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전력 민영화, 뒤집는 미국

김광기 경북대 교수·사회학

 

 

박유천, 홍상수·김민희 스캔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동안 이목을 받지 못한, 그러나 매우 중요한 뉴스 하나가 있다. 바로 정부의 전력·가스 민영화 추진 소식이다. 발전 자회사의 지분 매각과 전기의 판매, 그리고 가스의 도입·도매 업무를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로 정부는 막대한 재정지출과 부채 절감을, 그리고 국민은 가격 및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그 답을 민영화의 선두주자인 미국에서 찾아보자.

먼저, 전력 민영화가 과연 정부에는 재정지출 감소를,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기료 인하를 안겨줬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캘리포니아의 예를 보자. 캘리포니아의 전력 공급은 과거에 PG&G 등의 3개 민간회사가 7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비록 3개 회사가 민간기업이라고 해도 주정부의 철저한 감독하에 있었기 때문에 거의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운신의 폭이 작았다. 특히 전기료는 회사 마음대로 농단을 피울 수 없었다.그러던 것이 1992년 제정된 ‘에너지정책법’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전력도매 시장의 경쟁을 도입한 이 법으로 전력의 발전·송전·배전의 수직적인 통합 형태가 와해됐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하겠다는 바로 그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화력발전소를 엔론, 미란트, 릴라이언트 등에 매각함으로써 1998년 전력의 민영화가 완료됐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이들 회사가 전력공급예비율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서 사달이 났고 급기야 전력의 도매요금이 폭등했다. 이로 인해 소매판매를 담당했던 PG&G 등의 기존 3사는 파산을 선고하기에 이르렀고, 주정부는 긴급 공적자금을 투입해 전력대란을 면했다. 그렇게 해서 주정부가 입은 총 피해액은 당시 700억달러에 이른다. 물론 주민들이 내야 하는 전기요금이 대폭 오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결국 전력 민영화로 정부나 국민 모두 금전적으로 득 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민영화로 다른 만족도는 높아졌을까? 이것도 천만의 말씀이다. 안정성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송전선로 고장으로 비롯된 북동부 지역의 정전 사태가 그 단적인 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송전 부문에 대한 설비투자는 서로에게 떠밀고 나 몰라라 해서 벌어진 전기대란이다. 민영화 이전에는 발전·송전·배전 부문이 분리되지 않고 특정 회사의 관할하에 있어 그 책임 소재가 분명했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그것이 깨져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안정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영화가 되면 노후화된 설비의 개선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역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 복구에도 민영화는 폭탄으로 작용했다. 2011년 매사추세츠주에 허리케인이 닥쳐 정전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복구에 발군의 힘을 발휘한 것은 공영회사였지 민간회사가 아니었다. 수익증대를 위해 대규모로 인력감축을 해 동원될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국민이 전력의 민영화로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빚고 있는 와중에도 콧노래를 부르는 집단은 있다. 바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민간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이미 망을 깔아놓은 두세 개 재벌기업밖에는 없다. 세계 경기가 갈수록 악화돼 가는 이 마당에 대기업과 정부가 새로 찾은 활로란 것이 기껏 필수 공공재 산업에 뛰어들어 국민들의 돈 털어가는 것이란 말인가? 그것도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미국의 전력 민영화 피해는 정부와 국민의 몫이다. 해서 최근 보도를 보면 전력을 공영화하려는 역진 움직임이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윈터파크, 콜로라도주의 보울더, 매사추세츠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뉴멕시코주의 산타페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역진 모색에서 우리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전력 민영화, 그것은 결코 걸어서는 안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