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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동자, 보도블록 천막생활 '끝' | ||||||||||||||||||||||||||||||
중앙노동위 '부당 징계' 판결에 따라 조태욱 씨 원대복귀 결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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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넘게 인천에서 일하던 조 씨가 하루아침에 삼천포지사로 발령을 받은 것은 지난해 9월30일 일이다. 그는 그 전까지 KT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몸담아 왔다. 그러던 지난해 7월,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소용돌이 속에 이를 비판하던 조 씨는 몇 차례 휴가를 사용했고, 이것이 문제가 돼 징계를 받아야 했다. 이른 바 ‘무단결근’에 따른 징계는 그 강도가 아주 높아, 6개월 감봉에다 인천에서 가장 먼 곳이라 할 수 있는 KT삼천포지사로 발령을 낸 것이다. 조 씨는 삼천포로 내려오자마자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갑작스런 발령을 낸 만큼 적절한 숙소 마련도 요구했다. 자신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 씨는 항의의 뜻으로 지난해 10월12일부터 회사 앞에 캠핑용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 씨는 겨우내 찬 보도블록 위 텐트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다행히 인근 가게의 배려로 전기는 끌어 쓸 수 있었다. 사천의 진보단체와 옛 직장동료들이 위로방문 할 때면 힘이 났지만, 그래도 그에겐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두 차례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첫째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자신의 부당 인사 조치에 대한 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연말, 사측에 징계 철회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이를 곧장 수용하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로써 조 씨의 보도블록 생활도 해를 넘겨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올해 3월3일, 중앙노동위 역시 조 씨에 대한 KT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강제이행금 부과 조치를 앞둔 KT는 지난 12일, 조 씨에게 3월15일자로 인천 계양지사로 원대복귀 하라는 인사명령을 내렸다.
조 씨는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노동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일이 편안할 거라는 기대는 접었기 때문이다. 15일, 한 직원의 갑작스런 출장으로 생긴 공백도 메울 겸, 자신이 보던 업무 인계를 위해 남아 있던 조태욱 씨를 만나 지난 ‘보도블록 위 천막생활’에 관해 얘기 들었다.
=한 마디로 노동운동 탄압이다. 근로자의 연차 휴가 사용권을 사측이 무리하게 제한해 ‘무단결근’을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 노동위원회가 이를 바로 잡아 줬다. 반면 사측은 저와 다툼이 있던 전 삼천포지사장을 본사로 발령했다. 이번 사태 결과가 노동자에게 영광이 돌아가지 않게 하면서 노동탄압 관리자는 끝까지 챙겨줌을 상징하는, 사측의 의지 표현이라 생각한다. △천막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겨울 내내 추위와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 특히 잠을 편히 잘 수가 없어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텐트를 처음 쳤을 때, 때늦은 태풍이 올라와 비에 흠뻑 젖으며 뜬눈으로 보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 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면 힘이 나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보다 사천지역 민주노총과 진보연합 동지들이 늘 힘이 돼 줬다. 함께 촛불집회도 열어주고 위로 방문도 자주 왔다. 또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지들이 멀리서 찾아와 줬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전기를 공급해준 가게 주인 등 고마운 분들이 많이 떠오른다.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한편 사천진보연합은 조태욱 씨의 인천 원 근무지 복귀 소식에 논평을 내고 “노동자는 사측의 구미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종이 아니다”며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행하는 부당한 권력의 남용이 앞으로 더는 발생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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