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동인권백서 출간..민영화 이후 15년, 노동자 탄압과 그에 맞선 저항의 역사

KT노동인권백서 출간

민영화 이후 15년, 노동자 탄압과 그에 맞선 저항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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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동인권백서》 1·2권, KT노동인권센터·15기 노동자의 벗 KT백서팀 펴냄, 1+2권 총 1,810쪽, 7만 원(각권 3만5천 원), 목림출판, 구입문의: 02-701-0070, 070-8888-1450

KT(구 한국통신) 민영화 15년을 돌아보며 민영화의 폐해와 KT에서 자행된 노동자 탄압의 실태를 기록한 백서가 발간되었다. KT노동인권센터와 ‘노동자의 벗’ 소속 7명의 노무사가 공동집필한 이 백서는 총 2권이고, 1800여 쪽의 방대한 기록이다. 백서는 민영화의 폐해와 노동자 탄압, 그리고 그에 맞선 KT 투사들의 투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1권에서는 먼저 통신 민영화의 배경과 경과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정부와 KT 사측이 민영화에 저항한 노조의 민주파 조합원들을 악랄하게 탄압하고 친사측 노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부당노동행위 사례들을 정리했다. 또한, 사측의 집요한 탄압으로 민주노조가 파괴된 현장에서 노동강도 강화와 실적 경쟁으로 노동자들의 사망이 급증하면서 ‘죽음의 기업’으로 불리게 된 과정을 다뤘다.

2권은 온전히 ‘CP(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다룬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KT가 2006년부터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은밀히 시행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괴롭히고 퇴출시킨 과정이 담겨 있다. 또한, 이에 맞선 투쟁의 과정도 담고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가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하고 저항을 조직해, 결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퇴출 프로그램의 불법성을 확인받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노동개혁’과 민영화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

KT 민영화는 1980년대부터 그 정지작업이 시작돼 사업 분리, 분할 매각, 정부지분 축소 등을 거쳐 2002년에 정부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완료됐다. 그 이후 15년이 흘렀다.

처음에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도입하면 국민들에게 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민영화의 결과는 해악적이었다. 국민들은 높은 통신비 부담에 고통 받고, 노동자들은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실적 경쟁에 시달리며 죽음으로 내몰렸다. KT노동인권백서는 이런 현실을 생생히 폭로하면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막아야 하고, 더 나아가 통신 등 이미 민영화된 부문도 재국유화해야 함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KT에서 벌어진 노조 무력화 과정과 그 이후 벌어진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 시행 등은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였던 ‘노동개혁’의 미래를 미리 보여줬다. 가령, 2016년 1월에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 지침’은 사실상 ‘쉬운 해고’ 지침이었고, 이것은 KT에서 은밀히 시행됐던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합법적이고 광범하게 시행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말 분출한 퇴진운동으로 박근혜는 파면·구속됐지만 박근혜가 남긴 적폐인 ‘공정인사 지침’은 아직 폐기되지 않고 살아있다. 노동자들이 멈추지 말고 싸워야 하는 이유이다.

KT노동인권백서는 민영화의 폐해를 돌아보며 이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투사들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또한 KT의 노동자 탄압 사례를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민영화와 ‘노동개혁’에 맞서 싸우고자 하고, KT 노동자들의 저항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자 하는 노동운동 활동가들과 투사들의 일독을 권한다.

ⓒKT전국민주동지회 제공


백서 발간 기념 토론회
“통신은 재국유화돼야 한다”

지난 4월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KT노동인권백서 발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KT전국민주동지회·KT노동인권센터와 정의당 추혜선·이정미 의원,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사회를 봤고, KT노동인권센터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 백서 집필에 참가한 김유경 노무사,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 이상호 KT전국민주동지회 전 의장, 김인성 M포렌식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 제공

발제를 맡은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 민영화 15년이 가져온 폐해를 정리했다. 투기자본에게 고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구조조정한 결과 6만 명이 넘던 KT 노동자들은 2만 3천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일자리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노동강도 강화와 실적 경쟁에 내몰린 KT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살, 돌연사,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했다. 박근혜 비리에 연루된 황창규 KT회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낙하산 경영진의 비리와 부패도 반복됐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통신 민영화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임이 확인되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국유화를 제시했다. 통신은 필수 공공재이므로 모든 국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보편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종오 의원도 축사를 통해 “적폐 청산은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의 전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박근혜 정부의 ‘공정인사 지침’은 KT에서 비밀리에 시행되었던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이제 공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KT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외자본에게 약속한 인건비 절감비율을 맞추기 위해 구조조정과 퇴출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이라며, KT노동자들의 고통의 출발점이 민영화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KT 퇴출 프로그램의 사례를 보더라도, 노동부의 ‘쉬운 해고’ 지침은 노동 재앙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도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통신 분야 등 국가기간산업을 재국(공)유화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가한 김인성 M포렌식 대표는 민영화된 통신사들이 통신망을 독점해 자사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콘텐츠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IT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IT 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통신망은 국유화하되, 그 통신망을 이용한 서비스 부문에서는 기업주들의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통신의 공공성보다는 IT산업 기업주들의 이해관계에서 통신 민영화 문제를 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은 노동운동에서 수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주장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통신과 같은 공공서비스가 이윤 추구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상호 KT전국민주동지회 전 의장은 KT 민영화 이후 KT 노동자들이 겪은 구조조정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구조조정 과정에 친사측 KT노조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통신 사유화와 노동자 퇴출에 협력한 친사측 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꿔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KT 민영화가 김대중 정부 하에서 이뤄졌으며 민주당 정부 하에서도 사내 복지 후퇴와 노동자 조건을 공격하는 정책은 유지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통신 재국유화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강조됐듯이, 통신 재국유화는 단순히 정권교체만으로 이뤄지긴 어렵다. 특히, 과거 민주당 정권은 KT 민영화를 밀어붙였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보인 적이 없었다. 통신산업 재국유화는 장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력하게 벌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이후의 정치 상황 속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들의 여러 투쟁이 활발히 벌어지기를 기대하고, KT 활동가들도 비록 어려운 조건이지만 투쟁을 전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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