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더블루K’와 꺼림칙한 접촉 왜?

 

KT “용역 계약은 하지 않았다” “일감몰아주기도 사실 아냐...대행사 소관일 뿐”

  

김희정 기자 | 승인 2016.11.02 17:04

 

<JTBC 뉴스룸 캡쳐>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들이 정권 실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KT도 최근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JTBC가 공개한 ‘더블루K’ 초대 대표 조성민씨의 휴대전화 기록에 따르면 KT가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더블루K’의 조씨와 긴밀히 접촉한 정황이 포착된 것.

이날 공개된 문자 및 통화기록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조씨와 최순실씨가 주고 받은 문자와 통화기록은 180여건에 달한다. JTBC는 최순실씨가 조씨를 통해 사업진행상황 등을 보고받았다고 분석했다.

조씨는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사장 및 고위 임원과 접촉했는데 문자기록에 따르면 KT도 진행 중이던 연구 용역 사업과 관련해 조씨와 긴밀히 접촉했다.

JTBC에 따르면 2월 26일 조씨가 최순실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오늘 방문한) 상무가 연구 소장한테 보고하고 연구용역 계약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알려주겠다 한다. 연구 계획서 양식이 오면 연구를 진행할 교수와 기관을 정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조씨가 JTBC와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KT에 부실한 제안서를 보냈음에도 일주일 후 KT 쪽에서 ‘더블루K가 어떤 회사인지 알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공개된 조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KT연구소장이 “최근 이슈와 관련해 만나뵈었으면 한다” “언제 오찬이 가능하실까요” “선호하시는 음식이 없으시면 일식 퓨전으로 하겠다” 등과 같이 조씨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조씨는 3월 11일 KT경영연구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2일 <여성소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KT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 KT도 스포츠단이 있는데 발전방안과 관련해 용역보고서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연구용역 같은 업무는 KT 산하 경제연구소가 담당을 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소장이 더블루K 대표와 미팅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안서를 검토해보기 위해 해당 업체 대표와 미팅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검토해보니 우리와 사업추진 방향이 맞지 않는 데다 (제안서가) 매우 부실했다고 판단해 용역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블루K와는 계약도 안했을 뿐만 아니라 용역제안이 와서 만났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또 담당 상무가 실무를 위해 만났고 KT 컨셉과 맞지 않아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T는 “연구소장이 직접 의뢰업체 대표를 만나 조율 및 미팅을 하는 경우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다만 해당 사안이 연구소장이 직접 나서야 할 일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최순실씨 또는 청와대 윗선 개입 등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T는 이밖에도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전 창조경제추진단장)씨의 회사(아프리카픽처스)에 광고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는 올 2월~9월까지 총 24건의 방송광고를 했는데 이중 10건이 차은택씨 관련 회사에 배정됐다.

차씨가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5건, 아프리카픽쳐스에 6건 등을 배정했다. “신생회사가 대기업 광고를 이렇게 몰아받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KT 관계자는 2일 <여성소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차은택 감독이 올해 KT 광고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올 2~9월까지 총 24건의 방송광고(지상파․케이블) 중 차은택 대표가 있는 아프리카픽쳐스는 6건의 제작에 참여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또 “KT는 광고 대행사와 직접 계약을 맺을 뿐 제작이나 연출의 선정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광고 제작은 광고 대행사가 다 맡아서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최순실씨 개인사업처로 지목된 더불루K에 동원된 기업들 가운데에는 포스코, KT 등 이전에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또 정권에 약점을 보인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 같다”며 “이들 기업들에게 최순실씨가 어떤 존재나 위력,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암시해 용역계약을 맺고 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면 큰일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대기업들이 먼저 더블루K와 같은 출처도 알 수 없는 회사에 관심을 갖고 임원들이 이 회사와 접촉했다는 사실 자체도 꺼림칙한 일이다. 이런 묵은 관행은 하루 속히 털어버리고 기업들이 후원을 해주면서도 대통령 비선실세로 지목된 회사 측근들에게 알아서 몸을 낮추고 눈치를 살피는 일은 더군다나 다시는 있어서는 알 될 일이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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