨리 뛰어난 경영인이 새 사장을 맡아 이 난국을 기회로 헤쳐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후임사장 인선 어떻게 되나 = KT는 남 사장이 구속된 직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표를 수리하고 서정수 부사장(기획부문장)을 직무대행으로 부사장 5인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키로 하는 등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KT 정관에는 현 사장이 임기 만료 이외의 이유로 사임할 경우 14일 이내에 사외이사 전원(7인)과 민간위원, 전직 사장 등 9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사추위가 추천한 후보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토록 하고 있다.

   KT는 상황이 상황인만큼 사장 선임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연내라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새 사장을 취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임 사장 후보로는 이미 옛 정보통신부 장.차관 몇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핵심측근 명단도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석호익(전 KISDI원장), 김홍구(전 TTA사무총장), 지승림(알티캐스트 사장, 삼성구조본 부 부사장), 이상훈(KT 출신), 김인규(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전 KBS이사), 진대제(전 정통부장관) 등 20여명의 이름이 얽혀있다.
문제는 민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공기업 취급을 받아왔던 KT가 후임사장 선임과정에서도 상당한 외풍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이번 수사에 대해 '정치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장이 선임될 경우 정치적 논쟁에서 비켜가기가 어려워 당분간 조직안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인물이 누구인지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통신업계의 한 소식통은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민영기업으로서 위상을 되찾는 것은 통신산업 발전과 경제위기 탈출과도 무관치 않은 일"이라며 "하루빨리 KT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정부가 모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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