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속이고 싶지 않은데, 이통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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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휴대폰 요금, 막을 방법 없나요?

등록 :2015-07-13 20:39수정 :2015-07-14 10:27

 

 

김영훈 기자
김영훈 기자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월별 요금 청구서 보면 ‘최적 요금제’ 정답 나오는데
이동통신사들 “낙전 수입이 워낙 커서…” 추천 꺼려
시민단체들 “잘못 선택한 요금제 바꾸도록 알려줘야”
지난해 10월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된 이후, 이동통신 대리점을 방문해 최근 몇달치 음성통화·데이터통화·문자메시지 이용량을 살펴본 뒤 그에 맞춰 요금제를 변경하고, 그 과정을 ‘체험기’ 형태로 기사화하기를 두차례 했다. 개인적으로 두번의 ‘요금제 피팅’을 통해 월평균 6만원대 후반이던 이동통신 요금을 2만원대 후반으로 낮췄다.

기사가 나갔을 때마다 ‘나도 따라해봤더니 월 요금이 크게 줄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쏟아졌다. 1만~3만원이나 낮췄다는 사례도 많다. 그 중에는 한겨레신문사와 미래창조과학부 직원도 여럿 있다.

이후 이통사 고위 임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사실을 전하며 “다달이 보내는 요금청구서를 통해 고객별 이용행태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해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임원은 “이미 기사를 보고 내부적으로 건의해봤는데, 매출 감소 위험이 커서 안된다도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케이티(KT) 임원은 “경영진이 배임 시비를 받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엘지유플러스(LGU+) 임원은 “1위 사업자도 안하는 걸 우리가 어찌 먼저 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물러섰다.

각 이통사 임원들과 나눈 애기를 종합하면,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용행태에 맞지 않는 요금제를 골라 필요 이상의 요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통사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개선’ 얘기를 꺼내면 핑계를 댄다. 한 사업자 임원은 “요금제를 잘못 선택해 필요 이상의 요금을 내고 있는 가입자가 일부이고 금액도 몇 천억원밖에 안된다면, 벌써 나선 사업자가 있을 거다. 필요 이상으로 요금을 더 내고 있는 가입자가 워낙 많고 금액도 크니, 회사 내부적으로는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도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 중 하나로 이 부분을 꼽아 이통사에 ‘최적요금제 추천 서비스’ 도입 의향을 물어봤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정책담당자는 “한겨레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최적요금제 추천 캠페인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통신요금을 강제로 내리라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지를 강화하라는 것이라서 명분도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필요성을 강조해온 시민단체들도 요즘 이 대목에 주목한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겠다니 밖에서 도워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가입자들이 요금제를 잘못 선택해 필요 이상으로 이통사에 더 내고 있는 요금을 이통사 쪽에서 보면 ‘낙전수입’과 같다”고 규정하며 “가입자들에게 이를 알려 해소하게 하거나, 가입자들이 더 낸 요금을 받아내 공공의 목적으로 투자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 한국통신(지금은 케이티(KT))의 공중전화에서 발생한 낙전수입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에 교육용 컴퓨터를 보급하는 재원으로 사용됐다.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번에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은 빠지지 않을텐데, 이통사들의 낙전수입 해결이 첫번째 실행 방안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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