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반인권적 KT퇴출프로그램 폭로 및 관리자 반기룡 양심선언 기자회션

일정:

KT는 왜 114 안내원을 전봇대에 올려보냈나
'인력퇴출 프로그램' 전직 관리자 양심고백... KT는 의혹 전면 부인
최지용 (endofwinter) 기자권우성 (kws21) 기자
  
'반인권적 KT 인력퇴출프로그램 폭로 및 관리자 반기룡 양심선언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KT의 직원퇴출프로그램을 하달받아 실행했던 관리자'라고 밝힌 반기룡씨(1984년 입사 2009년 퇴직)가 '자술서' 형식으로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반기룡씨 왼쪽에 앉은 피해자들은 주최측의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함.
ⓒ 권우성
KT인력퇴출프로그램

  
▲ 눈물 바다 된 'KT 인력퇴출프로그램' 폭로 양심선언 'KT의 직원퇴출프로그램을 하달받아 실행했던 관리자'라고 밝힌 반기룡씨(1984년 입사 2009년 퇴직. 사진 왼쪽)가 '자술서' 형식으로 양심선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심선언을 지켜보던 여성 피해노동자들도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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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인력퇴출프로그램

 

또 하나의 양심 고백자가 나왔다. 이번에는 굴지의 통신업체 'KT'(구 한국통신)이다.

 

18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KT 인력퇴출 프로그램 폭로 및 관리자 반기룡 양심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반기룡(52, 전 KT충북본부 음성지점 고객만족팀장)씨는 가해자였고 세 명의 피해자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말을 듣고, 가해자는 피해자들의 말을 듣고 울었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노동자의 권리가, 상식적인 도덕이 적용되지 않은 비정상적 상황에 함께 있었다.

 

회사는 관리자들에게 퇴출해야 할 명단을 내렸다. 관리자들은 명단에 있는 이들이 자기 발로 회사를 나가게 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내쫓지 못하면 자신이 무능한 관리자로 찍힐 처지였다. 우선 사무직을 상품판매직으로 발령했다. 한국통신과 KTF가 통합되기 전 '114' 안내 전화 직원들이 많았다. 40~50대 중년 여성들이다. 그들은 인터넷과 전화선을 연결하기 위해 전봇대를 탔다. 하루에 10번도 넘게.

 

피해자들은 전봇대 위에서 있었던 일을 말할 때 어김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공중에 매달린 채 다리에 쥐가 나면 가지고 다니던 핀을 허벅지에 꽂았다고 한다. 고압선이 즐비한 곳에서 허리에 찬 벨트에만 의지한 채 대롱대롱 매달려 눈물을 흘리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하고 버텼던 그들이다. 그러면 관리자들은 애가 탄다. 나가야 할 사람이 나가지 않으면 자신도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다 하다 안되면 관리대상을 멀리 '유배' 보냈다. 충청도에 근무하던 한 여성은 바다 건너 울릉도로 발령받았다. 그녀는 거기서도 전봇대를 탔다. 신경이 쇠약해져 약을 먹으며 버텼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업무 촉구서'가 나왔다. 많이 받으면 인사고과에 좋은 등급이 나올 수 없다. 연봉도 깎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나가지 않는다면? 관리자가 유배를 간다. 반기룡씨도 우수한 관리자는 아니었다. 반씨는 한때 그가 관리하던 장아무개씨를 가혹하게 관리했다.

 

"2007년 12월 20일자로 충주지사 지사장실에서 퇴출 인력을 제대로 관리를 못 할 시 나중에 어떤 인사상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지사장 황아무개 앞에서 작성했습니다. 이때부터 본인은 회사 내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장아무개씨를 가혹하게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그럴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져 2008년 1월부터 신경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회사 지침대로 장씨를 관리한 방식은 일일 동태파악, 주요 관찰일지 기록, 출퇴근 시각을 체크해서 일지에 기재하고, 상품판매를 촉구하며 구두로 경고하는 일을 반복했으며 주기적인 개별 시험을 치러서 내용을 취합해 올려보내면 충주지사에서 장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본인 역시 장씨에게 업무촉구서를 발부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장씨가 혹독한 관리에 불만을 품고 본사 윤리경영실(구 감사실) 사이버 신문고에 본인을 투서한 일까지 생겼습니다. 이럴수록 본인도 스트레스가 심해져 약물치료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반씨 자술서 중)

 

장씨와 관계 악화로 심한 우울증을 앓던 반씨는 결국 그해 11월 휴직을 했고 2009년 12월 31일 명예퇴직을 하게 된다. 반씨는 "장씨가 한동안 또 다른 관리자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을 것"이라며 "KT는 이런 반인간적이고 소름 끼치는 퇴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지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체로 거듭나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 퇴출자 4등급으로 나눠 체계적 관리

 

  
'KT의 직원퇴출프로그램을 하달받아 실행했던 관리자'라고 밝힌 반기룡씨가 '자술서' 형식으로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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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룡

반씨가 이날 폭로한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은 지난 2007년 KT충주지사 명의의 19페이지 매뉴얼로 작성돼 있었다. KT는 지난 2002년 5월 민영화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감축했다.

 

'관리SOP'(표준행동절차, Standard Operating Procedure)로 이름 붙여진 이 문건은 퇴출 관련 프로그램인 'CP(성과 부진자, C-Player)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에는 직원의 실적과 성향, 동향 파악은 물론 면담과 답변 요령 등 개인별 퇴출 시나리오까지 상세하고 구체적인 퇴출 처리지침이 담겨 있다.

 

각 CP를 핵심관리대상(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 중점관리대상(핵심관리대상 퇴출 실패 시 1순위로 거론될 대상), 주요관찰대상(위 2가지 범주에서 목표미달 시 거론될 대상), 잠재적 대상으로 나누고 있다. 잠재적 대상들에게는 '추후 퇴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통보하고, 제2의 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여 추후 반발 최소화'라는 설명을 달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충주지사에는 당시 18명의 퇴출 대상자가 있었고 각각 관리자가 1명씩 집중관리했다. 반씨와 장씨의 이름도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KT본사는 그해 전체적으로 550명의 퇴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퇴출 방법으로 업무능력 부진 및 근무태도 불량 등의 경우 1차로 업무지시서를 내리고 시정이 되지 않으면 업무촉구서, 경고장을 거쳐 징계를 한 뒤 비연고지 체임발령(징계후 다른 지사로 발령)을 내리는 과정이 설명돼 있다.

 

문규현 신부, 권영국 변호사 등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KT의 전 관리자였던 반기룡씨의 양심선언으로 KT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시적 인력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본사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치밀하게 관리,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개인별 취약점을 업무와 연관시켜 노동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치밀하고도 야만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퇴출 프로그램의 즉각 중단과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KT "반기룡씨는 본사 방침 알 정도 위치 아니다"

 

KT 측은 이러한 제기된 의혹을 전면으로 부인했다. KT 본사 관계자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반기룡씨가 공개했다는 그 문서를 정확히 보지는 못했다"라며 "보도된 내용을 봐서는 해당지사에서 지사장의 주관으로 인력구조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재배치 자료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건에 본사의 연간 퇴출 목표가 제시돼 있는 점에 대 그는 "반기룡씨는 스스로 관리자라고 하지만 본사의 방침을 알 정도 위치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라며 "본사에서 사람을 내쫓기 위해 그런 식의 자료를 작성한 적은 분명히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기룡씨는 기자회견 이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분명 본사가 개입해 벌인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될 일"이라며 "서류상으로도 기타 다른 증거로도 본사의 개입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퇴직했던 2009년 12월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회사를 나오기 직전까지 그런 프로그램은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퇴사 당시 회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반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관리자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퇴출 대상을 어떻게든 내보내야 한다. 내보내지 못하면 자기가 퇴출된다. 또 퇴출 대상이 되는 순간 다른 동료들도 그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 괜히 가까이 있다가 자기도 엮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출 대상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누구도 나설 수는 없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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